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어? 이거 무슨 스마트폰이야?"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LG 벨벳'을 꺼내들면 으레 돌아오는 질문이다. 폴더블폰과 같은 전혀 다른 모양의 스마트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외관을 본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첫인상이다.
스마트폰을 잡아 든 사람들은 대부분 잡는 느낌이 괜찮다, 모양이 길게 잘 빠졌다, 뒤쪽의 카메라 배치가 인상깊다, 등의 좋은 반응을 보였다. 이는 기자가 처음 LG 벨벳을 잡았을 때 든 느낌과도 비슷했다. '3D 아크 디자인'을 적용해 디스플레이 양 끝과 후면을 완만하게 구부리면서 벨벳 특유의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후면 카메라에 '인덕션' 디자인이 본의 아니게 '대세'가 된 상황에서 벨벳이 구현한 '물방울 트리플 카메라'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디자인이 예쁘다고 1년 이상 언제 어디서나 쓰게 될 스마트폰을 덥석 고를 수는 없다. 다양한 측면에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성능을 따져 볼 필요가 있었다. 15일 국내에 공식 출시된 'LG 벨벳'을 1주일간 직접 사용해 봤다.

◆세로로 긴 화면으로 편의성 높여…배터리 성능은 '합격'
LG 벨벳은 20.5:9의 화면 비율로 세로로 긴 형태다. 이처럼 세로로 길고 가로 폭이 좁은 기기 형태는 세 가지 측면에서 장점을 발휘했다.
첫째는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다루기가 편하다는 점이다. 벨벳의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가 어우러져 오랫동안 기기를 들고 있어도 부담이 없었다. 둘째는 한 화면에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인터넷 기사나 블로그 글을 볼 때는 더 많은 텍스트가 화면에 보이며 스마트폰을 가로로 하고 게임을 하면 양 옆이 더 탁 트인 느낌이 든다. 셋째는 휴대성이다. 주머니 깊이가 충분하다면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 기기 구조다.
LG 벨벳에는 얼굴인식 잠금해제 기능이 없다. 생체인식은 지문인식만 지원한다. 광학식 지문인식으로 센서는 디스플레이 아래 배치됐다. 지문을 등록하려면 수차례 손끝 곳곳을 들이대야 한다. 잠금해제 속도는 꽤 빨라서 얼굴인식 잠금해제 기능 미적용으로 인한 불편함을 크게 느낄 수는 없었다.
LG 벨벳의 배터리는 4천300mAh다. 배터리 용량 자체도 넉넉한 데다가 AP로 사용한 '퀄컴 스냅드래곤 765'의 괜찮은 전력 효율 및 저전력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으로 인해 체감 사용 시간은 긴 편이다. 아침에 배터리 100% 충전을 하고 하루 동안 전화·메신저·동영상 시청·음악감상·기사 검색 등 자주 휴대폰을 사용했는데, 오후 8시 퇴근 후 집에 도착할 때까지 충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유튜브 하고 싶은데, 영상 편집이 어렵다면
LG 벨벳을 쓰면서 가장 강하게 든 생각은 이 제품이 유튜버 입문자 및 초보 유튜버들에게 제격이라는 것이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1인 크리에이터'가 늘어나고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올라오면서 '나도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지만, 영상 편집과 비싼 장비라는 장벽이 발목을 잡는다. LG 벨벳은 이러한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준다.
동영상 모드에는 타임랩스, ASMR 레코딩, 보이스 아웃포커스 기능이 포함됐다. 타임랩스는 영상을 저속 촬영해 재생 시 매우 빠른 속도로 보여주는 영상 기법인데, LG 벨벳에서는 버튼 하나만으로 구현 가능하다. 촬영 도중 속도 조절도 간편하다.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는 모습 등을 장시간 촬영 후 타임랩스 영상으로 빠르게 되돌아보기 좋다.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레코딩은 사용자가 전면에 내는 소리를 부각해 재생하는 기능이다. 소리를 부각해주면서 대상 이외의 소리를 어느 정도 구분해 주기도 한다. 지하철 운행 소리를 틀어놓고 ASMR로 역 안내를 하는 영상을 찍어보니, 역 안내 소리가 뚜렷하게 들리는 가운데 지하철 운행 소리가 마치 배경음처럼 적절하게 깔렸다. '먹방' 등의 일반적인 ASMR은 물론 '롤플레잉' 형태의 ASMR을 하기에도 좋아 보였다.
보이스 아웃포커스 기능은 대상의 소리와 주변 소음을 뚜렷하게 구분해 주는 기능이다. 점심 시간의 시끄러운 카페에서 지인과 이야기하는 영상을 찍었는데, 주변이 소란스러웠음에도 촬영한 사람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담겼고 다른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대상이 되는 소리를 확실히 구분해 부각해주는 기능이 뛰어났다.
◆무난한 카메라 성능…가끔씩 떠오르는 그 이름 'OIS'
카메라 성능은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4천800만화소 메인카메라와 800만화소 초광각카메라, 500만화소 심도카메라로 후면 카메라가 구성됐다.
메인카메라는 전반적으로 갤럭시 시리즈보다 실제 눈으로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촬영됐다. 갤럭시 시리즈의 경우 전반적으로 사진이 실제보다 조금 더 밝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확실히 구분이 간다. 광각렌즈로 사진을 찍을 때는 가장자리에 약간의 화면 왜곡은 있었으나 크게 느껴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일반적인 촬영 환경에서는 커다란 아쉬움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초점을 잡는 속도가 좀 느렸다.


OIS(광학식손떨림방지) 기능이 빠졌기 때문에 야간 촬영 사진의 결과물이 우려됐으나 결론적으로 나쁘지는 않았다. '나이트 뷰' 기능을 실행하고 밝기를 최대로 조절하면 저조도에서도 꽤 명료한 사진이 나온다. '쿼드 비닝' 기능으로 저조도 촬영 성능을 보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이 기능으로 인해 나이트 뷰 실행 시 최대 화소는 1천200만화소로 제한된다.
그러나 특정 상황에서 OIS 부재는 아쉽게 다가왔다. 야간에 줌을 당겨 촬영했을 때는 손떨림이 거의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나이트 뷰 촬영모드에서는 빛을 최대로 하고 촬영하지 않으면 자주 "카메라를 고정해 촬영해 달라"는 메시지가 떴다. 저조도 환경에서 촬영한 동영상은 노이즈가 상당했고 손떨림이 거의 그대로 전달돼 흔들림도 심했다. 덧붙여 망원카메라가 없어 줌은 디지털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아무래도 직접 망원렌즈로 촬영한 줌보다는 화질이 좋지 않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멀티미디어용 폰으로도 제격…게임도 원활히 작동
LG 벨벳의 AP인 퀄컴 스냅드래곤 765는 5G(5세대 이동통신) 통합칩으로, 플래그십 AP인 스냅드래곤 865보다는 한 단계 아래 모델이다. AP 성능은 2년 전 출시된 플래그십 AP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평소에 가볍게 게임을 즐기고 영상을 보는 등의 수준이라면 AP 때문에 불편을 느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넷마블의 MMORPG 게임인 'A3: 스틸얼라이브'를 1시간30분 정도 구동하면서 심각한 프레임 저하나 화면 깨짐 현상 등은 발견할 수 없었다. 동시에 많은 사용자들이 접속하는 '배틀로얄' 모드로 들어갔을 때 약간의 프레임 저하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게임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옵션을 '상'으로 맞춰 어느 정도 그래픽 수준이 확보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체감상 성능은 생각보다 좋은 셈이다.
영상 시청에는 최적이다. 세로로 긴 20.5대9 비율의 디스플레이는 가로로 돌릴 시 일반 스마트폰보다 가로가 좀 더 길어 영화관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스테레오 스피커와 인공지능 사운드는 영상 몰입감을 더욱 높이는 요소다. 특유의 편한 그립감으로 한 손으로 기기를 잡고 편하게 영상을 볼 수 있다. 다만 꽉 찬 화면으로 볼 경우 상단 중간에 배치된 노치가 약간 거슬렸다. 16대9 비율의 영상을 볼 때는 어쩔 수 없이 좌우에 검은 레터박스가 생겼다.
◆충분한 성능 발휘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출고가
이처럼 'LG 벨벳'은 전반적으로 LG전자가 언급한 '매스 프리미엄'급 성능을 발휘한다. 크게 빠지는 것 없이 두루 괜찮은 성능을 낸다. 그래도 89만9천800원이라는 출고가는 마음에 걸린다. 듀얼스크린과 스타일러스 펜까지 구매할 경우 가격은 120만원이 넘어간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가격이다. 비슷한 성능의 AP를 탑재하고 3~4개의 후면 카메라를 탑재한 경쟁사 중가형 스마트폰들의 출고가가 5~60만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LG 벨벳의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중저가 스마트폰에 멀티카메라 탑재, 특화 기능 장착 등으로 '가성비'를 추구하는 제품을 많이 늘리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사용자들은 90만원에 육박하는 기기값을 더욱 비싸게 느낄 수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LG전자는 2년 사용 뒤 반납 후 LG전자 프리미엄폰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기기값 절반을 할인해 주는 프로모션을 마련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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