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2016년 회사(옥시레킷벤키저)가 책임을 인정한 후 많은 피해자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가습 살균제 참사가 어떻게 발생하게 됐는지, 어떻게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한 번 되돌아 봤다. 처음 제품이 출시됐을 때 정부기관에서 보다 안전한 기준을 만들고, 철저히 관리감독 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을까 싶다."
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한 박동석 옥시래킷벤키저 대표는 최예종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부위원장의 "옥시는 피해대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늦게라도 정부기관이나 가습기살균제를 최초 개발해 원료물질 공급에 책임이 있는 SK케미칼 등이 진정성 있게 공동 배상을 위해 노력했다면 피해자의 고통은 현저히 줄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의 책임을 회피했다.
이에 위층에서 청문회를 참관하고 있던 피해자와 유족들 사이에서 "살인기업 주제에", "그건 피해자가 할 소리" 라는 외침이 연이어 들려왔다. 최 부위원장 또한 "전향적 대책을 내놓겠다는 발언을 기대했는데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지금 정부 탓 하느냐"고 박 대표를 질타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피해자에게 사과하겠다고 인사한 이후 "옥시래킷밴키저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많이 부족한 면도 있다"면서도 "다만 옥시래킷밴키저의 시장 점유율이 50% 수준임에도 피해자 구제에 있어서 재정 부담은 85% 이상 감당하고 있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청문회는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에서 최대 피해자를 낸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판매한 옥시래킷밴키저의 본사 임직원이 사태에 개입했는지 밝힘과 함께, 참사 이후 대응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추궁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아티 사프달 전 대표, 거라브 제인 전 마케팅 디렉터 등 사건 당시 회사를 거쳐간 외국인 임직원 누구도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일정상 (청문회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2016년 검찰 출석 요구 불출석으로 지명수배된 제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개인의 형사사건'이라고 표현하는 등 빈축을 샀다.
최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거라브 제인이 교통사고를 낸 것도 아니고 개인적 문제라니 이게 회사 일이 아니라는 것이냐"며 "개인의 문제라 하면 일이 해결이 되겠느냐"고 질책했다.
이어 "책임자가 문제를 일으키면 본사가 사과해야하는데 국회 국정조사, 검찰 소환에도 나타나지 않으니 대한민국을 우롱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 측 책임은 특조위에 맡기고 기업 차원의 전향적 대책을 밝히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런 문제에 저희가 단독으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날 오전 청문회는 옥시래킷밴키저와 LG생활건강에 대해 진행됐다. 지난 27일 청문회를 진행한 SK케미칼, 애경에 이어 진행된 두 번째 기업 분야 청문회였다. 오후에는 정부 및 피해지원 분야를 다루며, 조명래 환경부 장관,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증인으로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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