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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 "더이상 구로공단이 아닙니다"...벤처타운으로 탈바꿈한 '구로디지털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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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디지털산업단지로 향하는 지하철 2호선. 지하철내 붙어 있는 노선표를 자세히 살펴보니 2호선이 조금 변했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구로공단'이라는 글자 위에 '구로디지털단지'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그 옛날 굴뚝에서 연기를 뿜던 공단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기 위한 마지막 박차랄까. 얼마 후면 2호선 구로공단 지하철 역사도 이름표를 새로 달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구로디지털산업단지가 비단 이름만을 바꾼 것은 아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키콕스(KICOX) 빌딩 옥상에서 바라본 구로디지털산업단지는 이미 '디지털'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외모도 갖춘 상태였다. 서울 강남 어디에 내놓아도 빠질 것이 없는 벤처 빌딩들이 대거 자리를 잡았고 새로운 벤처 빌딩을 건설중인 타워 크레인 역시 빈틈없이 들어서 있었다.

벤처 빌딩의 입주 또한 활발하게 진행돼 대부분의 빌딩 1층에는 입주 회사의 이름들이 이미 빽빽하게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측의 발표에 따르면 구로디지털단지에 입주한 벤처기업만 3백군데에 이른다.

말끔한 차림의 신세대 벤처인들이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거리를 오가는 모습은 불과 10년 전 구로공단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대체로 만족하는 이주 업체들

구로디지털산업단지의 메카는 1단지. '구로디지털단지'역과 가장 밀접하며 벤처빌딩 수도 가장 많다. 이 1단지가 바로 우리가 흔히 '벤처 기업'이라고 부르는 회사들이 자리잡은 곳이기도 하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IT기업들도 이주한 상태.

지난 6월 도곡동에서 구로디지털단지로 이주한 신세계 아이앤씨가 대표적인 기업이다. 신세계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이주를 '지역간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모범적 선례로 남지 않겠냐'고 평가하고 있다.

신세계측은 또한 신세계 아이앤씨 디지털센터는 기존의 사무실보다 월등한 보안시스템과 최적의 사무환경을 제공한다고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도곡동과 남대문에 흩어져있던 사업부를 한 곳에 모을 수 있어 업무의 효율성을 증가시킬 수도 있었다. 저렴한 비용에 최첨단 시설을 갖춘 빌딩에 업무 효율성까지 향상시켰으니 그야말로 구로디지털단지가 1석 3조의 역할을 한 셈이다.

지난 4월 강남의 제일생명 사거리에서 이곳 구로디지털산업 1단지로 이주한 광고대행사 디킴스 커뮤니케이션즈는 '혹시 회사가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었다. 강남이 아닌 지역으로의 이주는 '저럼한 임대비'가 연관돼 있기 때문에 회사가 어렵다고 평가하는 것은 흔한 일.

그러나 디킴스 커뮤니케이션즈측은 '저렴한 임대비'보다 '좋아진 사무환경'이 목표였다고 설명한다.

직원들은 새 사무실로 이전 후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사무실을 돌아다녀야겠다'라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직원들을 위한 공간도 더욱 보강된 상태. 밤을 많이 새는 직원들을 위해 침대를 둔 휴게실을 마련해줄 수도 있었다.

대부분의 광고주들이 강남에 있는 기업들이기 때문에 미팅이 있을 때마다 직원들이 이동의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흠이랄까. 그러나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면 30분 안에 강남에 도착할 수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는 것이 디킴스 커뮤니케이션즈 측의 설명이다.

모바일 인터넷 개발업체인 필링크는 지난 3월 논현동에서 구로디지털단지로 이주한 케이스.

필링크 측은 이주의 이유를 주저없이 '임대료가 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논현동 사무실은 임대여서 비싼 임대료를 냈을 뿐 아니라 관리비만 월 1천만원이었다. 그렇다보니 평당 3백~4백만원이면 분양 가능한 구로디지털단지에서는 같은 비용으로 아파트형공장을 분양받아 소유할 수 있다는 것.

물론 모든 직원들이 이주를 찬성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직원들이 손에 꼽는 불편함은 역시 교통문제. 지하철역과 회사가 멀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이 회사 이상기 과장은 "직원들의 체감물가도 논현동과는 다릅니다"라고 말한다. 밥값이며 회식에 드는 비용이 확실히 차이난다는 것. 그는 "회식비용의 앞자리 수가 달라진다는 말도 있습니다"라며 강남과의 물가 차이를 설명하기도 했다.

[미니인터뷰] 디킴스 김현경 사장
"웰빙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구로디지털산업 1단지에 최근 자리잡은 디킴스 커뮤니케이션즈의 김현경 사장은 이전의 이유로 '웰빙'을 꼽는다.

"임직원의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위한 근무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원의 '웰빙'을 고려했다는 김 사장은 입주자 휴식을 위해 마련된 테마공원을 예로 들며 새로운 사무실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야말로 직원들의 '웰빙 라이프'를 위한 이전이었다는 것. 물론 전 사무실보다 넓어졌음은 물론이고 회의실과 휴게실, 수면실 등 직원들을 위한 공간도 대폭 강화된 것이 사실이다.

"교통도 편리한 편입니다. 이용 가능한 지하철역도 많고 남부순환로, 서부간선도로 등 주요도로도 가까이 있으니까요." 이주 전 둥지를 틀었던 제일생명 사거리 역시 2호선 강남역에서 그리 가까운 편은 아니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우선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향상시킬 수 있었고 회사로서는 금융, 세제 혜택 등을 받았으니 굳이 나무랄 것이 없습니다." 사장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주의 효과가 만족스러운 셈이다.

김 사장은 넓은 회의실, 휴게실 등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직원의 아이디어와 능력이 회사 성공의 밑거름이기 때문. 그는 "구로디지털단지의 첨단작업환경에서 성공을 위한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교통, 문화시설 미흡 새로 디지털단지에 입주한 업체가 입을 모으는 불편함은 바로 교통문제였다.

구로디지털산업단지가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구로공단역)' 이외에도 2,7호선인 대림역과 1,7 호선 가리봉역과도 연계가 가능해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역은 많지만 빌딩밀집 지역과 거리가 가깝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처 빌딩들이 들어서면서 지하철역까지 셔틀버스가 다수 운행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측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는 아직 없지만 벤처 빌딩들이 입주자의 편의를 위해 운행하고 있는 것. 늦은 저녁 에이스테크노타워 앞에서 셔틀버스에 승차하자 5분안에 지하철역 입구에 도착했다. 입주자를 구로디지털단지로 끌어들이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인 셈이다.

물론 아직 운행되는 셔틀버스의 수가 이용객에 비해 부족해 출퇴근 시간이 붐비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입주자에게만 승차권을 저렴하게 판매하기 때문에 해당 건물 입주자 외에는 혜택을 받기 어렵다. 그러나 아직 디지털단지 자체가 성장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극복해낼 수 있다는 것이 공단측의 입장이다.

디지털단지에 벤처 빌딩들이 들어서고 인구가 많아지면서 생겨났던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식당'이었다. 늘어난 인구에 비해 식사를 해결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

최근에는 빌딩의 수가 늘어나면서 1층과 지하에 많은 식당들이 들어선 상태다. 한 벤처 빌딩 식당에서 마주친 회사원들은 '커피전문점이 생길 정도라면 '밥'은 해결된 것 아니냐'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러나 강남이나 도시중심에 비해 문화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한 업체는 마땅한 회식자리를 찾다가 강남쪽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문화생활을 위해 영화를 보려고 해도 근처에 편히 이용할만한 극장 역시 충분하지 못한 편이다. 그나마 구로역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극장은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다.

디지털단지의 발전 가능성

물론 구로디지털산업단지로의 입주가 원한다고 해서 그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벤처기업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한국산업단지공단 홍보팀 박상봉 과장은 그 심사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공단측에서 입주와 관련된 상담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

일단 구로디지털산업단지 입주하면 임대료만 저렴해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산업단지이기 때문에 각종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하면 분양가의 75%이내 장기 저리융자로 이용할 수 있는 금융혜택이 주어진다. 아파트형 공장이라고는 하지만 결코 공장의 모습이 아니다. '벤처빌딩', '~밸리'라고 부르는 근사한 빌딩들은 모두 아파트형 공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3개 단지에 총 23개의 아파트형 공장이 준공을 끝냈고 39개가 앞으로 더 지어질 예정이다. 한 건물 당 50개에서 1백개가 넘는 업체가 입주할 수 있으니 그 규모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뿐만아니다. 입주 업체는 키콕스(KICOX) 벤처센터에 있는 특허·법률·회계·경영컨설팀 등 종합지원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측은 홍보활동을 자체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중소 기업을 위해 원한다면 대신 언론홍보까지 맡아주는 프로그램을 최근 진행중이기도 하다.

등록, 취득세가 100%, 재산세와· 종합토지세가 50% 감면되는 세제 혜택은 이미 예비 입주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구로디지털단지의 매력 요소.

한국산업단지공단은 '구로디지털산업단지'가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놀라운 공간이라고 말한다. 강남의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며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인재를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인재가 모이는 곳인데 미래가 밝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공단의 주장이다.

구로디지털산업단지는 1970년대 산업화 단계에서 이미 '구로공단'이라는 이름으로 국가 산업의 중추역할을 담당했던 적이 있다. 푸른 셔츠의 꿈과 희망이 존재했던 이 땅이 다시 한 번 도약을 노리고 있다. 최첨단 시설에 최고의 두뇌를 갖춘 진정한 디지털단지로 거듭나려 하는 것.

'공단'의 이미지를 훌훌 벗어버리고 높이 뛰어오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구로디지털단지의 발전이 기대된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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