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은 가슴이 아프다.
이라크에 피랍됐던 김선일씨의 살해소식이 보도되고 분노와 슬픔에 잠겨 있던 네티즌들은 23일 오전 김씨의 명복을 빌고 애도하는 글을 인터넷 곳곳에 올렸다. 서로간의 논쟁도 자중하는 모습이었다. 무고한 한 생명의 죽음 앞에서 숙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김씨의 납치 시점이 발표된 것과 달리 사실은 5월 말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내용이 연달아 터져나오자 네티즌들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다. 시신에 부비트랩이 설치되어 있었다는 보도와 정부의 추가파병 재확인이 김씨의 죽음을 재촉했다는 가능성에 네티즌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납치범들과 정부를 향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내용의 글 외에 별 다른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던 디시인사이드는 오후에 들어서면서 각종 패러디물과 합성사진이 게재되기 시작했다. 물론 김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내용도 있었지만 정부와 미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패러디물도 눈에 띄었다.

'사이비교주'라는 디시인사이드의 회원은 '아랍거리 잔혹사'라는 패러디물을 올렸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포스터를 패러디한 이 사진은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그는 "힘없는 정부, 힘없는 나라에서 숨통이나 붙어있다는 자체가 부끄럽소"라며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을 비판하는 플래시도 있었다. '오래된 책'이라는 네티즌은 "저는 당신을 지지하던 사람입니다"라며 노 대통령에게 장문의 편지를 플래시로 제작했다.
항상 지지자의 자리를 지켜왔다는 그는 "강대국에도 할 말은 하겠다던 예전의 모습이 지금과 달라 가슴이 아픕니다. 당신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입니다.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라고 노 대통령을 비판하고 "이제는 당신을 위해 밝힌 촛불을 끄겠다"고 말했다.
탄핵과 총선 당시 대부분 노 대통령을 옹호하던 합성물을 제작해 온 디시인사이드의 회원들이 노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과 비판을 담은 패러디물을 만들어 낸 것은 김선일 씨의 죽음에 대한 네티즌의 분노와 슬픔이 얼마나 깊은지를 반증해 준다.
네티즌들은 또한 김 씨를 살해한 이라크 무장단체에 대한 분노도 서슴치 않았다.
네이버의 'kiesdona'라는 네티즌은 "파병 요구하는 미국보다, 줏대 없는 우리 정부보다, 테러범들이 더 밉고 싫습니다. 조금이나마 감정적으로 이해했던게 후회되고, 매달 5천원씩 아프카니스탄 어린이들에게 보조금 보내던거, 오늘부로 끊어버립니다"라며 이라크 납치범들에 대한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디시인사이드의 '백곰' 네티즌은 '다 죽었어'라는 제목으로 이라크 무장단체의 사진을 캡쳐해 총을 쏘는 합성물을 만들어 게재하기도 했다.
MBC는 단어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네티즌들의 분노의 화살을 맞았다. 김씨가 살해된 소식을 전하며 '처형'이라는 단어를 썼기 때문. 네티즌들은 '무고한 국민이 처참하게 살해당한 것이 처형이냐'며 방송사 홈페이지에 몰려가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네티즌들의 비난이 거센 것은 '정부의 태도'다. 김씨의 피랍사실이 확인된 후 곧 추가파병 결정을 재확인 해 이라크 무장단체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는데다가 피랍 후 시신발견까지 정부가 펼친 구체적 활동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okkje'라는 네티즌은 "정부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더군요. 가나무역 사장한테 떠넘기기"라며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고 'jujubenguru'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무능한 소리 계속 듣기 싫으면 정부는 참수 주도한 자들을 잡아와 한국 재판정에 세워라!"라고 정부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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