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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깍두기'된 과기계, "우리는 도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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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연, 주요 정당 총선 과학기술 공약 비교 포럼 개최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정책 방향성도 없고 정당간 차별성도 없다. 공약의 양도 질도 다 낙제점이다. 구체성도 실현가능성도 떨어지는 하나마나한 공약이 재탕삼탕 반복된다. 과학기술계 출신 후보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총선에서 과학기술계는 "깍두기", "찬밥", "뒷전", "도구"가 됐다는 표현이 쏟아지고 있다. 최대 현안인 감염병 대처를 포함해 과학기술과 관련되지 않은 국가적 과제는 별로 없지만, 국가 과학기술 정책을 어떻게 혁신하고 발전시켜야 할 지에 대한 정치권의 비전도 전문성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하 과실연)이 개최한 '4.15총선, 주요 정당의 과학기술 공약을 비교한다' 주제의 온라인 포럼 참석자들도 정치권의 과학기술 전문성 부재와 과학기술계 홀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바른 과학기술사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은 7일 '4.15총선, 주요 정당의 과학기술 공약을 비교한다'를 주제로 온라인 포럼을 개최했다.[최상국 기자]
바른 과학기술사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은 7일 '4.15총선, 주요 정당의 과학기술 공약을 비교한다'를 주제로 온라인 포럼을 개최했다.[최상국 기자]

과실연 총선공약분석특별위원회가 분석한 '4·15 총선 주요 정당 과학기술 공약'에 따르면 주요 5개 정당의 과학기술 관련 공약 수는 △더불어민주당 23개 △미래통합당 8개 △민생당 2개 △정의당 7개 △국민의당 27개 등이었다. 특히 과실연 회원 50명이 △과학기술 관련성 △실현가능성 △내용의 구체성을 기준으로 평가한 각 정당 과학기술공약의 점수는 5점 만점에서 △더불어민주당 2.11점 △미래통합당 2.17점 △민생당 1.99점 △국민의당 2.05점 △정의당 1.9 점 등에 그쳤다.

분석을 주도한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과실연 집행위원장)는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새로운 선거제도와 코로나19등 이슈에 적응하느라 총선공약이 전체적으로 부실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과학기술 '관련' 공약 외에 이번 총선에 과연 과학기술 공약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박상욱 서울대 지구환경학부 교수는 "과학기술 공약은 사실 총선보다는 대선 이슈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이렇게까지 찬밥인 경우는 없었다"면서 "과학기술계가 (정치권에) 분명히 경고해야할 상황"이라고 말했고,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총선, 대선과 비교해 이번 총선에서는 과학기술 공약이 정말 깍두기가 됐다"고 표현했다.

박상욱 교수는 더 나아가 과실연 총선특위의 공약 평가에서 꼴찌 점수를 받은 'AI(인공지능)인력 100만명 양성'을 지목하면서 "학생들은 이런 공약을 보면 '우리가 양성돼야 하는 도구냐'고 반발할 것"이라며 "과학기술의 도구화, 뒷전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토론자들은 정당간 공약에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안준모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공약만으로는 당을 평가하기 힘들정도로 대동소이하다"며 "정책에 대한 철학의 부재"를 꼬집었다. 김소영 교수는 "예전에는 정당별 뚜렷한 색깔이 있었는데 지금은 별로 차이점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박상욱 교수도 "탈원전 정책에 대한 입장차이를 빼면 공약을 서로 섞어놓아도 모를 것"이라고 비꼬았다.

과학기술계 후보자들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김소영 교수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과학기술계 국회의원이 29명 당선된 반면 이번 21대 총선에는 후보자가 20명 밖에 안된다"고 우려했다. 박상욱 교수는 "지난 총선과 달리 비례대표 선순위에서 과학기술인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고, 안준모 교수는 국회의 과학기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과학기술인을 비례대표로 할당하고, 장기적으로는 전체 국회의원들의 과학적 소양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총선 이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지웅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과학기술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과학기술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정치권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과학적·합리적 공약을 제시할 수 있도록 과기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준모 교수는 "4차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관련 규제의 영역에서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경제 확산에 대한 준비, 보호무역주의와 기술분리주의 확대 시대에 우리나라가 투자해야 할 부분에 대한 선별, 소부장과 코로나의 2연타를 맞은 과학기술 R&D의 방향성 재정립 등 산적한 문제들에 대해 균형을 갖춘 정책 개발이 필요하며 다음 대선에서는 이런 고민이 바탕이 된 공약들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소영 교수는 과학기술계가 반성해야 할 부분도 언급했다. "지난 총선 때는 과학기술 공약이 매우 많고 구체적이었지만 공약이 실제로 얼마나 추진 집행됐는지 과기계가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박상욱 교수는 "모든 이슈는 정치와 과학이 결부돼 있다. 국정 전반에 과학기술적 합리성이 기본 탑재될 수 있도록 과학문맹타파운동을 펼치는 한편 과학기술계도 정치 리터러시를 기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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