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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하이재킹'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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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업계에 '하이재킹'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하이재킹(hijacking)은 '비행기 불법 탈취'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종의 테러다. 세계 질서까지 흔들어놓은 '9.11 사건' 때 사용된 여객기도 하이재킹된 것이었다.

인터넷에도 하이재킹이 있다. 비행기 하이재킹이 승객과 비행기를 납치한다면, 인터넷 하이재킹은 네티즌과 URL, 도메인을 '납치'한다.

예를 들어보자. 포털 사이트 '다음'에 들어가려는 네티즌이 있다. 그는 웹 브라우저 주소창에 'www.daum.net'을 입력할 것이다. 이 때 당연히 포털 사이트 '다음'이 뜨기를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엉뚱한 사이트가 올라온다. 본인은 부산행 비행기를 탔는데, 엉뚱하게 러시아로 가버린 꼴이다.

이 경우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포털 사이트 '다음'으로 가게 하는 일종의 인터넷 주소 규약인 'URL'이 하이재킹 당했을 수도 있다. 누군가 '다음'으로 가게 하는 URL를 가로 챈 뒤 대신 엉뚱한 URL을 보내준 결과인 것.

하이재킹에는 대개 2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해커가 '유명세'를 얻기 위해 실험삼아 해보는 것이다. 또 비행기 하이재킹에는 대개 뚜렷한 정치적 목적이 있듯이,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하이재킹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든 인터넷 질서를 파괴하는 심각한 행위다.

그런데 최근 국내 인터넷에서 이런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정확한 사실 관계를 규명하고 원인을 제거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최근 벌어진 인터넷 하이재킹 현상

인터넷에서 자신이 원하는 웹 페이지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웹 브라우저 주소 창에 'www.daum.net'과 같은 도메인 네임을 입력해야 한다. 자주 가는 곳은 '즐겨찾기' 해두는 방식도 있으나 기술적으로는 결국 주소창에 도메인 네임을 입력하는 것과 같다.

문제는 영문 도메인을 입력하는 게 불편하다는 점.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한글 키워드'라는 것을 만들었다. 주소창에 한글을 입력하면 누군가 이를 영문 도메인으로 바꾸어 원하는 사이트로 가도록 해주는 것이다. 일명 '한글 키워드 검색 서비스'다.

중요한 것은 한글 키워드든, 영문 도메인이든 일정한 규약에 의해 항상 똑같은 사이트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게 주소다. 똑같은 주소를 써도 가는 곳이 달라진다면, 주소로서 의미가 없다. 본인의 집으로 배달하려는 소포가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것과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인터넷에서는 이런 현상이 잦아졌다.

예를 들어 '부동산'이라는 한글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얼마 전에는 항상 똑같은 사이트로 이동했는데, 최근에는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거나, 검색 페이지를 올려주는 경우가 생겼다. 기존 주소 체계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이다.

사용자로서는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사실 한글 키워드는 그럴 개연성이 늘 있었던 셈이다.

한글은 원래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국제 주소 체계가 아니다. 영문의 복잡한 주소 체계를 한국인이 좀 더 쉽게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부가서비스다. 특히 이 서비스의 경우 민간 업체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업체에 따라 서비스 결과 값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문제는 영문 도메인까지 바꿔치기됐다는 점이다.

한글 키워드의 경우 기본적으로 중간에 누군가 작업을 해 영문 도메인으로 바꿔주기 때문에 애초부터 결과가 달라질 개연성이 있지만 영문 도메인은 그게 최종 주소이기 때문에 절대 바뀌면 안된다. 그것은 비행기 목적지가 바뀌고, 소포 주소가 바뀌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최근 2~3일 동안 이런 일이 벌어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go.internet-search.co.kr', 'find.internet-search.co.kr', 'search.digitalnames.net' 따위의 특정 도메인을 주소창에 입력하면 엉뚱한 곳으로 가거나 아예 페이지가 열리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www.daum.net'을 입력했는데 경쟁 포털 네이버로 이동하거나 창을 뜨지 않는 것과 같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이 회사 서버에 특별한 기술적 문제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하이재킹 때문이라 보고 경찰청 산하 사이버테러대응센터와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해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글 키워드 하이재킹으로 시작

이런 일의 배경에는 '가열된 한글 키워드 시장의 경쟁'이 있다.

국내 한글 키워드 검색 시장은 그동안 넷피아(대표 이판정)라는 회사가 거의 독점해 왔다. 넷피아만 서비스를 할 때는 웹브라우 주소창에 한글 키워드를 입력하면 동일한 사이트로 이동했다. 넷피아 독점이었기에 그랬다.

그런데 최근 디지털네임즈, 유비즈커뮤니케이션즈 등 경쟁업체가 출현했다. 당연히 한글 키워드 선점 전쟁이 벌어지게 됐다. 넷피아에 대응, 후발업체인 디지털네임즈와 유비즈가 연합하는 방식으로 경쟁구도가 짜여졌다.

문제는 경쟁체제가 되면서 똑같은 한글 키워드를 입력해도 결과가 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회사마다 서비스 방식에 다르기 때문이다. 소비자로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일 수 밖에 없다.

당연히 경쟁에서 선공을 취한 것은 유비즈 등 후발 업체 쪽이다.

유비즈 쪽은 새로운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넷피아가 서버에서 한글 키워드를 영문 도메인으로 바꿔주는 방법을 쓰고 있는 데 반해 유비즈는 사용자 PC에 소프트웨어를 깐 뒤 PC에서 영문 도메인으로 바꾸는 방식을 썼다.

따라서 한글 키워드 획득 속도는 유비즈가 빠르다. 입력한 한글 키워드가 서버로 이동하기 전에 PC에서 받을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수고가 필요하다. 사용자가 일일이 PC에 자사의 SW를 깔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비즈는 이를 위해 벅스 등 대형 닷컴 업체와 제휴, 이 SW를 네티즌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플러그인 SW 전략을 썼다.

그 결과 상당한 네티즌이 이 SW를 다운받아 설치하게 됐고, 이를 설치한 사용자는 넷피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게 됐다. 특히 과거와 같은 한글 키워드를 입력해도 넷피아 서비스와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는 경우가 생겼다.

넷피아로선 화날 일이다. 이판정 넷피아 사장은 이를 "도둑질"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특히 "인터넷 규약상 주소창에 입력한 내용은 반드시 도메인네임서버(DNS)로 이동해야 하는데 유비즈 등의 SW는 DNS 서버 경로를 거치지 않는 등 인터넷 질서를 파괴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비난하였다.

김수현 유비즈 사장은 이같은 비난을 일축하였다.

김 사장은 "한글 키워드 검색 시장에서 키워드 획득 속도 경쟁은 정당한 기술 경쟁"이라며 "유비즈 방식이 넷피아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비즈 방식도 결국은 DNS를 거치게 된다"고 설명하였다.

PC에서 한글 키워드를 획득하는 방식이 '도둑질'인지, '기술경쟁'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유비즈가 더 빠르다는 사실에 있다.

◆ 영문 URL 하이재킹으로 확전

그러자, 1차 전에서 불리해진 넷피아가 기술적 반격에 나섰다.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21일부터 디지털네임즈의 SW를 설치하고 온세통신의 DNS를 사용하는 네티즌의 경우 주소창에 '한글 키워드'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넷피아 사이트로 넘겨지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디지털네임즈의 검색 관련 영문 URL인 'search.digitalnames.net'을 입력하면 해당 페이지를 찾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고 있다.

김수현 유비즈 사장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소비자 신고로 그런 현상이 있음을 알고 자체 서버에 문제가 없는 지 살펴보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search.digitalnames.net'이 경쟁업체에 의해 하이재킹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티즌이 유비즈 및 디지털 네임즈의 서버로 가고자 할 때 누군가 고의적으로 이를 방해했다는 설명이다. 'URL 하이재킹'이라는 뜻이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만약 그 일을 한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다음'이나 '국가 기관' 사이트도 접근 못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특히 "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라며 "만약 URL 하이재킹이 확실하다면 중대 범죄에 해당하는 사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URL 하이재킹은 대형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의 DNS 서버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가적 재앙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김 사장은 또 고소 고발 등 법적 대응도 강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판정 넷피아 사장은 "도둑질을 누가 먼저 했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비난하며 "'인터넷 질서에 파괴적'인 SW가 도둑질한 것을 원상태로 복원하는 기술을 썼지 하이재킹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넷피아와 제휴 관계에 있는 온세통신 측도 넷피아와 공동으로 자료를 내고 "도메인 하이재킹이 아니라 환원 기능이다"며 "넷피아는 2001년 12월 19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를 통해 인증된 '인터넷 키워드 서비스용 클라이언트 프로그램과 키워드네임 서버간의 연결표준(표준번호 TTAS.KO-10.0127)'을 충실히 따르고 있으며, 이용자가 인터넷키워드 주소를 질의할 때 해당 객체주소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용자가 지정한 네임서버를 통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사용자가 주소창에 한글 키워드를 입력하였을 때 그 값은 네임서버로 그대로 전달되어 처리되어야 하며, 어떠한 변조 과정도 거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네임즈의 경우 플러그인의 배포를 통해, 주소창에 입력된 한글인터넷주소 값을 변조하여 처리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를 위해, 표준에 따른 한글값으로 환원하였다는 것이다.

하이재킹이냐, 비표준에 대한 복원이냐는 논쟁이 있는 것이다.

여하튼 이 문제는 법정으로 옮겨질 공산이 커진 상황이다.

◆왜 이런 하이재킹 전쟁이 벌어지나

양 쪽의 하이재킹은 완벽한 '제로섬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네티즌이 한글 키워드를 입력하면 양 쪽 어느 한 쪽만 영문 도메인으로 바꿔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쪽이 취하면 다른 쪽은 없는 것이다.

후발인 유비즈 등이 'PC에서 선점' 전략으로 나오자, 굴지의 ISP 등과 제휴한 넷피아에서는 '서버에서 삭제' 전략으로 맞선 것이다.

그 '선점'과 '삭제'에 대해 양 쪽은 각각 "도둑질"(넷피아), "하이재킹"(유비즈)이라며 비난한다. 양 쪽에서 말하는 '도둑질'과 '하이재킹'은 모두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위법한 범죄 행위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 맞고소가 이어지고 지루한 법률 논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양 쪽이 이렇게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지만, 이보다 재미있는 것은 서비스 방식과 궁극적인 수익 모델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넷피아는 익히 알려진 대로 한글 키워드를 기업이나 단체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예를 들어 '부동산'이라는 키워드를 어느 특정 업체에 판매하는 것이다. 따라서 넷피아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글 키워드를 입력할 때 넷피아의 DB, 즉 넷피아가 돈을 받은 특정 업체의 인터넷 사이트로 연결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유비즈 등은 인터넷 사이트 소유자로부터 돈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키워드와 돈 주는 업체가 곧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유비즈 등은 넷피아와 달리 소비자 정의 기능이 있다. 이는 소비자마다 특정 한글 키워드에 대해 가고 싶은 인터넷 사이트를 미리 매칭시켜 놓도록 해 그 키워드는 항상 그 사이트로 가도록 하는 기능이다. 그 다음 소비자가 지정하지 않은 사이트에 대해서는 '상식'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청와대'하면 누구나 '청와대 사이트'를 생각하듯, 상식적인 수준에 맞춰 주요 DB를 정리한다. 또 '부동산'처럼 어느 한 곳을 지정해주기 어려운 한글 키워드에 대해서는 부동산과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를 모두 검색해 그 결과 페이지를 소비자에게 알려준다. 이후 선택은 소비자가 한다. 따라서 이 회사는 한글 키워드 판매가 아니라 검색 광고가 주수입원이다.

양 쪽은 이처럼 수익 모델과 네티즌에 대한 입장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양 쪽은 네티즌이 입력하는 '한글 키워드'를 먼저 가져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숙명의 '제로섬 게임'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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