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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두산 ㊥] 중공업·인프라·밥캣 통매각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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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자구안 이행 가능성 불투명…‘밑 빠진 독 물 붓기’ 비판도 나와

[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3조원에 이르는 자구안을 마련했지만 계획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계획이 어긋날 경우 두산중공업은 물론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까지 통매각해야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밥캣을 함께 매각하라는 채권단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내 주요 대기업에 두산중공업·인프라코어·밥캣 등을 일괄매수 의사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그룹 내에서 두산중공업의 독자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 4조9천억원 가운데 올해에만 4조2천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한도대출 1조원과 외화사채 6천억원의 원화대출 전환 등 총 1조6천억원을 지원했다. 여기에 8천억원의 추가 대출을 통해 지원금은 총 2조4천억원으로 불어났다.

두산그룹은 3조원 자구안 마련 계획을 통해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이끌어냈다. 두산그룹 자구안의 핵심은 두산솔루스·두산퓨얼셀 등 알짜 자회사 매각이다. 하지만 두산 측이 생각하는 매각가격과 매수자들이 희망하는 가격 차이가 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제 가격을 받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솔루스·두산퓨얼셀의 매각가가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 두산 측은 추가적인 카드를 꺼내야 한다. 두산그룹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물건은 밥캣이 유일하다는 평가다. 밥캣은 매년 4천억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알짜회사다. ㈜두산은 두산중공업 지분 44.9%를 보유하고 있고,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3%를 들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 지분 50.5%를 보유했다.

두산그룹은 2007년 약 6조원에 밥캣을 인수하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밥캣 인수를 위해 끌어들인 차입금이 지금까지 두산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한 밥캣의 시가총액은 현재 2조3천억원 수준으로 두산인프라코아가 보유한 지분 50%의 가치는 장부가액인 1조5천억원에도 못 미친다. 두산그룹 입장에서도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마지막까지 밥캣 매각을 주저해왔다. 그동안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급한 불을 끄는데 불과했다.

마지막까지 아껴왔던 밥캣이지만 3조 자구안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면 결국 매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채권단은 두산그룹이 3조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에 따라 추가 지원을 결정할 만큼 계획이 틀어지면 밥캣 매각 압박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 밥캣 매각자금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채무변제에 모두 사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국 두 회사를 동시에 매각하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 두산중공업도 오너일가 소유로 계속 남아있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채권단 지원 조건으로 보유하고 있는 ㈜두산 주식을 모두 담보로 제공했다. 캐쉬카우인 밥캣이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 두산중공업은 미래 신성장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현금흐름이 막힐 수밖에 없다. 채권단의 지원도 결국은 대출이다. 두산중공업의 정상화를 위한 최종 수순이 결국은 매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최대주주일가 보유 주식 대부분이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돼 있는 상황에서 밥캣이 매각되면 오너일가도 현금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에서도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주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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