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세계 최초 5G 양자 스마트폰 '갤럭시A 퀀텀'은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 함께 이룩한 상생의 성과다.
SK텔레콤(사장 박정호)과 비트리(대표 김종필)는 1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양자난수생성 칩셋 상용화 성과에 대해 소개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1년 사내 양자기술연구소 퀀텀테크랩 조직을 설립하면서 양자 분야에 대한 도전을 본격화했다. 이후 양자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부상한 IDQ와 협업 관계를 이어가면서 사업 확대에 공을 들였다.
이후 SK텔레콤과 IDQ는 양자난수를 생성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양자난수생성이라는 분야조차 생소했던 시기로 이를 제품으로 설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SK텔레콤은 국내 반도체 업체인 비트리를 찾았다. 비트리는 지난 2014년 설립돼 이미지센서와 같은 반도체 칩셋을 정밀 설계하고 이 솔루션을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파운드리)에 공급하는 팹리스였다. 어려운 과제이기는 했으나 비트리는 고민 끝에 SK텔레콤, IDQ와 손잡고 미래 양자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SK텔레콤의 양자 조직과 IDQ가 한 회사로 통합되면서 양자난수생성 반도체 설계에도 가속이 붙었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과 비트리는 지난 2018년 IoT/자율주행용 QRNG 칩셋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5x5mm 크기의 이 칩셋은 지난 2016년 USB형태의 시제품에서 진화한 초소형 칩셋이었다.
칩셋 안에서 LED 광원부가 빛(양자)를 방출하고, 이 빛을 CMOS 이미지센서가 감지해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난수를 생성한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비트리와 양자 난수 생성 기술을 가진 IDQ가 함께 개발한 세상에 없던 제품인 셈이다.
◆'7전8기' 도전의 연속…모두가 힘을 더한 성과
다만, 5x5mm라는 크기는 현재 이용 중인 스마트폰과 같은 휴대성이 높은 제품에 넣기에는 다소 큰 사이즈였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비트리는 세계 최초 모바일용 칩셋 상용화 도전에 나섰다. 이 도전에는 삼성전자가 함께했다. 2018년 CES에서 뜻을 모은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양자폰 개발에 협력을 약속했다.
이후 비트리는 SK텔레콤과 IDQ, 삼성전자 품질팀과 지속 논의하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높은 품질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칩셋 설계 및 테스트를 거듭했다.
특히, 스마트폰 내 탑재를 위해 칩셋 크기를 매번 1mm 단위로 줄이는데 각고의 노력이 들어갔다. QRNG 칩셋에는 LED 광원, CMOS 이미지센서, 전력 어답터 등 수많은 정밀 부품이 들어가는데, 사이즈를 줄일 때마다 필연적으로 모든 부품의 설계를 모두 변경하고 새로 만들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설계를 변경할 때마다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DB하이텍과 최종 패키징을 담당하는 아이에이네트웍스가 가세했다. 비트리는 설계도를 전달하고 또다른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하는 과정을 양사와 끊임없이 반복했다.
새끼 손톱보다 작은 QRNG 칩셋에는 비트리의 설계 기술과 아이에이네트웍스의 패키징 기술이 응집돼 있다. 고온/저온, 다습, 정전기 등 극한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동작하도록 초기 설계 단계부터 수많은 신뢰성 테스트를 거쳤다.
제3자가 칩셋을 물리적으로 해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칩셋 내부에 ▲구동 클럭 조절 기능 ▲부품 별로 다른 전압을 공급하는 멀티 전원 ▲전원 감지 및 자동 초기화 기능 ▲칩셋 내부 데이터 접근 차단 기능 등을 구현했다.
또 완전한 무작위성을 가진 순수 난수를 생성하기 위한 테스트도 6개월간 약 100만번 진행했다. 순수 난수를 만들기 위해선 LED 광원부에서 방출되는 빛이 CMOS 이미지센서의 각 픽셀에 골고루 잘 도달해야 하는데, LED 광원부의 빛 방출 세기와 CMOS 이미지센서의 픽셀 각도를 100만번 조절해 최적의 조건 값을 찾는 과정이다.
가령, 분무기로 A4 종이 위에 물을 뿌릴 때 물방울이 종이 전면 곳곳에 골고루 뿌려지도록 환경을 설정하는 것과 같다.
결국 비트리는 약 2년만에 기존 칩셋 사이즈를 대폭 줄인 2.5 x 2.5 x 0.8mm 크기의 모바일용 QRNG 칩셋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삼성전자의 품질기준을 통과해 올해 4월 양산 절차에 돌입했다.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SK텔레콤은 5G 초연결시대를 맞아 더 많은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양자보안 기술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하며 관련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양자 난수를 생성하는 원천 기술을 가진 자회사 IDQ와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비트리와 함께 QRNG 칩셋을 개발해 글로벌 스마트폰, IoT, 자율주행 기업에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며 일부 가시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분야에선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모바일용 QRNG 칩셋을 공급함으로써 양자보안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 라인업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또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SK 오픈 API 홈페이지에서 오픈 API를 공유하고 스마트폰에서 이용 가능한 양자보안 기반 서비스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차세대 보안 기능에 대한 수요가 높은 자동차 전장, 클라우드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반도체에도 QRNG 칩셋을 탑재해 반도체 성능을 고도화 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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