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달 중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던 50여 년만의 주세법 개정이 업계 간 입장차로 잠정 연기됐다. '국산 맥주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종량세로 전환하려 했지만, '서민 술' 소주 가격이 높아질 수 있어 조율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당초 주세개편안 발표를 4월 말이나 5월 초에 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잠정 보류키로 했다. 주종에 따른 업계 간 이견이 발생해 이를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주세개편안을 (주종별로)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향까지 포함해 검토 중"이라며 "주세개편안을 지난달 말이나 이달 초 발표를 목표로 가격 인상이 없는 범위에서 검토했으나 발표 시기가 다소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세개편안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주종별로 업계의 이해관계가 달라서다. 국산 맥주 업계는 종량제에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수입 맥주 업계는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또 소주·약주·청주·증류주·과실주업계 역시 종량세 전환 시 유통이나 판매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소주와 맥주 선두업체가 가격을 인상해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고, 다른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주세개편으로 (술 가격이) 인상된다는 오해가 형성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주와 맥주 가격 변동이 없는) 기본 원칙을 계속 견지할 것"이라며 "주종별로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술에 매기는 주류세를 출고가 기준의 '종가세'로 지정해왔다. 이에 따라 국산 맥주 한 병이 1천 원일 경우 기본 세금이 추가돼 출고가 1천36원으로 정해지면, 종가세에 따라 판매 가격은 최소 2천36원이 된다. 소주도 출고가 477원에 세금이 539원가량 붙어 1천190원에 판매된다.
하지만 '종량세'로 바뀌면 세금 부담이 달라진다. 오비맥주 '카스'의 경우 종가세에선 1리터당 1천200원의 세금이 붙지면, 종량세에서는 835원 정도로 낮아진다. 반면, 소주는 종량세로 전환될 경우 가격이 오르게 된다. 이로 인해 소주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종량세로 전환을 요구한 것은 수입맥주에 대한 국산맥주의 차별 때문"이라며 "소주에 종량세를 적용하면 위스키, 과일향 소주는 와인과 경쟁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맥주업계 주장은 다르다. 맥주가 현 주세체계로 인해 수입맥주와의 역차별 피해를 꾸준히 입어 생존에 위협받고 있는 만큼, 종량세 전환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또 수입 제품과 장기간 역차별을 받아온 맥주에 우선 적용해달라며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희석식 소주, 탁주 같은 100% 국산인 주종과 달리, 국산맥주 산업은 수입 제품에 생산 기반을 위협당하면서 4조 시장 붕괴가 머지 않았다"며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공장 가동률은 2017년 기준 30%대까지 추락했고, 일부 업체는 주세 체계에 따른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한국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맥주업계는 이미 정부의 약속을 믿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종량세 전환 준비를 끝냈지만, 종량세 전환이 늦어지면서 사업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증세없는 세율 산출이 작년에 끝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자꾸 지연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당초 전 주종의 개편을 검토해왔던 정부는 맥주만 우선적으로 개편한 후 단계적으로 주세법을 개편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세제정연구원의 관련 용역보고서가 마감되는 17일 이후 이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정부가 주류세 개편 자체를 취소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주류세 개편 자체가 취소될 가능성과 관련해) 현 단계에서 말하기가 어렵다"며 "최대한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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