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외식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영난에 빠진 CJ푸드빌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알짜로 평가받던 자회사인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하고, 인천국제공항 식음료 운영 사업에서 철수한 데 이어 인력 감축까지 이뤄지면서 업계는 CJ푸드빌 매각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최근 CJ푸드빌의 인력을 분산 배치시키기 위해 각 계열사별로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투썸플레이스 매각과 최근 사업 축소에 따른 조치다.
CJ푸드빌은 투썸플레이스 매각 절차가 이달 12일 완료되자 지난주부터 관련 인력 재배치 논의에 들어갔다. 또 계절밥상, 빕스 등 기존 사업 축소에 따라 CJ푸드빌 자체 조직 인력 수도 줄여야 한다는 내부 방침에 따라 재무·기획 등 핵심 지원 조직 인력도 대폭 축소키로 했다. 업계는 이를 사실상 매각 전 '몸집 줄이기'로 보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투썸 실적과 합쳐 흑자를 낸 상황이지만, 하반기에는 투썸이 빠지는 만큼 긴축경영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 같이 진행한 것"이라며 "조직을 슬림화하고, 인력 재배치와 함께 현장 경영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올해 어떻게든 흑자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CJ푸드빌의 일부 인력들은 이미 계열사 배치가 확정된 상태로, 이들은 다음달 1일부터 순차적으로 각 계열사로 출근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CJ 측은 향후 CJ푸드빌을 CJ제일제당과 합쳐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쪽에서 각 계열사와 부서별로 CJ푸드빌 인력을 받아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150여 명 가량의 CJ푸드빌 지원 조직 인원을 50여 명 수준으로 축소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력을 재배치한다고 하지만, 계열사들이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만큼 쉽게 받으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적극 움직이지 않으면 할 수 없을 듯 하다"고 밝혔다.
CJ푸드빌이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을 두고 업계는 매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했다. 투썸플레이스 매각에도 불구하고 재무구조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최근 국내 사업마저 적자를 기록하면서 사업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진 상태다.
실제로 CJ푸드빌은 해외 사업에 주력하며 지난 2011년부터 적자 행진을 벌였다. CJ그룹의 글로벌 전략 추진에 맞춰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지만, 실적 부진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외식 트렌드 변화와 임대료 증가, 최저임금 상승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되며 국내 사업마저 온전치 못해 위기설이 돌고 있다.
이에 CJ푸드빌은 수익성이 좋지 않은 매장을 잇따라 폐점하며 덩치 줄이기에 나섰다. 한식 뷔페 '계절밥상'은 지난 2017년 54개에서 현재 16개로 줄었고, 지난해에만 '빕스' 매장 20개 정도가 문을 닫았다. '뚜레쥬르'는 베이커리 업계 1위인 '파리바게뜨'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 내부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인천국제공항에서 운영하던 컨세션 사업에서도 철수키로 했다. 그동안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1층 입국장과 3층 출국장에서 '비비고', '뚜레쥬르' 등을 운영해 왔으나, 임대료 부담이 크고 수익성이 좋지 않은 탓에 식음료 운영 사업권 계약 갱신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각 매장들은 7월, 10월에 문을 닫는다. 다만 지하 1층에서 운영하고 있는 CJ푸드월드는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여기에 CJ푸드빌은 지난해 컨세션 사업 부문 중 6개 사이트·인력도 CJ프레시웨이에 넘긴 바 있다.
2017년에는 일부 고급 외식 브랜드도 CJ제일제당에 넘겼다. CJ푸드빌이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적인 외식 사업을 전개하는 데 더 집중하는 대신, CJ제일제당은 한·중·일식에 집중하며 고가 외식의 새로운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는 명분이었다. CJ제일제당이 현재 운영 중인 외식 사업 브랜드는 몽중헌, 주애, 소설한남, 덕후선생, 스시테츠카 등 5개다.

해외 사업도 계속해서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203개까지 늘어났던 중국 '뚜레쥬르' 매장을 올해 2월 165개로 축소했고, '투썸플레이스'도 중국에서 운영하던 23개 점포를 1년 만에 정리했다. 또 중국 '빕스'도 올해 3월 1호점의 문을 닫으며 완전 철수했다. 싱가포르와 일본 법인도 정리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CJ푸드빌은 최근 투썸플레이스까지 앵커에퀴티파트너스에 2천25억 원에 매각하면서 덩치는 더 작아졌다. 투썸플레이스는 CJ푸드빌 매출의 약 20%를 차지했던 곳으로, 빕스와 계절밥상, 뚜레쥬르 등의 부진을 메워왔던 유일한 수익창출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CJ푸드빌은 핵심 수익원을 잃은 데다 실적 부진 상태에서 수익성 확보에도 큰 구멍이 생겼다"며 "투썸플레이스 지분 추가 매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고 하지만, 다른 브랜드들이 수익을 내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는 일시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CJ그룹도 CJ푸드빌 매각을 바라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몸값이 높아 제 값에 팔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점포 등 사업 축소와 인력 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여 나가는 것은 '매물'로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형적인 움직임"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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