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차량공유 업체 그랩이 동남아 시장에서 전력질주하고 있다.
그랩은 차량 공유 플랫폼을 발판으로 배달, 결제, 보험 등 핀테크 영역까지 보폭을 넓혔으며, 아시아 전역에서 인재 채용에 나서고 있다.
그랩은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해 있지 않지만 국내 대기업이 투자처로 눈독들이는 회사다. 국내 업체들은 규제 장벽에 막혀 서비스 운영이나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랩이 위협적일 수 밖에 없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그랩은 아시아 지역에서 상주할 직군을 채용 중이다.
그랩 채용 공고 현황을 보면 말레이시아·싱가포르·필리핀·중국·인도·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지역에서 일할 600여개 직군을 모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지역 곳곳에서 상주 인력을 채용 중인 것으로 안다"며 "그만큼 현지 시장에 맞는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랩은 이달 보험 사업 진출을 선언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랩 앱의 다운로드 수는 1억건이 넘었는데, 이 플랫폼을 바탕으로 온라인 보험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랩과 중국 최초 온라인 보험사 종안보험의 자회사인 ZA 인터내셔널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동남아시아에서 디지털 보험사업을 시작한다. 양사는 그랩의 모바일 앱으로 편리하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보험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국내로치면 포털 사이트 네이버, 카카오의 카카오톡과 같은 역할을 그랩이 하는 셈이다.
이같은 그랩의 성공 가도는 국내 업체들에게 그림의 떡이다. 카카오가 카풀을 중단했을 정도로 국내 차량공유 서비스는 규제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카풀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대타협기구가 출범했지만 당·정은 택시 지원책을 우선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차량공유를 비롯한 O2O 업계는 이같은 규제 환경 탓에 한국의 그랩이 탄생이 어렵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공유 서비스를 가동하려하면 시행령, 고시 등에 어긋난다며 담당 공무원이 찾아온다"며 "불법이라고 딱지를 붙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무조건 막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가 가장 두려워 하는 부분도 국내 큰손들이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동남아 최대 차량 공유 업체 그랩에 베팅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그랩에 총 2억7천500만달러(약 3천100억원)를 투자한 셈이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외부 기업에 투자한 사례 중 사상 최대 규모다.
현대차는 국내 차량공유가 규제 벽에 막혀 있자 해외로 눈을 둘렸다. 현대차는 지난해 50억원을 럭시에 투자하며 지분 12.2%를 갖고 있었지만, 카카오가 럭시를 인수할 때 이를 모두 팔았다.
이밖에도 그랩은 지난해 네이버와 미래에셋으로부터 1억5천만달러(약 1천700억원)를 투자 받았고, 삼성전자와도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그랩이 아직 한국 진출은 하지 않았지만, 투자자부터 빼앗기고 있다는 점이 국내업체들에겐 뼈아프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아직도 카풀에 관해 카카오에게도 해답을 주지 않았다"며 "국내 차량공유 시장부터 어렵다보니 투자 받기도 어렵고 해외 진출은 꿈꾸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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