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이른바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 8년째를 맞은 가운데 여성가족부의 담당 과장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과장은 5번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체부는 지난 2014년부터 해당 과장 자리를 3년 이상 근무가 필수인 '전문 직위'로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과장이 3년 이상 근무한 사례도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여가부는 청소년 보호법 제26조에 따라 자정(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도록 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도입해 2011년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반면 문체부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라 친권자가 요청할 때 특정 시간대의 청소년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2012년 7월부터 시행 중이다.
이에 셧다운제의 실효성과 대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두 부처 간 정책 실무 담당자의 전문성에서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문체부가 이중으로 나뉜 셧다운제의 일원화를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부처간 논의가 쉽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19일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이 새롭게 부임했다. 전임 과장이 부임한 지난 2017년 9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또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된 2011년 11월 이후로 5번째 담당자가 바뀐 셈이다.
이는 여가부에서 셧다운제를 담당하는 청소년보호환경과장이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것과는 대조를 보이는 대목. 해당 과장 임기는 오는 2020년 5월까지로, 추후 성과에 따른 임기 연장도 가능하다. 여가부가 해당 과장 자리를 '개방형 직위'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방형 직위는 공직사회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문성이 특히 요구되는 지위나, 효율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직위에 대해 공개모집을 거쳐 적격자를 선발 및 임용하는 제도다.
각 부처에 개방형 직위 관련 가이드를 제공한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개방형 직위에 5년 범위 내로 근무 가능하지만, 성과에 따라 임기를 연장할 수도 있다"며 "인사혁신처 차원에서는 우수한 민간 전문가들이 안정적으로 오래 근무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이에 맞서 게임과 과장 자리를 전문 직위로 운영 중이다. 최근 10년간 게임 및 e스포츠와 관련해 문체부 내에서 개방형 직위를 임명한 사례는 없지만, 대신 게임 쪽의 중요성을 인정, 이를 전문 직위로 지정했다는 게 문체부 측 설명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전문 직위와 개방형 직위는 모두 최소 3년 이상의 장기근무(개방형 직위는 공무원이 아닌 사람의 경우) 및 전문성을 요구한다. 양 직위 간 차이는 전문 직위는 부처 내에서 관련 경험이 있는 내부 인사를 임명하는 자리인 반면, 개방형 직위는 외부 민간 전문가를 임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문체부 게임과 과장의 경우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된 이후는 물론 전문 직위로 지정된 2014년 7월 이후로도 해당 과장이 3년 이상 근무한 경우는 전무해 전문 직위제를 무색케 하고 있다..
실제로 이동섭 의원(바른미래당)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게임과 과장 근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 7월 전문 직위 지정 이후 첫 게임과 과장으로 발령받은 A 과장은 2015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1년 10개월간 근무했으며, 이후 부임한 B 과장 역시 2017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1년 5개월 근무했다. 모두 3년 미만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 직위의 경우 3년 이상 근무가 필수이나 파견으로 면직될 경우 규정에 어긋난 인사조치가 아니라는 것. 해당 전임과장들은 모두 불가피하게 파견을 사유로 보직이 변경됐다는 설명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전임 과장들은 모두 파견을 사유로 보직을 변경했기 때문에 규정상 문제가 없다"며 "또 개방형 직위라고 해도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는 조건에서 보면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잦은 보직 변경이 발생할 경우 전문 직위 취지가 유명무실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성 확보를 위해 설정한 최소 3년의 임기도 지키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면 결국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때문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정부부처과장은 정책 실무를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라며 "게임과 과장을 전문 직위로 지정했음에도 필수 요건인 최소 임기 3년도 지키지 못하는 사태가 반복된다면 결국 게임업계를 대변해야 하는 문체부의 경쟁력이 여가부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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