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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확률형 아이템, '게임=문화' 가치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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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게임, 新한류 시대] 전석환 실장 "정부 규제 도입해야"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BM)을 통해 게임이 가진 문화와 예술로서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게임이 문화·예술로 인정받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한지 되돌아보고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전석환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사업실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문제와 관련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획득하기 전까지 어떤 아이템을 구매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종의 '뽑기' 상품을 의미한다. 게임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달라진다. 다만 일부 아이템의 경우 뽑힐 확률이 매우 낮은 데다 반복 구매 등을 유도해 이용자들의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도 현재 이의 규제에 나선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를 공개토록 하는 고시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산업법 전부 개정안에 관련 내용을 입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는 자율규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적 규제시 규제 적용에 한계가 있는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석환 실장은 "국내 게임 생태계 전체가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며 "그동안 수많은 자정 기회가 있었으나 상황이 더 나빠진만큼 국가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법제화를 찬성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석환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사업실장
전석환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사업실장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한 한국게임개발자협회의 입장은.

"확률형 아이템 관련 그동안 게임업계 스스로 자정 기회가 있었지만, 바뀌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된 셈이다. 더는 자정 능력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협회 판단이다. 이제 국가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보고있다.

가령,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개별소비세 등을 도입할 수 있다. 게임산업에 치명상을 주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 제재 효과를 낼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를 전문가들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서는 안 될 것들만 사전 명시하는 식이다. 극단적으로는 청소년들에게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입장이 꽤 강경하다.

"많은 시간과 기회가 있었음에도 업계가 변한 게 없는 탓이다. 물론 업계의 자정 노력이 아예 없었다고 볼 순 없다. 그렇지만 결국 제자리걸음이고, 더이상 게임산업 진흥, 일자리 창출 등과 같은 말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현재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국내 게임 생태계 전체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주로 대형 개발사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쓰는 방식이다. 실제 인디 게임이나 소형 개발사들은 이 같은 사업모델(BM)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대형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사용해 시장을 주도하면서 국내 게임산업 전반에 일종의 '게임 포비아(혐오)'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우리나라 게임은 믿고 피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이런 인식이 지속되면 국내 게임 생태계는 결코 건강해질 수 없을 뿐다. 해당 BM을 사용하지 않은 중소형사 및 인디 게임까지 모두 피해를 받는다. 협회가 확률형 아이템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는 자율 규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만 명시한 규제는 사실상 본질 호도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의 진짜 본질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그에 초점을 맞춰 개선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배제한 채 단지 확률이 얼마라고 명시하는 것만으로는 불만을 가진 게임 이용자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 실제로 이용자들도 업계 자율규제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파레토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상위 20%가 전체의 80%을 독식한다는 뜻이다. 국내 게임산업 구조도 이와 같다. 게임산업은 매출 상위권 업체들이 전체 산업 매출의 절반 이상을 가져간다. 그 상위 업체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하지 않으면 게임산업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계속 나빠질 수밖에 없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해 게임업계에 '뽑기'와 '사행성'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경우 아무리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을 외쳐도 결국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정부 규제 외 다른 대안이 있다면.

"방안은 다양하다. 가령, 확률형 아이템에 마일리지와 같은 형태를 도입해 일정 횟수 이상 뽑았을 경우 아이템이 나오도록 보정하는 방식 등을 개발사들이 보완책으로 마련하는 것이다.

사실 '뽑기'라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종의 '쉬운 길'이다. 그런 점에서 업계 리더격인 대형사들이 새로운 BM을 개발하기보다 쉽게 가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중형사들도 대형사들의 BM 구조 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업계 리더들이 나서서 새로운 BM 구조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확률형 아이템 등을 최소화 '착한 게임'으로 불린 '듀랑고'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듀랑고가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실패한 것은 아니다. 듀랑고 개발에 참여했던 게임사 개발자들은 이를 통해 많은 경험을 얻었다. 이 같은 경험이 쌓일수록 대한민국 게임의 경쟁력은 좋은 쪽으로 발전할 것이다.

아울러 이제는 개발자들도 함께 BM을 고민해야 한다. 게임의 성패는 사실 어떤 BM을 썼느냐에 달린 게 아니라 게임 본연의 재미를 바탕으로 한 이용자들의 플레이 지속성에 있다. 이용자들이 계속 플레이 하게 하는 것은 게임 개발자들 몫이다. 일선 게임 개발자들도 건강한 BM을 고민하고, BM 전문가와 사업부 등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최근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이 경기게임마이스터고 교장으로 취임했다.

"경기게임마이스터 고등학교는 게임 분야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경기도 교육청, 안양시 등이 예산을 지원한 정부 주도형 게임 분야 특성화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16일 유튜브 채널로 개교식 및 입학식을 진행했다.

그동안 게임에 특화된 고등학교들이 있기는 했으나 대학 진학 대신 현업에서 바로 일할 수 있는 게임 개발자 양성 마이스터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 콘텐츠를 특화 과목으로 선택한 고교들은 일반적으로 입시 관련 커리큘럼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마이스터고는 현장에 최적화된 커리큘럼을 갖고 3년간 아이들을 교육하게 된다.

현재 게임 마이스터고에 협회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개발자 선배 입장에서 협회가 후배들에 어떤 유산을 남겨줄 수 있을 지 많이 고민했고, 2년 가까이 자문을 하면서 개교 준비 과정을 지원해 왔다. 정부에서 공들인 자산인 만큼, 앞으로 건강한 게임산업을 이끌 미래 게임 개발자들을 키우는데 게임마이스터고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목표는 소수 대형 개발사를 위한 인재가 아닌,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향후 10~20년을 책임질 인재 양성이다. 이를 위해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교육이 실시될 예정이다. 중소 개발사 개발자는 한 분야에 특화되기 보다 모든 것을 다 할 줄 아는 게 중요해서다.

또 개발자로서 갖춰야할 도덕적 가치 등을 글로벌 수준에 맞추기 위해 인성교육과 전인교육 등도 함께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게임 산업의 허리와 뿌리가 될 중소 개발사 및 인디게임 개발자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크리에이티브 길드장이다. 최근 활동이 있나.

"협회는 공대위 주요 참여 기관이며 게임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게임스파르타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게임디톡스 사업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와 관련 민관협의체가 운영되다보니 공대위에서는 예전처럼 선제적으로 대응하지는 않고 있다. 민관협의체가 진행하는 연구 등을 지켜보고 있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다시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사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활동은 게이머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을 향한 지속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 협회는 앞으로도 공대위 활동 및 자체적인 게임질병코드 반대 활동을 계속 할 예정이다."

◆국내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게임업계에 우호적인 분들은 보통 게임산업의 매출과 수출액이 얼마나 많은 지 이야기한다. 그러나 한국 게임이 그에 비견하는 문화적 힘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액수가 얼마나 큰지만 말할 게 아니라 게임이 실제 문화와 예술로 가치를 인정받도록 개선 방안과 앞으로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공대위 활동을 하면서 게임은 문화이자 예술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러나 뽑기 아이템과 같은 잘못된 BM을 통해 문화와 예술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문화와 예술로 인정받는 게임이 되려면 어떤 게 필요한지 되돌아보고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또 대형사와 중형사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인디게임 개발자와 중소 게임사에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정부 지원 제도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정부 지원 사업 방향은 중소게임사에 필요한 바우처 제공 및 게임 개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만한 제도 등으로 실효성 있게 전환돼야 한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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