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지난 5월부터 시작된 과학기술계의 '전문연구요원 감축계획 철회' 요구 목소리가 8월에 들어서도 날씨만큼 뜨거워지고 있다. 전문연구요원 감축을 둘러싼 논란은 일본의 첨단소재 수출규제 문제와 맞물리면서 반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이하 산기협)는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코스닥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한국연구개발서비스협회와 공동으로 6일 오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산업계 전문연구요원제도 성과와 발전 토론회'를 개최, 다시 한 번 산업계의 목소리를 한 데 모았다.
산기협은 지난 7월11일 14개 단체 공동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이 달 들어 중기부에 건의서 제출(1일), 국방부 항의방문(2일)에 이어 오늘 토론회까지 개최하면서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 감축계획을 철회시키기 위한 산업계의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날 토론회에는 중소․중견기업 대표 및 연구소장과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문연구요원 등 100여명이 참석, 산업계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유지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규환 의원은 인사말에서 “일본과의 경제전쟁 등을 감안하면, 중소기업 연구소의 핵심인력 확보 통로인 전문연구요원제도 유지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국회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겠다”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도 “국회에서도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은 지난 달 23일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연구요원 더 확대해 나가야"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마창환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으로 인해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위한 우수연구인력 지원 방안이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전문연구요원제도의 현황과 발전방향’ 주제 발표를 통해 “중소기업의 64.7%가 적정 수준 대비 현재 인력이 부족하며, 60.4%는 향후 5년간 인력수급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보는 등 인력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면서 “중소기업들은 전문연구요원제도를 가뭄 속의 단비라고 표현할 정도로 인력 면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이라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 연구위원은 전문연구요원의 매출액 기여도는 동일한 임금을 받는 일반인력에 비해 8.8% 높으며, 전문연구요원 1인당 4억5천900만원의 매출액 증가기여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편입율이 97.3%에 이를 정도로 기업의 활용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전문연구요원제도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중소기업 기술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며, 기업과 이공계 대학생 모두에게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패널토론에는 광운대 이병헌 교수를 좌장으로, 국방부 이인구 과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서성일 과장, 산업통상자원부 나성화 과장, 중소벤처기업부 김민규 과장 등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서광원 경원테크 대표는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이공계 기피, 중소기업 기피 상황에서 볼 때, 국방부가 지적하는 국방력 저하나 형평성 문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라면서, “중소기업이 열악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전문연구요원제도 마저 없다면 중소기업에 지원하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용 티맥스소프트 연구소장은 “첨단 소프트웨어나 인공지능 분야에서 벤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없다면, 이런 산업의 육성 자체가 어려울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4차산업혁명으로 전환되며 새로운 기회가 많이 생기고 있으며 앞으로 혁신적인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하나, 젊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일본 뿐 아니라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인력 재배치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며, 전문연구요원제도를 확대한다면 일본에 대해서도 강한 정부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규 중소벤처기업부 인력지원과장은 “아직 우수한 인력이 중소기업에 진출하도록 돕는 지원 등이 원활하지 않으므로,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동시에 제도의 오용 등을 방지하는 관리감독을 강화하여,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일자리혁신과장은 “일본의 경제위협은 매우 위중한 상황으로, 향후 R&D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중소기업의 R&D에서 중요한 요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성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인재정책 과장은 “부품소재 분야에서도 전문연구요원제도를 활용하고 있는만큼 이를 감안하여 제도의 개선이 논의되길 바란다”면서 “과기부도 산업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대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인구 국방부 인력정책과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대체복무제도의 감축에 대한 논의가 계속 진행돼 온 것이며, 2020년 경에는 50만 군인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므로 대체복무의 개편도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아직 결정된 바는 없으며 관계부처와 계속 논의해서, 국방과 과학기술 양측의 발전을 고려하여 시기와 규모 등을 정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기협은 토론회 이후에도 기업들의 의견을 지속 수렴하고 있다. 산기협 관계자는 "앞으로 국가 산업기술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전문연구요원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고, 기업의 의견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날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도 '전문연구원제 축소·폐지 방침 반대'라는 논평을 내어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이공계 대학과 산업계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 행정으로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관련 입장 발표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에 이어 세 번 째다.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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