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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에 눈먼 인천공항 免, 코로나19 덮치자 '유찰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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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부담에 매출 보장됐던 DF2 인기 ↓…"공사 측 고가 정책 손 봐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이 고가의 임대료 정책을 견지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겹치자, 결국 유찰의 굴욕을 당했다.

전 세계 매출액 1위라는 인천공항의 명성 때문에 면세점들은 그 동안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브랜드 가치 상승을 위해 '쩐의 전쟁'을 벌이며 욕심을 부렸지만, 인천공항공사의 계속된 임대료 횡포에 부담을 느끼고 이번 일부 구역 입찰에 줄줄이 포기의사를 밝혔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7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대기업 면세 사업권 5곳인 DF2·DF3·DF4·DF6·DF7에 대한 사업제안서를 마감했지만, 향수·화장품을 판매하는 DF2와 패션·잡화 구역인 DF6의 사업권이 유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이번 입찰 대상은 올해 8월 계약이 끝나는 대기업 사업권 5개, 중소·중견 사업권 3개 등 1만1천645㎡다. 입찰 대상 구역은 ▲DF2(화장품·향수) ▲DF3(주류·담배·포장식품) ▲DF4(주류·담배) ▲DF6(패션·잡화) ▲DF7(패션·잡화) ▲DF9(전 품목) ▲DF10(전 품목) ▲DF12(주류·담배) 등이다.

이 중 DF2·4·6은 신라가, DF3과 DF7은 각각 롯데와 신세계가 운영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구역 3곳 중 DF9는 SM, DF10은 시티플러스, DF12는 엔타스듀티프리가 맡고 있다. 이 사업자들이 지난해 인천공항 T1 면세점에서 기록한 매출은 1조2천억 원 가량이다.

면세점 운영 계획을 담은 사업제안서와 가격제안서를 접수 받은 인천국제공항은 다음주에 종합평가를 한 뒤 3월 중순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관세청이 4월 중 심사를 통해 특허를 내 사업자가 최종 선정된다. 면세점 영업은 9월부터 시작된다.

◆몫 좋은 DF2 유찰…높은 임대료가 문제

이번 입찰에서 업체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곳은 DF2 구역이다. 이곳은 향수·화장품을 판매하는 구역으로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내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많은 업체들이 탐내는 곳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나친 고가의 임대료 탓에 부담을 느낀 업체들은 모두 이번에 DF2 입찰을 꺼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측은 DF2 구역의 1차년도 최소보장금(임대료)를 1천258㎡(약 380평)면적에 연간 1천161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업들이 경쟁에 참여하게 되면 낙찰가는 더 높아져 적자가 불가피한 상태다.

패션·잡화 사업권인 DF6도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단독으로 입찰,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다. DF6의 첫 해 최소보장금은 441억 원으로, 4차년도부터 해당 금액에 112억 원 이상의 최소보장금이 더해지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탓이다.

반면, 이번 입찰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곳은 DF7(패션·잡화) 사업권이다. 기존에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던 패션·잡화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해당 구역에 제시한 최소보장금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영향이 컸다. 이곳의 1차년도 최소보장금은 406억 원이다.

이 외에도 주류·담배를 판매하는 DF3·DF4 구역은 롯데와 신라가 운영권을 두고 다투게 됐다. 각 구역의 1차년도 최소보장금은 679억 원, 638억 원으로, DF3는 4차년도부터 264억 원의 최소보장금이 더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 김포, 대구 등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공항 면세점은 매출에 따른 영업요율이 적용되고 있음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정임대료 방식인 인천공항 면세점은 해가 지날수록 임대료 부담이 더 커지면서 적자가 불 보듯 뻔해 효용성 측면에서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이번 일 외에도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문제는 업계의 고민거리였다. 지난 2018년 롯데면세점이 임대료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4개 사업권 중 주류·담배 사업권(DF3)을 제외하고 모두 반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롯데면세점은 2015년 3월 인천공항 면세점 3기 사업 입찰 당시 매년 50% 이상 늘어나던 중국인 관광객 매출 성장세 등에 맞춰 임대료를 산정했으나,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직격탄을 맞으며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사업권을 중도 포기했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 1기, 2기 때 각각 4천45억 원, 2조 원의 임대료를 납부했지만, 3기 임대료는 전기 대비 2배 이상 오른 4조1천422억 원을 부담했다. 이로 인해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은 2016년부터 2년간 약 2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중소·중견면세점인 삼익면세점도 같은 해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조기 반납했다. 2017년에 약 404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오히려 90억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공사 측을 상대로 임대료 감액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잘 풀리지 않자, 결국 인천공항공사에 71억 원 가량의 위약금을 지급하면서도 매장 철수를 결정했다.

당시 삼익면세점 관계자는 "2018년 1분기도 적자가 계속되는 와중 임대료가 두배 이상 올랐다"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업체들의 불만과 반발이 계속되자, 공사 측은 2018년에 한 차례 임대료를 27.9% 인하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인근에 인천공항 제2터미널 개항에 따른 이용객 감소를 고려해 면세업체들이 임대료 감면 요구를 계속한 영향이 컸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 측이 제시한 안은 사실 면세점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신세계도 지난 2018년 롯데가 반납한 자리에 들어가면서 무리하게 베팅해 연간 500억 원에서 1천억 원 가량 적자를 보며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免, 임대료 인하 요청…인천공항 '묵묵부답'

면세업계는 '코로나19'로 매출이 60% 가량 급감하자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대료 감면을 요청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출국하는 이용객 수가 급감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하루 평균 20만 명이었던 이용객 수는 이달 23일 10만 명 수준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그러나 인천공항 면세점이 매출과 업황에 상관없이 고정된 금액을 임대료로 내는 '최소보장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탓에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앞서 공사는 신종인플루엔자와 금융 위기가 불거진 2009년 3월에 1년간 출국장 면세점 영업료(임대료)를 10% 감면해준 바 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있던 2015년 8월에는 항공사 착륙료를 면제해줬다. 하지만 항공사 착륙료 면제로 인해 당시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을 적게 내려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탓에 이번 임대료 인하 요구에는 더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해외에서 '코로나19' 여파로 각 지역의 공항들이 임대료 감면에 나서고 있는 것도 업체들에겐 명분이 됐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은 2월부터 임대료를 6개월간 50% 할인해주기로 했고, 태국공항공사 역시 내년 1월까지 6개 공항의 월 임대료를 20% 낮춰주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은 급감하는데 단순히 영업 시간을 줄이고, 무급 휴직에 임금 삭감 등을 업체들이 실시한다고 해서 어려움이 해결되진 않을 듯 하다"며 "한시적으로라도 최소보장액이 아닌 매출에 따라 임대료를 내는 영업요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공사 측이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사 측은 업계의 간절한 임대료 인하 요청에도 아직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 입찰전에도 고가의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업체들이 명분보다 '수익성'을 앞세워 무리하게 베팅하지 않으면서 '유찰'이 발생한 것으로 업계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 측이 업체들의 임대료 감면 요청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태여서 업체들이 입찰가를 정하는 데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안다"며 "최대 10년까지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어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긴 하지만, 어려운 영업 환경 속에서 늘어나는 적자 부담이 업체들의 결정에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일각에선 인천공항 면세점 4기의 매장 운영 시작일이 오는 9월이라는 점 때문에 공사 측이 입찰가 인하도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이번에 유찰된 DF2·DF6 구역에 대한 추가 입찰을 진행한다고 해도, 동일 조건으로 공고되기 때문에 재유찰될 가능성은 높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입찰에서 유찰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 입찰 시 동일 조건에서도 재 유찰되면 공사 측이 임대료에 대한 최초 설정 금액을 조정할 수 있겠지만, 고가의 임대료 정책을 계속 유지한다면 선뜻 나설 업체는 없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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