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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가동중단 처분에 비상걸린 철강업계…손발 안 맞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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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고로 재가동해도 환경규제 못 피해"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행정당국의 유례없는 제철소 고로(용광로) 중단 통보에 비상이 걸렸다. 고로 정비 과정에서 발생한 수증기·가스를 '고로 브리더'(고로 내부에 공기를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안전밸브장치)로 무단 배출했다는 이유인데 현재 업계 내에는 이를 대체할 설비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고로 정비를 위해 브리더 개방은 불가피한 상황인데 관련 법령 등 규정조차 마련되지 않아 업계의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등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가 뒤늦게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정비를 위해 ‘고로 브리더’를 무단 개방했다는 이유로 조업정지 사전 통지를 받았다. 충남도는 최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대한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10일 조업정지를 확정했다. 전남도는 오는 18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행정처분 청문회를 열고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는 고로의 안정적인 운영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 주기적으로 보수 정비를 진행한다. 정비작업을 하기 전 고로에 수증기를 주입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압력이 상승한다. 브리더를 통해 일산화탄소와 분진 등을 배출하면서 설비의 압력을 낮춰야만 폭발 사고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철강업계가 대기오염 물질 저감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채 브리더를 통해 불법으로 배출했다며 대기환경보건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자체 역시 시민단체의 이같은 주장을 인용하며 철강업계에 칼을 뽑아들었다.

철강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현재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가동하는 고로 총 12기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니 추가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더욱이 고로는 5일만 가동 중단되면 쇳물이 굳어버리기 때문에 재가동하려면 최소 3개월이 걸리다보니 피해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

고로가 정지될 경우 피해는 전후방사업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선박의 주 재료인 후판을 국내 제철소에서 공급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후판은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의미한다. 자동차업계 역시 수직계열화 등을 통해 철강을 공급받는 상황이다 보니 타격은 불가피하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이날 '철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용광로에서 브리더를 여는 것 외에 정비나 비상시에 다른 기술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조업정지 후 재가동을 한다고 해서 개선되는 방법이 없는 것이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입장문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 없는데…" 대책마련에 손발 안맞는 정부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 환경부, 지자체 모두 저마다의 논리 탓에 교통정리가 안 되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철강업계의 애로사항을 공감하고 있지만, 환경부와 지자체는 환경문제를 야기한 만큼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산업부는 환경부에 철강업계의 입장을 얘기하고 있지만, 환경부와 지자체는 환경오염을 유발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규제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산업부와 환경부 등 관계부처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별로 규제 처분을 내리는 과정도 상이하다. 전남도와 경북도는 청문회를 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행정처분 결정을 내리기로 했지만, 충남도는 이같은 과정조차 없이 행정처분을 강행했다. 조업중지는 법률 위반사항이어서 청문회 과정이 필요없다는 것이 충남도의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로 정비 간에 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폭발사고를 막기 위해 유일한 방법이고 세계적으로 이 공정에 저감장치를 설치한 선례가 없다"며 "대안없는 규제로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뚜렷한 해결방법도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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