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취업규칙 변경을 강행하려던 현대자동차그룹에 제동이 걸렸다. 고용당국이 노사 합의 없는 사측의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은 잘못이라 판단해서다. 현대차그룹이 취업규칙 변경을 강행한 배경에는 기본급은 낮고 상여금이 높은 현재의 기형적 임금 체계가 자리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24일 현대차그룹 사측의 취업규칙 변경 신고에 대해 일제히 반려하며 "단체협약 사항 위반으로 단체협약에 준하는 사항으로 변경하라"고 변경명령 통보를 했다.
앞서 지난 6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두 달마다 주던 상여금을 매달 월급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위반 해소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안'을 관할 고용청에 신고했다. 이에 고용부가 관련 사항은 단체협약 사안이라며 제동을 건 것이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취업규칙 변경을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은 현재의 임금 체계로는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할 수 없어서다.
현재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노동자들의 평균연봉은 현대차 9천200만 원, 현대모비스 8천200만 원, 현대제철 8천400만 원에 달한다. 그런데 올해 최저임금이 10.9% 인상되고, 법정유급휴일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면서 이들의 임금을 시간당 임금으로 계산해보니 최저임금인 8천350원에 미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근본적으로 기본급이 낮고 상여금은 높은 현재의 기형적 임금 체계가 영향을 미친 탓이다.
먼저 시간당 임금을 계산하려면 최저임금 산입임금(분자)을 근로시간(분모)으로 나누면 된다. 그런데 법정유급휴일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면서 분모인 근로시간이 주 40시간 기준으로 월 174시간에서 월 209시간으로 늘어난 것이다.
예컨대 현대차의 경우 월 기본급이 법정주휴수당을 포함해 160만 원 정도인데 이를 월 근로시간인 174시간으로 나누면 시급은 9천195원 정도가 된다. 하지만 209시간을 적용하면 시급은 약 7천655원이 되면서 시간당 최저임금인 8천350원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현대차가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매년 기본급의 750%에 달하는 상여금의 일부인 600%를 두 달에 한 번씩 나눠주던 데서, 12개월로 분할해 매월 쪼개 주는 식으로 취업규칙을 고치려고 한 이유다. 지난해 5월 개정된 최저임금법으로 매월 지급하는 정기 상여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간다. 그나마 현대차는 얼마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의 완전 타결로 최저임금법 위반 위기를 해소했고, 기아차도 지난 3월 통상임금 타결로 위기를 넘겼다.
다만, 현대제철과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다른 주요 계열사는 최저임금법 위반의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문제는 기본급을 올릴 경우 다른 수당까지 자동으로 인상돼 수천 억 원에 달하는 인건비 폭탄을 맞아야 한다.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상여금 지급 방식 변경인데, 이 또한 관련 사항을 단체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변경을 위해서 사측은 노조와 협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아직 노조와 입장차로 합의하지 못해 임단협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이날 일방적 취업규칙 시정명령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결국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취업규칙을 원래대로 변경 신청하거나 노사 합의를 통해 단체협약을 변경해야 한다. 1차 변경신고 기간은 10월 30일까지며, 3차 변경신고 기간은 11월 말까지다. 미 준수 시 형사 입건된다.
최저임금법 위반은 자칫 사업주가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데다 경영진이 고소·고발 사태까지 휘말릴 수 있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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