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 시간) 개막된 제28회 아테네올림픽은 사상 처음으로 인터넷으로도 생중계되고 있다. 영국의 BBC를 비롯한 유럽 일부 사이트들이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인터넷 비디오 스트리밍 방식으로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이외 지역 사용자들은 여전히 인터넷 생중계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 지역 외 시청자들이 인터넷 생중계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것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BBC를 비롯한 유럽방송연맹(EBU)간의 계약 때문. 이들 간의 계약에 따라 외국 시청자들의 인터넷 생중계 시청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IOC의 유럽 외 지역 시청자들에 대한 올림픽 인터넷 중계 접속 금지 조치는 이미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IOC의 이같은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와이어드가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 미국, 온라인 중계보려면 비자카드 번호 입력해야
현재 미국에서는 모든 올림픽 중계방송은 NBC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NBC방송은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IOC에 7억9천3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인터넷 중계 역시 마찬가지다. NBC가 운영하는 NBC올림픽스닷컴 만이 미국 사이트 중엔 유일하게 IOC로부터 올림픽 동영상 중계권을 받았다.
하지만 NBC올림픽스닷컴 역시 제한된 경기의 하이라이트만 제공하고 있다. 그것도 미국내 TV 채널에서 방송된 분량에 한해서 온라인 중계를 하고 있다. 반면 영국 시청자들은 BBC 텔레비전과 동시에 온라인을 통해서도 올림픽 경기를 즐기고 있다.
NBC와 제휴를 맺지 않은 미국내 텔레비전 방송국들은 2분 분량의 올림픽 관련 동영상을 하루에 3번만 방송할 수 있다. 또 NBC의 지원을 받지 않는 미국내 인터넷 사이트들 역시 온라인으로 올림픽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 철저하게 금지된 상태다.
NBC의 카메론 브랑차드 대변인은 "NBC, EBU, IOC는 지리적인 위치에 따라 올림픽 콘텐츠 유통을 제한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거듭했다"면서 "IOC는 허가된 업체에게만 올림픽 경기 인터넷 중계를 허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계권 보유업체 역시 자신들의 방송범위 외의 사람들에게 인터넷 중계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NBC 역시 IOC의 이같은 방침을 따르기 위해 NBC올림픽스닷컴에서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려는 사람들에게 비자카드 번호를 입력하도록 했다. 물론 비자카드 사용자들은 번호를 입력하기만 하면 올림픽 경기를 공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비자카드 번호를 이용해 미국외 지역에서 로그인하는 미국인들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일부 언론은 NBC가 미국 외에서 접속하는 사람들을 차단하기 위해 올림픽 동영상 콘텐츠를 암호 처리했다고 보도했다. NBC 측은 이 보도에 대해서는 뚜렷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BBC는 현재 영국 인터넷 사용자들이 접속할 때 카드번호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 역시 영국 외 지역 사용자들의 접속을 어떤 방식으로 제한하는 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 "기술적으론 온라인 통제 불가능"
그럼 인터넷 방송을 특정 지역내 시청자들만 볼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할까?
기술 전문가인 렌 사사맨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이같은 정책을 실패로 끝날 것이다"고 장담했다. 만약 미국 네티즌들이 자신들보다 영국의 네티즌들이 훨씬 양질의 올림픽 경기 온라인 중계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경우엔 분명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비자카드 번호까지 입력한 미국 네티즌들로선 좀 더 양질의 올림픽 중계를 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것. 이를테면 영국에 프록시 서버 같은 것을 설치해 놓고 온라인 생중계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록시 서버는 웹 브라우저 같은 클라이언트 애플리케이션과 인터넷 사이에 위치해 특정 IP 주소와 포트의 요구사항을 가로채게 된다. 이렇게 한 뒤에 다른 IP주소로 넘기는 방식을 사용하게 되면 영국의 인터넷 콘텐츠를 미국에서도 볼 수 있다.
물론 이럴 경우엔 BBC가 수상한 프록시 서버를 차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군의 프록시들을 통해 미국 사용자들도 영국 사람들이 즐기는 BBC 웹페이지 콘텐츠 내용을 볼 수 있게 할 수 있다.
스퀴드 프록시의 개발자인 뒤안 웨셀스는 "유럽이나 영국에 사는 일군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장소에 20, 30개 정도의 스퀴드 프록시를 설치해놓고 BBC 사잍에만 접속할 수 있도록 하면 통제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인터넷 콘텐츠를 다른 곳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그 중 하나가 SSH 포트를 포워딩하는 방식. 이렇게 할 경우엔 마치 영국 내에 거주하는 사람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녹화방송을 보는 방법은 한결 수월하다. BBC의 콘텐츠를 녹화한 뒤 빗토렌트(BitTorrent) 같은 P2P 툴을 이용해 대량 유포시킬 수도 있다고 와이어드는 전했다.
◆ 불법 감수하며 온라인 중계보려는 수요는 적을듯
이처럼 기술적으로는 세계 각국에서 올림픽 인터넷 생중계를 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까지 해서 온라인 생중계를 보려는 사람들이 있을까?
유로2004나 월드컵처럼 세계인의 이목을 끄는 단일 종목 경기라면 분명 이런 수요는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종목 경기가 한꺼번에 열리는 올림픽 경기의 특성상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면서까지 온라인 생중계를 보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와이어드는 전망했다.
차라리 그냥 텔레비전을 통해 경기를 보거나, 아니면 결과를 확인하는 데 머물 것이란 얘기다. 미국 시청자라면 그냥 NBC방송의 올림픽 생중계를 보는 것으로 만족할 지도 모르겠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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