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상권이 주를 이루는 핫플레이스라면 피할 수 없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이 활성화돼 새로운 수요자 또는 계층이 유입되면서 기존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샤로수길에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샤로수길이 최근 몇년간 유명세를 떨치면서 오래전부터 시장골목을 지켜왔던 식당과 카페들이 문을 닫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프랜차이즈를 찾아볼 수 없었던 샤로수길에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속속 입점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샤로수길 대표 맛집으로 오래 자리를 지켜온 한 일식라멘집은 지난달 7년간의 영업을 끝내고 문을 닫았다. 또 인근 자취생들 사이에서 가성비 좋기로 소문난 칼국수집(2011년 개점) 역시 지난해 이전 소식없이 폐점했다. 기존 음식점이 빠진 자리에는 바로 호프집과 대만식 국수집이 들어와 장사 중이다.
관악구 샤로수길 인근 B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샤로수길 대표 음식점들이 많이 문을 닫았다. 문을 닫은 모든 음식점이 높은 임대료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80~90%가 임대료상승에 따른 영업 종료라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상가 시세라는 것이 아파트와는 달리 임대인 마음대로 변동이 가능하며, 업종과 위치에 따라 달라 평균을 매기기에는 어려우나 이전 시장골목일 떄와 비교해 폭등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샤로수길이 3~4년 전부터 주목받으면서 이 골목에 진입하려는 임차인들이 줄을 섰다"면서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찍어두고 계약일 만료 일전부터 주인과 상의에 들어갈 정도니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샤로수길 초입에는 현재 스타벅스 리저브매장이 입점을 앞두고 공사가 진행 중이다. 스타벅스가 들어오는 자리는 엔젤리너스가 5년간 카페를 운영해왔으며,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늘 만석이었다. 무엇보다 스타벅스 리저브매장의 샤로수길 입점이 의미를 갖는 것은 이 매장에서 400m 이내에 각각 220석, 210석 규모의 '서울대입구역점'과 '서울대역점' 등 2곳의 스타벅스가 이미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프리미엄 커피 위주로 판매되는 리저브 바 매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인접한 위치에 2곳의 스타벅스가 이미 운영중임에도 새 매장을 오픈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역내 다른 매장은 서울대입구 사거리를 중심으로 하는 별도의 대형 상권에 위치해 있다. 리저브 바 매장은 일반 매장과 달리 차별성을 강조한 스페셜티 커피 중심 매장으로 유동인구에 따른 수요가 예상돼 오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달 11일 샤로수길 메인로드에는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식포차 '리춘시장'이 오픈했다. 리춘시장이 문을 연 자리는 태국식 쌀국수집이 있었다. 리춘시장은 오픈 한달 만에 저녁 시간대에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샤로수길 인근 한 뷰티샵 사장은 "같은 라인에 있는 다른 가게의 경우 3년 전보다 월세가 3~4배 이상 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행히 주인분의 배려로 크게 오르지 않은 임대료로 4년째 장사를 하고 있지만 요즘 같으면 여기에 들어올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입지와 전용면적, 신축여부 등에 따라 다르지만, 샤로수인 메인도로의 경우 임대보증금 1천만~1억원대에서 월세 100만~800만원대까지 가격이 형성돼있다.
샤로수길의 임대료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향후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관악구의 유동인구는 1ha당 1만 2천892명으로 2016년 4분기(8천61명) 대비 59.9% 증가했다. 유동 인구가 점차 늘어나는 동시에 샤로수길 초입 인근에 201세대, 지하 2층~지상 20층 규모의 역세권 청년주택이 2021년 9월 들어설 예정이다. 또 기존 샤로수길 앞뒤로 고층 오피스텔과 원룸촌이 확장·조성되고 있어 더 두터운 배후수요를 갖추게 된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스트레이트 골목상권의 특성상 주변 인근 상권과 단절돼 확장성의 한계가 있지만 입지적 이점으로 희소가치는 높아 앞으로 임대료나 권리금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도심권에 있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앞으로 젠트리피케이션 진행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골목상권 보호 차원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등 자본을 앞세운 업종에 대한 규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이사는 이어 "지금과 같은 경기불황이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높은 권리금은 추후 회수를 못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샤로수길에 입점을 고려한다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주의가 요망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성동구는 2017년 8월 임대료 폭등 기미를 보인 골목상권 '서울숲길'에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업체의 신규 입점을 제한했다. 서울숲길에선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해 건물주 5명, 임차인 5명, 직능단체장 5명, 지역활동가 5명으로 구성된 상호협력주민협의체의 심의를 거쳐 입점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어 최근 몸값이 뛰고 있는 종로구 익선동 역시 지난해 일대를 한옥마을로 지정해 대규모 프랜차이즈와 상점이 들어올 수 없도록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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