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은정 기자] #기다리던 점심시간. 직장인 A씨는 얼큰한 김치찌개를 허겁지겁 먹던중 입고 있던 흰색 블라우스에 국물을 흘렸다. 찌개 국물이 주르륵 흘러 내려 블라우스 앞쪽을 선명하게 물들였다. 30분 후 해외 바이어를 만나는 중요 미팅이 있는 상황. 그대로 근처 옷 매장으로 뛰어갔다. 미팅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터라 A씨는 마음이 급했다.
이동 시간을 빼면 남은 시간은 10여분 가량. 매장에 있는 모든 상의를 입어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A씨는 재빨리 가상피팅 기기 앞에 섰다. 기기 안 A씨 아바타가 상의 8벌을 차례로 입은 태를 꼼꼼히 살폈다. 남색 블라우스로 결정하고 진열돼 있던 해당 블라우스를 집어들고 매장을 뛰쳐 나왔다. 출입구에 설치된 무인결제 키오스크가 블라우스를 자동으로 인지, A씨의 스마트폰과 연동된 계좌에서 결제를 진행했다.
A씨가 매장에 도착해서 옷을 구매하기까지 불과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 모든 게 매장 직원의 도움없이 단숨에 이뤄졌다.
앞으로 우리에게 일상이 될 수 있는 얘기다. 마지막 무인결제 시스템을 제외하면 가상피팅 기기는 현재 국내 몇몇 매장에 실제 설치돼 많은 이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무인결제 시스템까지 구비된다면 무인 의류매장이 현실화되는 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지난 27일 서울 동대문 롯데피트인에 위치한 '위드인24' 시범매장을 찾아 3D 가상피팅 솔루션 '에프엑스미러(FX미러)'를 직접 사용해봤다. 위드인24는 한국패션산업협회와 서울시, 산업통상자원부가 힘을 합쳐 지난달 정보통신기술(ICT) 패션융합 사업을 선도하고 한국패션산업 성장을 위해 오픈한 시범매장이다.
매장에는 국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전문기업 에프엑스기어(FX기어)의 3D 아바타 가상 피팅기기가 두 대 설치돼 있다. FX기어는 지난해 11월 혼합현실(MR) 기술 기반 3D 아바타 가상 피팅 솔루션을 공개한 바 있다.
◆아바타 가상 피팅모습과 실제 착용샷 비교해보니…
아바타 가상피팅 기기 앞에 서니 처음에 성별과 피부색을 고르는 선택지가 나왔다. 이어 기기가 5초간 체형을 본따는 작업이 진행됐고 나만의 아바타가 만들어졌다. 매장에 있는 상하의 의류가 모두 기기 안에 3D로 저장돼 있어 자유자재로 입어보고 벗을 수 있었다. 비교적 시간이 적게 든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부수적으로 머리 스타일을 바꿀 수도 있어 재미를 더했다.
모든 선택은 양 손을 이용한 모션으로 이뤄진다.
자신의 치수에 맞는 사이즈(XS~3XL)를 입어보고 타이트한 부분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아바타는 360도 회전이 가능해 육안으로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아바타가 입은 것 중 맘에 드는 반팔 상의를 실제로 입어봤다.
김도연 위드인24 총괄매니저는 "가상 기기를 체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전체의 80% 정도이고 나머지 20%는 지나가다 호기심에 둘러보는 경우"라며 "그만큼 가상 피팅 솔루션 포함 ICT 기기가 고객 유도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3D 가상의상 제작 과정…다소 번거롭지만 의미있어
의류의 앞면과 뒷면을 사진으로 촬영, 이를 FX기어가 만든 캣(CAT)프로그램으로 옮겨 테두리를 따는 간단한 작업을 마치면 FX미러에서 3D 가상 의류로 볼 수 있다. 캣 프로그램은 의류를 2D에서 3D로 변환하는 기능을 가진 FX기어의 툴이다.
김용성 FX기어 영업기술 차장은 "기존에는 3D의상 제작에만 몇 시간씩 걸렸는데 캣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숙련자의 경우 5분, 평균적으로는 15분이면 된다"며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숙련된 사람처럼 쉽게 3D의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FX미러는 롯데백화점 프리미엄 아울렛 기흥점, 롯데백화점 본점 등 패션매장을 포함 대구가톨릭대학교 패션디자인과, 한국 폴리텍대학 섬유패션 캠퍼스, 안양공고 패션소재디자인과 등의 교육기관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김삼겸 FX기어 영업팀 팀장은 "현재 국내외 유명 브랜드 의류업체와 FX미러 수출 상담 혹은 공급 얘기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은정 기자 ejc@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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