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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지나친 '따이궁' 의존···면세점 호황 '사상누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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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신전자상거래법 이슈·수수료 경쟁 과열도···"중국 관계 개선 희망"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겉보기에는 사람이 많지만 실상 따져보면 구매력 있는 손님은 많지 않아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따이궁'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가 시작되면 한 순간에 무너질 위험도 있다고 봅니다."

3일 오후 면세점 업계 관계자 A씨는 손님이 북적이는 매장의 겉모습에 속지 말라며 이 같이 말했다.

A씨는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가 돌아왔다는 말을 많이 하던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유커는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보면 되고, 대(對) 중국 매출 대부분이 따이궁(보따리상)에게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판로를 뚫기 위해 동남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지난 달 2천여 명의 방문객을 유치했지만, 구매력이 중국 고객에 비해 크지 않아 큰 효과는 없다"고 덧붙였다.

2017년 사드(THADD)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성 한한령 발효 이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유커들이 사라졌지만, 면세점 업계는 매년 최고 실적을 갱신하며 올해 20조 원 수준의 시장으로 커질 만큼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유커보다 점차 따이궁의 의존도가 커지면서 업계에선 이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따이궁은 한국 면세점에서 대량의 물건을 구매해 중국 현지에서 '타오바오'를 비롯한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보따리상이다. 최근에는 1인 마켓인 '웨이상'을 이용한 판매도 크게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이궁은 현재 국내 면세점 업계 매출의 70% 가량을 점유할 만큼 대량 구매를 하고 있다. 업계로부터 '큰 손' 대접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따이궁이 많은 활동을 하지 않는 용산의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이날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간혹 중국어와 동남아 말이 들려오긴 했지만, 으레 면세점하면 떠오르는 '캐리어를 두 세 개씩 가지고 다니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다.

한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B씨(45·여)는 "중국과의 관계가 최근 비교적 나아졌다 하더라도 유커가 다시 돌아온 것 같지는 않다"며 "보통 개인 손님이 사고 싶은 물건을 한 두 개 사서 가는 정도"라고 말했다.

한산한 풍경의 용산의 한 면세점. [사진=이현석기자]
한산한 풍경의 용산의 한 면세점. [사진=이현석기자]

반면, 이날 방문한 명동의 분위기는 달랐다. 신세계면세점과 롯데면세점 모두 대부분 매장에 손님이 있었고, 일부 매장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보이는 등 활기찬 모습이었다. 하지만 과거 '면세점'하면 떠오르는 깃발을 든 가이드 뒤에 수많은 사람이 북적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던 T씨(23·여·베트남인)는 "한국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쇼핑을 하고 있다"며 "중국인들이 단체로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일은 점심 이후에는 거의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방문하면서 따이궁으로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일부 고객이 있는  명동의 면세점. [사진=이현석기자]
일부 고객이 있는 명동의 면세점. [사진=이현석기자]

업계는 현 상황을 '기대 반 불안 반'인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천540만 명 가량으로 급감했던 2017년 대비 약 200만 명이 늘었다. 중국인 관광객 또한 약 480만 명 수준으로 2017년 대비 60만 명이 늘었다. 과한 따이궁 의존을 넘어 매출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에는 조심스럽다. 중국 정부는 2018년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한 이후 세관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이 법이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중국 국내 기류의 변화에 따라 따이궁 또한 유커처럼 한 순간에 감소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따이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과열되고 있는 송객 수수료 경쟁도 면세점 업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송객 수수료는 면세점이 여행사에 따이궁을 데려와 줄 것을 요청하며 지급하는 것으로, 따이궁은 이 수수료 중 일부 금액을 여행사로부터 수령한다. 송객수수료율은 상품이나 결제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카드 결제시 15% 전후로 알려져있다. 최근에는 여행사별 송객수수료율을 확인하는 어플리케이션까지 등장하는 등 따이궁을 유치하기 위한 수수료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따이궁에 대한 과한 의존도는 분명 업계 최대의 고민 중 하나"라며 "중국과의 외교 관계가 빠르게 개선돼 다시 한 번 중국 단체 관광객이 몰려들어 즐거운 비명을 지를 기회가 빠르게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관광객 감소에 관심을 보였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6월 예정된 G20 정상회의시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을 요청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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