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정부가 원격의료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작 난감한 쪽은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이다. 보건의료계의 반발이 심각한 가운데 지난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논의 때마다 당론으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정간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구체적 논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를 대비한 대규모 경제·산업 로드맵 '한국판 뉴딜'에서도 비대면 산업이 그 핵심 분야라는 점에서 원격의료 도입을 둘러싼 정부와 여당간 상당한 갈등 가능성이 감지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일상화된 방역의 시대에는 비대면 진료 확대와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 발굴 등 보건의료 대책의 과감한 중심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판 뉴딜 핵심 사안인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의 선제적 투자 중 원격의료에 대한 적극적 도입을 강조한 것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중앙방역대책본부 회의 이후 "본격적인 비대면 의료를 위해 의료법 개정이 필요한데 21대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도 지난 13일 민주당 의원들 대상 강연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많았지만 최근 긍정적 평가가 있어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청와대가 직접 나서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국회의 역할을 주문한 셈이다.
국내 의료법상 진료는 의사와 환자의 직접적 대면을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화상진료, 신체부착 장비들을 이용한 헬스케어 서비스는 물론 전화를 통한 진료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대형병원과 의료기기 업계, 바이오·헬스케어·ICT 업계를 중심으로 차세대 의료산업 육성에 이같은 국내 규제가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원격의료의 수요를 폭발시킨 계기는 단연 코로나19 대유행이다. 지난 2월 보건 당국이 병원 내 감염을 줄이기 위해 만성질환자들의 병원 방문을 제한하는 한편 비대면 진료를 일부 허용했다. 즉 전화상당 등을 이용한 처방이 가능해진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간 대유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각종 비대면 산업 수요가 폭발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대국민 연설에서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해야 한다"며 "비대면 의료 서비스와 온라인 교육, 온라인 거래, 방역과 바이오 산업 등 포스트 코로나 산업 분야에서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판 뉴딜 주요 지원 대상 산업들이다.
원격의료는 민주당 입장에서 결코 반갑지 않은 주제다. 원격의료가 가능하려면 의료 부문의 적극적인 규제해소가 필수다. 박근혜 정부 당시 보건의료 부문의 포괄적 규제해소를 담은 서비스발전기본법 제정,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은 당론으로 반대했다. 여당이 된 20대 국회 들어서도 현 정부 기본 경제기조인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 법안들에는 비교적 우호적이었지만 의료 관련 법안들의 경우 예외였다.
무엇보다 대한의사협회, 보건의료노조 등 의료 종사자들의 반발이 민주당으로서 가장 크게 부담되는 부분이다. 대형병원들의 영리화를 가속화시키는 한편 동네 의원을 포함한 소규모 의료시설들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지금보다 대형병원 위주로 의료 양극화가 더 극심해질 수 있다는 것인데 보건의료 인력의 대규모 실직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보건의료 산업 관련해 그간 민주당의 기본 기조가 공공의료 확대란 점에서도 맥락이 통하는 부분이다.
민주당은 일단 원격의료 관련 규제에 신중 모드다. 당 소속 의원들 중에서도 의료 영리화로 인한 공공성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지난 14일 당 정책조정회의 직후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 기념 특별연설에서 한국판 뉴딜 이야기를 강조할 때도 비대면 산업이 꼭 원격의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기획재정부가 확실히 선을 그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도 그런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우리 당과 협의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당정청의 관련 논의에서도 원격의료 또는 비대면 의료행위의 범위를 두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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