[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기본소득'을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뜨겁다. 기본소득은 아직 세계적으로도 정식으로 도입된 국가가 없는 실험적인 정책이다. 전 국민 또는 일부 계층에 직접적인 현금 지원으로 정기적 소득을 보전하는 개념이라 '천문학적 재원 소요'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더구나 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GDP 대비 복지지출 수준이 낮은 나라에 속한다. 그런데도 여야 대표급 인사들은 물론 차기 대선주자들이 기본소득 도입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서있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1일 기준 여야 주요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모두 기본소득 관련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자체 중 가장 먼저 코로나19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이를 아예 기본소득으로 확대, 상시 지급할 것을 주장하면서 가장 먼저 논란을 촉발했다.

여기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경제·복지 정책노선 전환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기본소득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정치권 전반으로 논란이 확산됐다. 특히 이재명 지사는 물론 이낙연, 박원순, 김부겸, 홍준표, 안철수 등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찬반 논쟁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경우 지난 4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실상 공황상태다. 일생에 한번 겪을까 말까 한 대변혁기"라며 "4차 산업혁명에서 파생되는 (대규모 실직 가능성에 대비한)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복지 자체에 소극적인 보수 정당 지도급 인사로선 첫 공개적 언급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격변기(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비대면, AI·빅데이터 등 첨단 IT 산업 육성을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을 추진 중이다. 4차 산업혁명 연관 산업 지원을 종전보다도 확대한다는 것인데 기존 산업군의 일자리 감소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김종인 위원장의 인식이다. 통합당이 정책혁신을 위한 경제혁신위원회를 구성한 가운데 여기서 기본소득 개념도 검토될 전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경우 즉각 호응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언급 직후 "어려운 계층에 우선 배분돼야 한다는 개념에 따라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 방안을 집중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국민의당은 통합당과 '국민미래포럼'을 구성하는 정책연대를 추진 중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취임으로 당 복귀가 불투명해진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경우 "기본소득제의 본질은 사회주의 배급제도를 실시하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통합당 내 김종인 위원장의 노선 전환에 우려를 나타내는 중진들과 같은 시각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가장 적극적인 찬성론자는 이재명 도지사다. 성남시장 재임 시절 청년층 대상 연간 100만원 분기별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청년배당'을 시행한 이후 경기도로 확대했다. 기본소득 개념을 청년 계층에 한정해 일부 도입한 것인데 '포퓰리즘'이란 비판도 만만찮았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재난지원금 가구당 지급 원칙을 고수한 정부와 달리 1인당 지급을 지자체 중 가장 먼저 실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재난지원금을 아예 기본소득으로 확대 재편해 정기 지급하자는 이 지사의 주장도 힘을 얻으며 기본소득 논쟁의 중심에 선 상황이다.
그는 11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재난지원금이 정기적으로 1년에 4번, 또는 매월 지급될 경우를 상정해보자. 1회 지급한 효과가 이미 엄청난 경제활성화 효과를 냈다는 게 통계로도, 현장에서도 증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도지사와 가장 뚜렷한 대립각을 형성하는 쪽은 같은 여당 내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재난지원금을 코로나19 장기화를 감안, 추가 지급하더라도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는 점 때문이다. 경기침체 시급성을 감안해 자영업, 실직자 등 취약계층 선별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박원순 시장 입장이다.
그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 2천700만명 노동자 중 51% 1천400만명이 고용보험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올해 상반기 비자발적 실업자만 105만명으로 지난해 대비 70%가 늘었다. 지금은 '전국민 고용보험'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전당대회 딩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김부겸 전 의원도 박원순 시장을 거들고 나섰다. 김부겸 전 의원은 "기본소득에 앞서 고용보험 확대가 급선무다.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더 절실한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의원의 경우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진 않다. 다만 "기본소득제의 취지는 이해하고 찬반 논의도 환영한다"며 "기본소득제 개념은 무엇인지, 재원확보 방안과 지속가능한 실천방안은 무엇인지 등 논의와 점검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SNS를 통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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