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대한민국 석유에너지 수송체계를 새롭게 바꾼 대한송유관공사는 전국에서 총 500만 배럴을 보관할 수 있는 11개 저유소와 12개 펌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중요시설로도 지정돼 있는 판교저유소를 지난 19일 방문했다.
대한민국에는 땅속을 관통하는 석유수송 송유관이 있다. 해안지역 정유공장에 도착한 원유는 정제 공정을 거쳐 이 파이프를 타고 전국 각지로 공급된다. 파이프는 울산의 영남라인과 여수의 호남라인에서 시작해 대전에서 합류돼 수도권으로 이어진다. 또한 대산의 호서라인은 충청권 석유 물류를 책임지며 천안에서 주배관망에 합류해 수도권에 닿는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매설된 송유관의 길이는 서울-부산간 고속도로 길이의 2배 이상에 해당하는 총 1천104㎞에 달한다. 판교저유소는 울산과 여수에서 출발한 송유관의 종착지다. 이 때문에 대한송유관공사 본사 및 서울지사가 있는 판교저유소는 한반도 석유 공급의 대동맥이자 심장으로 꼽힌다.
대한송유관공사는 국가경제 고도성장으로 급증하는 석유에너지 수요를 보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수송하기 위해 1990년 정부와 국내 정유4사, 항공2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됐다. 이후 2001년 정부지분을 정유사에 분할 매각함으로써 현재는 정유4사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지분을 나눠 소유하며 민영화됐다.
송유관을 통한 석유제품 수송은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며 안정적인 장점이 있다. 석유공급을 위한 운송수단으로는 송유관, 철도, 선박, 유조차 등이 있는데 선박이나 유조차로 석유제품을 운송하는 것은 환경오염물질인 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을 대거 배출한다.
반면 송유관은 환경오염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특히 판교저유소는 유증기회수시설을 통해 주유 중에 공기로 배출되는 유증기도 다시 회수하고 있다. 연간 회수되는 물량은 300~400kl에 달한다. 유증기는 인체에 해를 끼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도 회수가 꼭 필요하다. 인화성 물질인 만큼 화재 예방과 환경오염 예방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리터당 1천500원으로 계산하면 연간 45억원 이상의 부가수익도 발생하는 셈이다.

또한 송유관을 통해 수송은 기상조건, 시간, 교통환경 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전천후 대량수송이 가능해 운송비용과 운송 소요시간이 대폭 절감된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강점이다. 업계에서는 운송비용과 소요시간 감소 등 송유관 운송에 따른 직접물류비 절감액을 연간 450억원 규모로 추산한다. 교통과밀도 완화에 따른 사회간접투자비와 해양오염, 교통사고 등과 같은 사고 요인 감소로 인한 간접물류비 절감도 연간 32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대한송유관공사는 국내 석유 수송량의 60%에 달하는 연간 1억8천905만 배럴 이상을 실어 나르고 있다. 또한 판교·대전·천안 등 전국 11개 저유소 164기의 탱크에는 국내 소비량의 6일분에 해당하는 500만 배럴의 경질류를 비축할 수 있다.
그 중 판교저유소는 수도권 유류공급의 핵심시설로 총 217만9000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40기의 탱크와 84개의 출하대를 통해 하루 평균 44만 배럴을 출하하고 있다. 판교저유소 탱크는 크게 두 구역으로 나눠져 A탱크, B탱크로 불린다. A탱크는 경유, 등유, 항공유 등이 보관되고, B탱크는 휘발유와 고급휘발유가 저장된다. 40기의 탱크 가운데 39기는 설립 당시부터 운영됐다. 나머지 1기 탱크는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2014년에 추가로 건설됐다.
수도권 지역의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탱크로리들이 이곳을 찾는다. 저유소가 탱크로리의 주유소인 셈이다. 2만 리터 탱크로리 1대에 기름을 가득 채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20여분 정도다. 판교저유소를 찾는 탱크로리는 하루 평균 1천150대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평상시 대비 5%가량 수요가 줄었다고 한다. 특히 하늘길이 막혀 항공기들도 멈춰서면서 항공유 수요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저유소에는 4개 정유사 소속의 탱크로리들이 모두 방문하는데, 각사 공장에서 수송한 용량만큼 주유할 수 있다. 또한 각 정유사들은 전용 출하대에서만 기름을 공급받을 수 있다. SK에너지는 SK 전용 출하대에서만 기름을 넣을 수 있는 것이다. 대한송유관공사는 각 정유사별 공급 용량과 수요에 따라 전용 출하대 비율을 조절한다고 밝혔다.
판교저유소 관계자는 "정유사별 전용 출하대 배정은 시중의 시장 점유율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정유사별 저장 용량에 변동이 생기면 거기에 맞춰 출하대 비율을 새로 배정한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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