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성인 콘텐츠 시장은 '조용하면서도 시끄럽다'. 모순적이다.
조용하다는 것은 성인 콘텐츠에 대한 사회 인식이 부정적인 편에 가깝기 때문에 기업의 홍보 행위가 거의 없다는 측면이다. 시장이 매년 100% 가까이 성장하고 있지만, 그런 게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끄럽다는 것은 업계 경쟁을 가리킨다. 특별한 기술 장벽이 있는 게 아니면서도 잘하면 어느 정도 수입이 보장되는 만큼 참여 업체가 많은 것이다.
이러한 모순된 구조는 시장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체 모바일 성인물 시장은 연간 100%를 약간 웃도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성인 콘텐츠 제작 업체 수는 이의 두 배인 180%∼200%에 가깝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시장은 커지면서도 개별 업체의 수익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보통 이통사에선 성인 콘텐츠 정보이용료의 80%∼90%를 제작업체에 주고 있지만, 업체 수가 300여 개에 이르다보니 사정이 좋지 않은 곳도 많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업체는 성인 콘텐츠만 제작하기 보다 게임, 벨소리 등 콘텐츠와 관련 솔루션을 함께 만드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번듯한 사업'을 하는 콘텐츠 업체도 성인물을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성인물이 전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성인 동영상으로 지난 2002년 2월 처음으로 이동통신사에 성인 콘텐츠를 제공한 한국TV는 당시 이 부문에서만 월 6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이 정도 규모면 현재 모바일 게임 개발사 중 상위 5위권에 드는 업체들의 매출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한국TV가 이후 성인 콘텐츠 부문에서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기록한 것을 보면, 그만큼 휴대폰으로 성인물을 즐기는 이용자가 늘면서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규모 확대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성인물 제작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것도 이 때문이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다보니, 개별 업체로서는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 성인 콘텐츠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요소를 여럿 가지고 있다. 일단 시장이 형성된 지 3년이 채 안된 만큼 이용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무선 인터넷 기술의 발전이 성인물 시장을 확대할 것이다.
지난 2002년 당시 성인물 이용자들은 여전히 소비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고, 해가 바뀔수록 19세 이상 성인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휴대폰의 성능과 제반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성인 콘텐츠의 질이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누드 이미지의 경우 큰 화면과 높은 화소로 감상할 수 있게 되고, 야설(야한 소설)과 같은 텍스트물도 가독성이 개선되고 있다. 더 편리하게 읽을 기술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동영상의 경우에도 과거 초당 2∼3 플레임이 전송돼 원활히 구현되지 못했지만, 현재 초당 6 프레임이 전송될 만큼 질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TV 중계를 시청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른 만큼, 텍스트·이미지·음성·동영상이 결합된 멀티 콘텐츠 형식의 성인물이 등장, 시장 규모를 확대해 나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새로우면서 양질인 성인물을 제공하느냐 하는 점이다.
올 들어 전체 모바일 성인 콘텐츠 이용 부분에서 25%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폰팅·미팅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성인 이용자들을 단문 문자 서비스(SMS) 또는 음성 통화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팅' 서비스는 다양한 수익 구조를 양산하고 있다.
현재 폰팅·미팅 서비스에서는 프로필 보기, '찜' 하기, '폭탄' 제거하기 등의 기능에 과금 체계가 도입돼 있지만, 향후 음성·동영상 프로필 보기, 화상통화, 킹카·퀸카 선발 및 통화 연결 등 유료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성인 무선 콘텐츠 제작 업체들은 폰팅·미팅 서비스를 이용한 데이터베이스(DB) 마케팅을 통해서도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들의 DB를 바탕으로 온·오프라인 업체들의 광고 SMS를 대신 보내주는 것으로 일정 비용을 받고 있는 것.
폰팅·미팅 서비스에 가입한 성인 이용자들은 광고에 대해 반응하는 '콜백율'이 일반 청소년 이용자들보다 훨씬 높아 광고주들에게도 유용한 프로모션 수단이 되고 있다. 이들은 '팅' 서비스 가입 과정에서 SMS 수신에 동의한 상태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파는 것이 아닌 광고 SMS 대리 전송엔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편 유선 인터넷 망의 개방에 따라 웹에선 불법 음란물이 활개를 치고 있어 심의를 받은 성인 콘텐츠로 장사를 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대표적인 성인 방송 사이트인 '바나나TV'의 경우 초기엔 월 15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지만, 이후 성인 사이트들의 난립과 불법 음란물로 인해 매출 규모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모바일상에선 일반인들이 음란물을 유통시킬 수 있는 구조가 극히 제한돼 있어, 양질의 성인 콘텐츠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열려 있는 상황이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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