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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별세] 애도 속 국민연금 주주권 다시 도마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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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스튜어드십 코드 논란 '재점화' 내심 반기는 재계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가운데 국민연금공단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이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15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보수 야당이 '연금 사회주의'를 거론하며 국민연금공단의 스튜어드십 코드 논쟁에 불을 지폈다.

재계는 표면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심 사회적 논란을 반기는 분위기다. 조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총수 일가가 있는 대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재점화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조양호 회장의 별세와 관련 가장 적극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이들은 보수 야당 중진들이다.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 14일 조 회장의 빈소를 방문해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을 세계 굴지의 회사로 만든 세계 항공업계 리더"라며 "전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연달아 불이익을 당한 것은 불행, (조 회장의 죽음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 모습
지난 12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 모습

김 의원이 말한 전 정부는 박근혜 정부를 일컫는다. 2016년 당시 조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 관련 석연찮은 이유로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현 정부의 불이익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로 인한 대한항공 대표이사 퇴진이다. 김 의원이 이른바 '비박(비박근혜)계' 대표 인사라는 점에서 전·현 정부를 싸잡아 비판한 셈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조 전 회장의 별세 직후 국민연금과 관련 "국민의 노후자금을 앞세워 경영권까지 박탈하고 있다"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조 전 회장은) 연금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문 정권의 첫 피해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12일부터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조 회장의 빈소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CJ그룹 이재현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 등 재계 주요 인사들이 방문했다. 정치권에서도 문희상 국회의장,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민주당 이해찬 대표, 황교안 한국당 대표 등 정당 주요 인사들도 방문했다.

여당인 민주당 지도부 및 소속 의원들의 경우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다만 조 회장 별세 직후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조 회장의 죽음을 정치공세의 소재로 삼는 정치인들과 일부 언론의 후안무치에 치가 떨린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조 회장은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대한항공 이사직 연임안이 부결되면서 대표이사직에서 퇴진했다. 대한항공 지분 11.4%로 조 회장에 이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가 컸다. 조 회장이 270억원 규모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 중인 가운데 주주가치를 침해했다는 주장과 함께 자녀와 부인을 포함한 일가가 갑질 의혹으로 기업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취지다.

대한항공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오너 퇴진까지 이어진 첫 사례다. 정부의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시민사회는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찬성 입장을, 재계는 경영권 침해 우려를 들어 반대해왔다.

재계는 이번 조 회장의 별세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삼가해왔다. 재계 주요 단체들은 조 회장이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성장을 통한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 대외적 국가 브랜드 제고에 기여한 점 등을 들어 애도하는 입장만을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내놓고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최근 보수 야당의 적극적인 국민연금 비판과 재계의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발표하면서 총수 일가의 횡령·배임, 사익편취, 임직원보수 등을 2019년 중점 관리사안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해당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추진하고 개선 여지가 없을 경우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취지다.

한 IT기업 관계자는 "국내 주요 대기업 대부분이 2세, 3세에 대한 상속 문제가 걸려 있지 않느냐"며 "상속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 자금이 동원되는 만큼 상당수 기업들이 국민연금과 불편한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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