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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흡·혐연자 모두 만족하는 日 담배문화…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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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존 비치·냄새잡는 전자담배 도입 성공…"상호 배려 필요"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저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지만 담배 냄새는 싫어합니다. 그래서 흡연이 허용된 곳이 아니면 담배를 절대 피우지 않고, 냄새가 적은 전자담배 제품을 사용하는 등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이세탄 백화점 7층 실내 흡연장에서 만난 30대 남성 흡연자 K 씨는 일본의 흡연 문화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이어 "얼마 전 다녀온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흡연문화 차이점은 실내 흡연장의 보급"이라며 "일본은 대부분 사람이 몰리는 공간에 실내 흡연장이 비치돼 있어 흡연자의 입장도 배려해 주는 측면이 있고, 때문에 길에서 흡연하는 사람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도쿄 이세탄 백화점의 실내 흡연장 전경. [사진=이현석기자]
도쿄 이세탄 백화점의 실내 흡연장 전경. [사진=이현석기자]

또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필립모리스 '아이코스'를 위시한 궐련형 전자담배가 시장의 주류 제품으로 자리잡음에 따라 이들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JT의 '플룸테크' 제품 등 냄새 저감에 중점을 둔 제품의 경우 실내에서 자유롭게 피울 수 있도록 허가하는 상점도 있었다.

다만 최근 국내 담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개인 수입을 제외하면 유통을 금지하는 일본의 법률 때문인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전자담배', 흡·혐연자 모두 만족 계기

JT는 '아이코스'가 출시되기 이전인 지난 2013년 최초의 일본산 가열식 전자담배 '플룸'을 발표했지만 실패를 겪었다. 하지만 '아이코스'가 출시 직후 빠르게 시장에 자리잡으며 전자담배가 일본 시장의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JT는 '플룸'을 업그레이드한 '플룸테크'를 2016년 발표했고, 최근에는 '플룸테크 플러스' 등 기능을 보완한 제품도 출시했다. 최근 한국에도 출시된 '플룸테크'는 가열된 액체가 증기를 만들고, 이 액체가 담뱃잎 캡슐을 통과해 니코틴을 휘발시키는 '간접·저온가열 방식' 제품이다.

'플룸테크'는 일본 20~40대 직장인 세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삽시간에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특히 일반 담배 대비 99% 수준으로 냄새를 줄인 이 제품의 특성은 '분리된 공간에서 하는 흡연(분연)' 문화를 급속도로 희석시켰고, 실내에서 이 같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매장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 신주쿠에는 '플룸테크'를 판매하는 '플룸 플래그숍’은 물론 카페 안에서도 '플룸테크'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 비흡연자의 이들에 대한 인식도 한국과 달리 크게 꺼리는 모습은 아니었다.

일본에서 판매중인 JT '플룸테크' 모델들. [사진=이현석기자]
일본에서 판매중인 JT '플룸테크' 모델들. [사진=이현석기자]

이어 "냄새가 나지 않는 전자담배 제품들이 보급됨에 따라 담배 연기를 싫어하는 지인들을 배려해 제품을 교체하는 사람이 늘었고, 이 같은 움직임이 담배에 대한 비흡연자들의 혐오감을 크게 줄어들게 만든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간접흡연 위험 최소화 전제 흡연자의 기본권 지켜줘야

이 같이 전자담배가 대세로 자리잡은 시장은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이 사실상 유이하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이유로 양국의 배려 기반 문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 그리고 IT 기술에 민감한 소비자 성향을 꼽고 있다.

실제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를 일본에 출시했을 당시 배려를 중심에 둔 마케팅 전략을 펼쳐 빠르게 소비자들 사이에 파고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전략은 한국 시장에서 '아이코스'를 출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자연스럽게 흡연자 주변인들이 '아이코스' 등 제품으로의 교체를 유도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특히 필립모리스는 한국 시장에서 이 같은 마케팅과 함께 '유해성 저감'을 전면에 내세워 흡연자들의 관심도 환기시켰다.

일본 현지의 흡연자들도 냄새가 줄어든 제품으로 인해 얻은 가장 큰 이득으로 배려에서 온 '흡연의 자유'를 꼽는 모습이었다.

신주쿠역 인근의 흡연장에서 만난 40대 흡연자 T씨는 "금연을 하고 싶었지만 거듭 실패했었고, 전자담배로 제품을 바꾸고 나서 담배 냄새가 난다는 주변의 잔소리를 거의 듣지 않게 됐다"라며 "전자담배는 금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흡연과 사회생활의 양립을 돕는 물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지 비흡연자들의 전자담배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흡연 문화가 빠르게 정착된 원동력으로 꼽는 모습도 보였다.

일본의 모 대기업에 재직중인 한국인 직장인(흡연자) Y씨(34)는 "'전자담배도 담배'라며 배척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전자담배를 덜 위험한 담배의 대체 제품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라며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부야의 한 카페 흡연실 전경. 이 곳에는 고성능 에어커튼과 공기정화시설이 부착돼 냄새 유출을 최소화했다. [사진=이현석기자]
시부야의 한 카페 흡연실 전경. 이 곳에는 고성능 에어커튼과 공기정화시설이 부착돼 냄새 유출을 최소화했다. [사진=이현석기자]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아직 전자담배 등의 혁신 제품에 대해 받아들이려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객관적 근거 없이 '같은 담배'라는 이유로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 찾기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공동 연구 등을 적극 추진해 위험 저감 제품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일본)=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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