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만성화된 불황을 뛰어넘기 위한 식음료업계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1인 가구의 확대를 겨냥한 소포장 및 가정간편식(HMR),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펀슈머'를 겨냥한 신제품 출시 및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신사업 역량 갖추기도 불황을 뚫기 위한 전략이다.
25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각 식음료기업들이 불황의 파고를 넘기 위한 신사업 발굴에 한창이다. 업계는 이 같은 다양한 시도가 인구변화와 밀접한 궤를 이루고 있다는 시각이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구조의 변화다. 본격적인 고령화사회 및 인구절벽을 맞이해 저연령층 인구가 줄면서 제과 시장이 얼어붙고, 1인 가구 증가로 기존과 같은 형식의 포장 제품 인기가 떨어지는 등의 사회 트렌드 변화가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업계의 신사업 발굴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글로벌시장으로 눈길을 돌린 배경이다.
◆"내수는 좁다"…글로벌 업계 공략 전념하는 업계 '큰 손'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0조 원을 창사 최초로 돌파한 CJ제일제당은 올해 수익성 강화를 위한 사업구조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전략을 다시 세우고, 미국과 중국, 베트남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질적 성장에도 나선다. 특히 그동안 CJ제일제당의 식품 사업 부문을 총괄해 온 강신호 신임 대표의 리더십 아래 '비비고' 등 브랜드를 앞세운 글로벌 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바이오사업 부문에도 핵산, 트립토판 등 고수익 제품 생산 및 판매를 확대하고 연구·개발(R&D)을 바탕으로 원가 경쟁력도 높일 방침이며, 바이오(BYO) 유산균 등을 앞세워 건강기능식품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농심은 주요 사업영역인 라면을 중심으로 내수 및 글로벌 시장에서 실적을 성장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미국 시장 주력 제품인 건면과 함께 최근 영화 '기생충'으로 인해 촉발된 '짜파구리 열풍'을 미국 시장에서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최근 출시한 '라이필 더마 콜라겐'을 앞세워 건강기능식품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며, 홍보 및 마케팅 역량을 높이기 위해 신현주 농심기획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주총에 상정시켰다.
풀무원도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다. 지난해 만두 시장의 판도를 뒤흔든 '얇은피꽉찬속 만두'의 성공을 지속적으로 이어감과 함께, 미국 현지에서 '나소야'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는 김치 및 두부의 시장 점유율 확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또 일본과 중국에서도 차별화된 제품력을 앞세워 손익 개선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사업 확장 통한 신시장 개척…"하나만 잘하면 모자라"
기존에 도전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매일유업은 오는 2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상품 중개업 사업 진출을 위한 신규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또 국순당은 신규사업 목적에 기타 금융업을 추가했다.
CJ프레시웨이는 의료기기, 의료용품, 도·소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신세계푸드도 오는 18일 예정된 주총에서 산업용 농·축산물 및 동·식물 도매업, 공물 가공품·전분 및 제품 제조업, 자연과학 및 공학 연구개발업, 전시 및 행사 대행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올리며 다방면의 사업 진출 의지를 내비쳤다.
급식·식음료 유통 사업에 집중해 왔던 아워홈도 '아워홈몰'을 앞세워 온라인 위주로 소포장, 연화식 등 HMR 신제품 라인업을 확장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산하의 현대그린푸드는 최근 경기도 성남시에 '스마트 푸드센터'를 가동시키며 기존 단체급식사업과 식자재 유통사업을 넘어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생산하며, 지난 2017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연화식을 앞세워 케어푸드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출시한 '제주용암수'를 중심 축으로 삼아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노린다. 오리온은 지난 2017년부터 프리미엄 디저트, 생수, 간편대용식(CMR), 건강기능식품 등을 4대 신사업으로 삼고 초코파이 하우스, 마켓오 네이처 등 브랜드를 출시해 시장에 안착시킨 바 있다. 다만 건강기능식품은 아직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로, 당분간 시장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튀어야 산다"…상상 못 할 이종 산업 콜라보도 이어져
최근 동서식품은 글로벌 유명 캐릭터 '무민'과 함께한 '맥심X무민 스페셜 패키지'를 한정 판매했다. 이는 카카오프렌즈와 키티버니포니에 이은 맥심 세 번째 콜라보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백팩, 아이폰11 진로 콜라보 케이스에 이어 휴대폰 케이스 제조업체 슈피겐과 손잡고 '갤럭시S20 진로 콜라보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 케이스는 귀여운 외모로 높은 관심을 얻고 있는 진로 시그니처 캐릭터 두꺼비를 전면에 내세워 2030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삼양식품은 애경산업과의 콜라보를 통해 흔히 상쾌한 맛을 떠올리게 되는 치킨에 베스트셀러 '불닭볶음면'을 더한 '2080 호치치약'을 출시했다. 불닭볶음면 소스처럼 빨간색을 치약에 적용해 콘셉트를 담았고, 시원한 멘톨 성분을 더해 재미있는 양치가 가능하게 했다.
또 팔도는 에이블씨엔씨 미샤의 '블랑비비'와 협업해 '팔도 BB크림면 기획세트'를 출시하며 뷰티 업계와의 콜라보 상품을 선보였으며, 오뚜기는 한섬 '시스템옴므'와 손잡고 한정판 의류·라면 세트를 출시한 바 있다.
자체상표(PB) 상품을 활용한 편의점 업계의 콜라보 상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GS25는 인기 크리에이터 '펭수'와 협업한 참치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였으며, CU는 화이트데이를 맞아 구두약으로 유명한 '말표산업'과 손잡고 이색 뷰티 선물세트를 론칭해 관심을 끌었다.
특히 CU는 이번 콜라보에 앞서 곰표 팝콘, 탐앤탐스 떡볶이, 베스트셀러 서적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 차별화된 콜라보 상품을 연이어 선보이기도 했다.
또 세븐일레븐은 문학 출판사 창비(창작과 비평), 빙그레와 함께 문학 상품을 담은 '감성밀크티, 감성아메리카노' 등 2종의 음료를 출시했다. 이에 앞서서는 계열사 롯데제과 등과 협업해 '가나 팝콘, 야쿠르트 젤리' 등 다양한 분야의 컨버전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업계 "머물면 살아남을 수 없어…할 수 있는 것 다 해봐야"
업계는 이 같은 다양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상품 품질이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돼있어 상품 차원에서의 혁신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가 이끄는 소비 트렌드가 수시로 변동되는 만큼 이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영역을 뛰어넘는 콜라보, 컨버전스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이를 통해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여러 방면에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또 라면·스낵·청량음료 등 기존 소매시장의 성장세가 꺾였고, 이들 시장이 인구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다시 성장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수에 주안점을 둔 경영전략은 더 이상 높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과거 국내 시장과 비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동남아 시장 등을 적극적으로 공략함은 물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 브랜드의 영향력이 적은 미국·유럽 시장 등에서의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재도약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현재 국내 식음료 업계에서 유일하게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칸타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매년 3~5% 수준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올해 시장 규모는 4조7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어 내수 시장에만 머무르는 기업은 성장은커녕 살아남기 벅찬 상황에 몰리게 될 수도 있다"며 "기존에 하지 않았던 사업에 도전함은 물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려는 시도는 현시점에서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식품업계는 소수의 베스트셀러 상품을 내세워 큰 변동이 없는 시장을 공략하며 성장해 왔지만, 지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유행이 바뀌고 소비자 개개인별로 선호하는 상품이 뚜렷하게 갈리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는 소비자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잡아끌 수 있는 특성이 있는 상품이 곧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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