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악화로 실적부진을 기록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발 유가쇼크까지 이중고를 앓게 됐다. 국제유가가 10% 넘게 폭락하면서 불확실성이 심화됐고 결국 국내 정유업계의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1조5천억원 증발했다.
9일 외신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국이 모인 OPEC+는 지난 6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원유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OPEC은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각각 100만배럴, 50만배럴씩 추가 감산하자고 주장했지만, 러시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초 이들 산유국은 코로나19 위기 확산에 따라 원유 수요가 감소하자, 추가 감산을 통해 국제유가를 안정화시키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돌연 추가감산을 거부하고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셰일을 통해 원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는 폭락했다. 지난 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0.1% 급락한 배럴당 41.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6년 8월 이후 최저치다. 두바이유 역시 8.05% 감소한 45.71달러를, 브렌트유도 9.44% 내린 45.27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로이터는 추가감산 협상이 결렬되면서 사우디 아람코가 다음달부터 일일 생산량을 1천만배럴로 늘릴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아람코의 일평균 산유량은 970만배럴이다. 원유생산량이 30만배럴 늘어나면서 유가 하락은 계속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2분기 브렌트유가 배럴당 35달러, WTI는 30달러까지 주저앉을 것으로 분석했다. 엑손모빌 중동 담당 선임고문 알리 케더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올해 유가 20달러 시대가 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제유가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국내 정유주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8.24% 떨어진 9만9천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쓰오일 역시 9.8% 감소한 5만8천원에 거래됐다. 이로써 이날 하루에만 두 상장사 시가총액이 무려 1조5천억원 증발했다.
국내 정유업계의 입장에서는 유가 하락은 원가하락으로 이어져 단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하락은 장기적으로 스프레드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불확실할 경우 제품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장기적으로 스프레드는 오히려 악화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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