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머지않아 의사가 환자에게 게임을 처방하는 날이 올 것이라 본다. 환자는 약을 복용하듯 매일 게임으로 치료를 받고, 치료 결과는 클라우드와 웹을 통해 환자와 의료진에게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1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제5회 게임문화포럼'에 참석, '게임, 치료제가 되다'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며 이같이 예상했다.
'디지털 치료제'란 의학적 치료 목적을 가진 고품질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강 교수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는 합성의약품, 바이오의약품, 세포·유전자 치료제에 이은 3세대 신약으로 최근 주목받기 시작했다.
강 교수는 "게임이나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등이 디지털 치료제로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며 "단, 게임이 디지털 치료제가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임상검증을 통해 실제 치료제로서의 효능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게임이나 소프트웨어가 뇌를 발전시킨다는 근거는 정말 많기 때문에 이 같은 게임들을 치료에 어떻게 접목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먼저 슈퍼 마리오 게임을 예시로 들었다. 이 게임을 6개월 이상 플레이 한 사람은 단순히 음악을 들은 사람에 비해 인지 능력, 기억 능력이 향상됐다고 한다.
Akili라는 회사가 개발한 '에보(EVO)'라는 게임도 언급했다. 이 게임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아들의 집중력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는 게임으로, 임상실험을 마치고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FDA 승인이 날 경우 게임으로서는 세계 1호 디지털 치료제가 된다.
강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는 전 세계적으로 태동기"라며 "아직은 형태가 여러가지이지만, 게임이 디지털 치료제로서 가장 중요한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강 교수 역시 실제 '뉴냅스'라는 회사를 통해 '시야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 형식의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시야장애는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으로 뇌졸중 환자 중 20%가 겪는 질환이다.
시야장애는 전 세계적으로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어 그동안 불편을 겪는 환자가 많았다. 그러나 강 교수는 시야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수행, 디지털 치료제의 효능 가능성을 봤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알약은 효과가 있으면 처방하고 끝나지만, 디지털 치료제는 데이터가 계속 쌓이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더 개인화된 치료를 할 수 있다"며 "똑같은 치료가 아닌 매일 매일 다른 치료를 할 수 있는 플랫폼 생태계가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IT와 게임, 의료가 굉장히 강하고 앞서있는 나라로, 이를 결합하면 현재 태동기인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다가오는 디지털 치료제 시대를 준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의료계와 산업계, 학계의 심도 깊은 논의와 협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질병코드로 등재한 게임이용장애에 대해서는 "질병 여부를 진단하는 기준이 애매모호한 데다 문진이나 설문지에 의존하는 방식이어서 오남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게임중독자의 뇌와 마약중독자의 뇌가 서로 비슷하다는 연구가 있지만, 이는 사랑에 빠진 뇌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하며 "칼은 위험한 흉기지만 쓰임에 따라 다르듯, 게임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고,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나, 이제는 게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논쟁하기보다 '게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기울일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교육과 e스포츠 등을 주제로 한 강연도 진행됐다. 최은주 송화초등학교 교사는 '게이미피케이션에서 길을 찾다'를 주제로, 박성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게임을 넘어 미래 스포츠로'를 주제로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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