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롯데에 인천점을 빼앗긴 신세계가 알짜배기 상권인 영등포역을 공략하며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인천종합터미널 소유권이 경쟁사인 롯데쇼핑으로 넘어가면서 21년간 영업해 왔던 점포를 지난해 넘겨줘야 했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영등포역사 입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영등포역과 서울역 민자역사를 운영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르면 이달 말 양 역사의 신규 사업자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철도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신규 사업자 선정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통과 되면서 올 연말 사업이 만료되는 서울역사와 영등포역사의 신규 사업자 입찰은 더욱 관심 받고 있다. 그동안 대형 유통업체들은 서울역사와 영등포역사 사용 기간이 최대 10년으로 제한돼 있어 시설 투자 대비 자금을 회수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입찰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법안이 통과돼 민자역사 사용 기간이 최대 20년으로 연장되면서 입찰에 관심을 보이는 곳들이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영등포역과 서울역은 하루 수십만명이 이용하는 서울 대표 상권으로, 유통업체들이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곳"이라며 "서울 지역은 유통업체가 진출할 수 있는 상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포화가 된 상태여서 이번 입찰이 서울에서 영역을 확대하려는 업체들에게 좋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영등포역사는 롯데백화점이 2017년 기준 연매출 5천억 원을 기록할 만큼 쇼핑객들이 많이 몰리는 매력적인 상권이다. 이곳은 롯데 사업장 중 매출 규모로 상위 4번째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연매출 8천억 원대인 인천점을 롯데에 넘겨준 신세계는 영등포역사 입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근에 영등포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영등포역사까지 흡수하게 되면 이 일대에서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2020년 여의도에 오픈할 예정인 현대백화점을 견제하기에도 충분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영등포역사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TF(태스크포스)까지 조직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영등포역사는 백화점으로, 기존 영등포점과 타임스퀘어는 스타필드로 운영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영등포역사 입찰에 참여할 지를 두고 현재 사업성과 관련한 내용을 검토 중인 것은 맞다"며 "다만 TF 조직을 만들지도 않았고,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계획을 마련하지도 않았는데, 일각에서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K플라자는 영업 부진에 시달리던 구로점의 문을 닫는 대신, 영등포역사 입찰에 기웃거리고 있다. 회사 측은 일단 사업성을 검토한 후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입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던 이랜드그룹은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다. 조만간 오픈을 앞둔 NC백화점 청주점에 역량을 집중하고, 기존 점포 관리에 좀 더 주력할 예정이다. 또 인근에 신도림 디큐브시티점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역시 출점 매력이 없어 입찰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등포역사 외에도 서울역 민자역사 역시 신규 사업자 선정에 들어간다. 현재 이곳에는 롯데쇼핑이 롯데마트와 롯데몰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인천공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쇼핑'을 즐기는 곳으로 유명한 만큼, 전국 매출 1~2위를 다툴 정도로 알짜배기 점포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이곳에 가장 군침을 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서울역사는 입찰공고가 발표되면 조건에 따라 사업성 검토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이번 입찰에 참여하려는 것은 입찰가를 높게 불러 롯데에 부담을 더 주기 위한 전략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이 같은 상황 속에 '출점 부진'으로 힘겨워하고 있는 롯데쇼핑이 알짜배기 점포인 롯데백화점 영등포역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지킬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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