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틈에 적극적인 자사주 쇼핑에 나서 수백억원의 차익을 기록하고 있다. 주가 급락에 대한 ‘책임경영’ 의지가 결실을 맺은 셈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 19일부터 25일까지 5거래일간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식 총 817억원을 매수했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은 당시 거래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처음 보유하게 됐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3월 19일 7만2천552주(13만789원)를 시작으로 20일 3만3천826주(13만2천825원), 23일 15만561주(13만3천724원), 24일 2만9천770주(14만1천901주), 25일 1만7천50주(16만1천692원) 등 총 30만3천759주다. 이번 주식 거래로 현대모비스 주식을 처음으로 보유하게 된 정 수석부회장은 0.32%의 지분율을 확보하게 됐다.
정 수석부회장이 주식 매수에 투입한 비용은 현대차 406억원, 현대모비스 411억원 등 총 817억원이다. 정 부회장이 3월에 매수한 주식의 현재 평가액은 12일 종가 기준으로 현대차(9만1천900원) 534억2천만원, 현대모비스(17만원) 516억4천만원으로 총 1050억6천만원이다. 817억원을 투입한 정 부회장은 한 달여 만에 230억원이 넘는 차익을 기록하게 됐다.
다만 정 수석부회장은 해당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실제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서 현대차 측은 정 수석부회장의 주식 매수에 대해 코로나19 사태로 주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회사를 책임감 있게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 수석부회장이 주식 매수 활동을 시작한 3월 19일은 현대차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날이다. 이날 정 부회장은 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그동안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돼 물러났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이어 현대차 이사회 의장까지 맡으면서 3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현대차그룹을 본격적으로 이끌게 된 정 수석부회장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또한 정 수석부회장의 이번 주식 매수는 향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현대모비스를 정점에 두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다가 일부 주주들의 반대로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대모비스를 중심에 두는 큰 틀을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주식을 처음으로 확보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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