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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통신업계, 이젠 울타리 밖을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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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 잇따라 통신업체들의 주가 목표가를 낮추고 있다. 유선시장은 시장이 줄어가고 있고 무선도 포화상태에 있다. 통신업계가 앞으로 뭘 먹고 살 지 되짚어 봐야 할 시점에 있다.

증권가 연구원들의 평가는 통신업체들의 2분기 실적이 좋다, 나쁘다 보다는 성장가치가 없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런 평가는 KT와 SK텔레콤 등 선발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겠지만, 2분기 실적에서 선방한 하나로텔레콤이나 데이콤, 최근 외국인투자자들의 사자주문이 이어지고 있는 LG텔레콤도 큰 맥락에서는 예외일 수 없다.

사실 통신 서비스 업체들의 위기는 당연하다.

시장이 포화에 달했는데다 인터넷전화(VoIP), 와이브로(휴대인터넷) 등 차세대 멀티미디어 경쟁 네트워크가 출현하면서, 독점적인 통신망과 배타적인 주파수 소유권을 무기로 예전처럼 수월하게 장사하는 건 불가능해지고 있다. 시장 파이는 줄어들고 있는데, 경쟁은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외 진출에 '올인'하기도 쉽지 않다. 내수 시장에서 탈피하려는 시도가 없는건 아니나, 막대한 설비 투자와 각국의 통신 정책에 막혀 수출로 현재의 위기를 탈출하는 건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면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통신기업'이라는 정체성의 울타리를 벗어나야 한다. 매출에 대한 압박이 있어도, 금융이나 방송, 자동차단말기(텔레매틱스), 전자태그(RFID) 등 신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

여기서 특히 강조돼야 하는 건 통신 회사들간 협력이다. 같은 물인 통신 시장을 놓고 서로 물고뜯는 사이에 신규 사업의 기회를 잃으면 안된다.

정보통신부가 전파사용료, 상호접속 기준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매출액이 수백·수천억원이 오가기에, 그동안에는 규제 이슈에 집중해왔다.

'너를 물고 늘어져서라도 내가 살겠다'는 의식이 팽배했다. 먹고살기 힘드니 좋은 말이 나올 리 없었다.

하지만 그러는사이 금융이나 방송 시장에서는 어떤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해부터 상용화된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번호이동성 제도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과열경쟁을 부추겨 '돈안되는' 서비스가 돼 버린게 대표적이다.

우리가 '컨버전스' 시장에서 통신업계간 공조를 강조하는 이유는 산업간 경쟁에서 통신업계 손을 들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컨버전스' 시장에서 산업간 경쟁이 활성화돼야 소비자의 권익도 증가할 것인데, 지금은 내부 다툼으로 타 산업과의 경쟁이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뱅크온이나 M뱅크, K뱅크 등 휴대폰 단말기로 수월하게 은행업무를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은행별로 별도칩을 받아야 하고, 여러은행 서비스를 받으려면 각각의 은행을 방문해야 한다.

이런 불편함은 한개 칩에 여러개의 은행 통장을 넣을 수 있는 서비스(원칩 멀티통장)를 금융감독원이 허가하고, 금융실명제법과 전자서명법을 조화시켜 통장을 개설할 때 한번만 은행창구를 방문하도록 하면 해결된다.

하지만 통신회사의 금융 시장 진출을 우려하는 금융권 때문에 안되고 있다.

방송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적으로는 인터넷망을 통한 방송서비스(IP TV)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의 방송법은 공익성을 이유로 통신회사가 방송사업자를 통하지 않고는 독자적으로 방송을 서비스할 수 없게 돼 있다. 이역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일이다.

통신업계의 주요 관심사는 정부가 통신+금융, 통신+방송 등 '컨버전스' 시장에서 국민편익을 높이기 위한 한 차원 높은 정책을 가져가는데 아이디어와 철학을 제시하는 일이 돼야 한다.

이런 대세를 무시하고 통신 시장 내에서 밥그릇 싸움에만 집중한다면, 현재의 위기를 탈출할 수 없다.

이와함께 통신회사들이 당장의 매출에 눈이 어두워, 전문 콘텐츠 업체나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를 죽이는 정책을 펴는 일 역시 위험천만하다.

통신업체가 갖는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은 당장은 IT 산업 내부의 다른 플레이어들의 이익과 상충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꼭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같은 전문 CP들에게 망 개방을 어렵게 한다고, SK텔레콤이 지금처럼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독점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초고속인터넷처럼 콘텐츠 접근이 자유로운 와이브로 시대가 오면, CP와 통신 업체는 상하 관계가 아니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무선인터넷망 개방에 대해 전향적인 사고를 갖는 것은 SK텔레콤이 광대역 무선 데이터 시대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전화나 VPN(가상사설망) 업계를 옥죄는 KT의 수성전략 역시 크게 보면 기술의 진보를 무시한 한시적인 방책일 수 밖에 없다.

통신업계 CEO들이 지금이라도 미래를 내다본 협력과 상생의 철학을 구체화하고, 이를 실현해주기를 기대한다.

정부도 통신업체들이 IT 산업의 선순환적인 발전을 컨버전스된 영역에서 풀어낼 수 있도록 정책의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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