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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일본 기업' 이미지에 속앓이…계열사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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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불매운동 여파 계열사 매출 '뚝'…이미지 개선도 쉽지 않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 7월부터 본격화 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롯데'가 휘청거리고 있다. 2015년 형제간 경영권 분쟁 이후 매년 국적 논란에 휘말리고 있는 롯데는 이번에도 '일본기업'이라는 오명 때문에 각 계열사별로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된 후 롯데의 주류, 식품, 유통, 패션 사업들이 모두 직격탄을 맞았다. 유니클로, 무인양품, 아사히맥주 등 일본 기업과 함께 국내에서 하는 사업들은 불매운동의 집중 타깃이 됐고, 처음처럼, 세븐일레븐 등 롯데가 자체적으로 하는 사업들도 불매 대상이 되면서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

롯데지주 출범식 [사진=롯데지주]

불매운동이 본격화 된 지난 3분기 동안 롯데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은 하향세를 보였다. 특히 그룹 매출의 29.1%를 담당하는 유통 부문의 실적 악화가 가장 뼈아팠다. 롯데쇼핑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영향으로 지난 3분기 동안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 매출은 5.8%가 줄었다.

또 롯데가 일본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해 국내서 사업을 전개하는 업체들의 실적도 바닥을 쳤다. '유니클로' 한국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51%, 롯데쇼핑이 49%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곳으로,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70%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향으로 롯데쇼핑의 올 3분기 지분법손익은 21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 롯데쇼핑은 '유니클로'와 선긋기를 위해 2년 만에 에프알엘코리아 실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 외에 일본 양품계획(60%), 롯데상사(40%)가 지분을 갖고 있는 '무인코리아(무인양품)'와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50%), 롯데칠성음료(50%)가 함께 설립한 롯데아사히주류(아사히맥주)도 적잖은 매출 타격을 입었다. 아사히맥주의 경우 한 때 수입맥주 브랜드 순위 1위까지 오르며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불매운동 여파로 최근 발주량은 거의 '0'을 기록했다. 이에 롯데아사히주류는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지난 1일부터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납품하는 맥주 제품 가격을 내렸다.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문인 롯데주류는 이번 일로 가장 억울한 케이스로 꼽힌다. '일본 아사히가 롯데주류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소문에 끊임없이 시달리며 일본 기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기 때문이다.

또 이 같은 의혹을 기반으로 '처음처럼' 등 일부 제품들은 불매운동 대상으로 지목까지 당해 고스란히 매출 하락의 피해를 입었다. 이에 롯데주류는 현재 '롯데주류는 일본 기업'이라는 식의 허위 기사·블로그·게시물을 게재한 이들을 대상으로 고소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주류는 8~9월 일본 불매운동 등의 영향으로 소주 매출이 20% 가까이 감소하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달 소주 매출 감소폭이 10%수준까지 축소됐지만, 소주 불매운동 영향이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제과 역시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올해 '빼빼로데이'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이를 의식해 '빼빼로데이' 대신 '스윗데이' 등으로 행사명을 변경하며 규모를 축소했고, 롯데제과도 기획상품 포장지에 '롯데' 로고를 빼고 판매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빼빼로데이' 관련 매출은 올해 오르긴 했으나, 3년 만에 평일에 진행된 영향이 컸다"며 "친구나 직장 동료를 위해 '빼빼로'를 구입한 이들이 있어 빼빼로 매출이 증가세를 보였지만, 올해 불매운동 여파 때문에 기대보단 크게 늘어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 계열사별로 불매운동 여파에 따른 매출 하락이 이어지자 롯데그룹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지주·계열사 대표와 주요 임직원이 참석한 경영간담회에서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황 부회장은 "투자의 적절성을 철저히 분석해 집행하고 예산관리를 강화해 임직원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향후 발생 가능한 외환 및 유동성 위기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하지만 업계는 롯데가 당장 '일본기업'이란 오명을 지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롯데의 과거 지배구조가 경영권 분쟁을 통해 드러났고, 이 과정에서 국내 롯데 계열사들이 일본 롯데와 복잡하게 지분관계로 얽혀 있단 사실이 알려졌던 영향이 컸다.

실제로 신격호 명예회장은 1948년 일본에서 롯데를 세운 후 1967년 한국으로 건너와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국내 사업을 시작했고, 투자 과정에서 일본 롯데 자금을 활용하면서 복잡한 지분 관계가 조성됐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2017년 10월 국내에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세우면서 일본 롯데와 지분 고리를 끊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신 회장 자신이 롯데지주 최대주주가 됐고, 지주사 아래로 계열사들도 모았다. 다만 일본 롯데가 99%의 지분을 보유한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지주사 체제를 완성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주주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떨어뜨린다는 방침이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에서 들여온 자금으로 국내에 다양한 시설 투자와 고용 창출을 일으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는데,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며 "일본 롯데와 지분 고리를 끊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도 추진하고 있지만, 이 같은 노력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중들이 '일본 기업'으로 몰아가 속상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서는 '경제적 실질'을 따졌을 때 롯데가 한국 기업으로 인정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적 논란에 갇힌 것이 안타깝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 소속 대부분의 사업장이 한국에 법인 등록해 영업활동을 하며 국내 고용 규모도 상당한 만큼, 경제적 실질과 국내 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우리 정부에 1조5천800억 원의 법인세를 냈으며, 국내 매출은 2017년 기준 96조5천억 원에 달한다. 직접 고용 인원은 13만 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배당수익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은 맞지만 경제적 실질에 비해 액수는 아주 미미하다"며 "이미 많은 기업들도 외국인 주주가 많은 현실 속에서 롯데에만 '일본'의 잣대를 내세워 폄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너일가인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모두 한국 국적자인데다 롯데 스스로도 일본 기업 프레임을 벗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많이 노력하고 있다"며 "일본과 문제가 있을 때마다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고 보고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롯데가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양국간 갈등이 있을 때마다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롯데에 대한 반감으로 불매운동에 나서는 것은 자칫 우리 이웃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일본과 관계가 있다고 보고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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