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국립오페라단이 내년에 푸치니의 ‘서부의 아가씨’를 국내 초연한다. 또 창작오페라인 나실인의 ‘빨간 바지’와 전예은의 ‘분홍신’도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올린다.
국립오페라단은 ‘오페라의 과거와 미래를 2020년 오늘로 소환한다’는 큰 주제 아래 내년에 한국 오페라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되짚어 보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의미 있는 한 해로 꾸려나갈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400년을 훌쩍 넘는 오페라 역사 속에서 여전히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주옥같은 작품을 엄선해 선보이고 역사 속 위대한 음악가의 작품을 다시금 오늘의 무대에 재현한다. 무엇보다 1950년대부터 이어져온 한국 오페라의 정착과 발전, 그리고 새로운 한국 오페라의 발견을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간다.
◆ 푸치니 ‘서부의 아가씨’ 첫선...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피델리오’도 관심
4월에 푸치니의 ‘서부의 아가씨’(4월 9~12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초연한다. 이 작품은 미국 서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당차고 영리한 여성 미니와 어느 날 마을에 숨어든 무법자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낸 로맨틱 오페라다. 푸치니 특유의 감미롭고 서정적인 선율이 특징이며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여주인공의 활약이 돋보인다.
2018년 국립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에서 신선한 해석을 선보였던 니콜라 베를로파가 연출하고 이탈리아의 마에스트로 미켈란젤로 마차가 지휘한다.

10월에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피델리오’(10월 22~25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무대에 올린다. ‘피델리오’는 베토벤이 남긴 유일한 오페라다. 프랑스대혁명 당시 남장을 하고 감옥에 갇힌 남편을 구출한 귀족 부인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베토벤이 8년에 걸쳐 작곡하고 2번의 개정을 거쳐 세상에 내놓은 걸작으로 가장 완벽한 오페라를 꿈꿨던 베토벤의 위대한 음악을 만날 수 있다.
2018년 국립오페라단 ‘마농’, 2019년 ‘윌리엄 텔’ ‘호프만 이야기’를 이끌었던 마에스트로 세바스티안 랑 레싱이 지휘한다. 연출은 2018년 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으로 호평받은 벨기에의 연출가 기 요스텐이 맡는다.
◆ 한국 오페라 새로운 미래 보여주는 나실인 ‘빨간 바지’·전예은 ‘분홍신’
내년에도 신선하고 새로운 한국 오페라 발굴을 계속 이어나간다. 지난해 최우정 작곡의 오페라 ‘1945’ 세계 초연으로 호평을 받은 국립오페라단은 오늘의 관객들이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소재와 신선한 음악의 새 오페라인 나실인 작곡의 ‘빨간 바지’와 신예 전예은 작곡의 ‘분홍신’(가제)을 선보인다.
‘빨간 바지’(3월 27~28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는 1970~80년대 강남 부동산 개발이라는 현대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소재로 빈부격차의 사회문제를 익살스러운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낸 코믹 오페라다.
최근 음악극과 오페라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곡가 나실인과 2019년 오페라 ‘텃밭 킬러’로 각광받은 작가이자 대본가 윤미현이 함께 작업했다. 최근 홀몸노인 문제를 다룬 오페라 ‘검은 리코더’를 함께 선보였던 젊은 두 창작자는 이번 작품에서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으면서도 현대의 한국인들이 함께 공감하고 울고 웃을 수 있는 신선한 오페라를 선보일 예정이다.
9월에는 신예 작곡가 전예은 작곡의 ‘분홍신’(9월 4~5일·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이 무대에 오른다. ‘분홍신’은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를 바탕으로 각색한 오페라다. 흥미로운 전개의 이야기에 세련되고 현대적이면서도 클래식한 음악적 어법을 유지한 음악을 담아 새 오페라를 내놓은 30대 중반의 젊은 작곡가는 작품을 통해 다양한 개성과 욕망을 허용하지 않고 획일화된 틀 속에 가두려 하는 집단 사회의 내제된 억압에 경고장을 던진다.
◆ 한국 오페라의 가장 빛나는 순간 되살린 ‘한국 오페라 베스트 컬렉션’
이밖에도 국립오페라단은 한국오페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잇는 무대로 ‘오페라 갈라’와 ‘한국 오페라 베스트 컬렉션’을 무대에 올린다.
2020년 제11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무대이기도 한 ‘오페라 갈라>(5월16~17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는 콘서트 형식의 갈라 무대가 아닌 각 작품의 주요장면을 함축해서 선보이는 특별한 갈라 무대로 꾸민다.
‘오페라 갈라’를 위한 국립오페라단의 선택은 베르디 ‘나부코’와 2019년 화제작인 최우정 작곡의 ‘1945’다. 해방과 독립, 화합과 화해, 휴머니즘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두 작품을 한 무대에 펼쳐낸다.

국립오페라단은 또한 1962년 창단의 둥지가 되어준 국립극장의 개관 70주년을 맞아 ‘한국 오페라 베스트 컬렉션’(5월 22~23일·명동예술극장)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 오페라사에서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긴 장일남 ‘원효’, 제임스 웨이드 ‘순교자’, 임준희 ‘천생연분’, 이영조 ‘처용’ 등 네 작품의 주요장면을 엮어 오페라 갈라 콘서트로 선보인다. 최승한이 지휘하고 최근 ‘투란도트’ ‘마술피리’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감각의 연출가 표현진이 연출을 맡을 예정이며 대한민국 정상급 성악가들이 총출동해 한국 오페라 역사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되살린다.
◆ 새 연출로 선보이는 오페라 무대의 스테디셀러 ‘라 보엠’
2018년의 화제작 ‘마농’(6월 25~28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다시 돌아온다. 마스네의 대표작인 ‘마농’은 귀족 출신의 신학생 데 그리외와 평민 출신의 소녀 마농의 격정적 사랑을 다룬다. 사랑과 유희만을 욕망하는 매혹적인 마농의 짧고 뜨거웠던 삶과 그녀의 심리적 갈등이 작곡가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화려하고 관능적인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국립오페라단의 ‘마농’은 2019년 ‘호프만 이야기’로 호평받은 프랑스 출신의 연출가 뱅상 부사르가 연출해 호평 받았던 작품이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뉘앙스가 물씬 풍기는 프랑스 오페라 미학의 절정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2020년 마지막 공연으로 ‘라 보엠’(12월 10~13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선보인다. 가난하지만 의리 있는 젊은 예술가들의 우정, 미미와 로돌포, 무제타와 마르첼로 두 커플의 사랑이야기를 주옥같은 선율, 아름다운 아리아에 담아낸 명불허전의 걸작이다. 그동안 꾸준히 ‘라 보엠’을 무대에 올려왔던 국립오페라단은 가장 아름답고 낭만적인 새 연출의 ‘라 보엠’으로 크리스마스 시즌 가족, 연인과 함께 공연을 찾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민병무 기자 min6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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