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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금융소외]①무인기기의 역습…"ATM·커피 주문도 한발 늦어"(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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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 심화…유투브 시니어 스타도 막막 '물어볼 곳이 없다'

[아이뉴스24 허인혜, 김지수 기자] 올해 금융권의 표어로 단연 '핀테크'와 '혁신 금융'이 꼽힌다. 기술과 금융의 만남으로 소비자 편의를 높인다는 목표지만 시니어층은 변화가 달갑지 않다. 햄버거를 먹을 때도 젊은이의 손을 빌려야 하고 설 명절 기차표를 사기 위해 여전히 서울역에서 긴 줄을 기다린다. 온라인 전용상품의 이득도 별나라 이야기다. 핀테크의 이면인 시니어 금융소외를 금융권 별로 3회에 걸쳐 살펴봤다.[편집자주]

차세대 결제수단으로 떠오른 무인주문기(키오스크)는 고령층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무인기 확산이 빠른 패스트푸드점과 영화관에서는 대면창구와 무인주문기 앞의 연령층이 극명히 갈리고 있다. 그마저도 대면 주문이 불가능한 매장에서는 시니어 층의 어깨가 더 움츠러든다.

전통 금융권인 은행조차 무인점포를 도입하면서 시니어층의 금융소외가 날로 심각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파업은 청년층과 노년층 사이 금융 간극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면대면 주문 못하는 시대…'유투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도 "안 먹으면 안돼?"

17일과 18일 오후 이틀간 종로 인근과 서울역 등을 돌며 무인주문기를 살펴봤다. 무인주문기와 대면창구가 함께 있는 매장에서는 대면창구에는 노인이, 무인주문기에는 청년층이 몰려 있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시청역 인근의 한 유명 패스트푸드점 풍경. 무인주문기 4대를 전면에 배치하고 정면 대면매대를 없앴다.[사진=허인혜 기자]
시청역 인근의 한 유명 패스트푸드점 풍경. 무인주문기 4대를 전면에 배치하고 정면 대면매대를 없앴다.[사진=허인혜 기자]

'노년층의 홍대'라는 말과 걸맞게 종로3가 인근 영화관에는 노년층이 자주 눈에 띄었다. 17일 오후 영화관에서 살펴본 20명의 고령 소비자 중 20명 모두가 창구를 먼저 찾았다. 이날 영화를 관람하려 극장을 찾은 71세 박 씨 역시 무인주문기를 지나쳐 창구로 직행했다.

무인주문기 대신 창구를 찾은 이유를 묻자 박 씨는 "돋보기 안 쓰려고 그런다. 기계 단말기는 눈이 시려가지고"라며 "내가 잘못 눌러도 말도 못 알아 듣고, 사람이랑 말을 하면 틀린 것도 알아 듣는데 기계는 알아서 해주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박 씨의 또래 친구들도 무인주문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18일 종로 인근 유명 패스트푸드 매장 세 곳 중 한 곳만 무인주문기 없이 대면주문을 받았다. 이 곳은 노년층이 몰리기로 유명한 지점이다.

시청 인근 지점에서는 무인주문기가 전면에 배치됐다. 측면에 작은 매대가 있었지만 상주 직원은 없었다. 고령의 한 고객이 무인주문기 앞을 서성이다 주문 버튼을 눌렀다. 햄버거, 세트메뉴, 디저트, 음료 등 여러 갈래에서 고민을 하다가 햄버거를 골랐지만, 세트메뉴를 골라야 하는 질문에서 또 한참을 고민했다. 담당직원을 찾느라 두 차례 자리를 비웠고, 세트메뉴의 크기를 결정하라는 무인주문기의 물음에 결국 무인주문기 주문을 포기하고 매대로 향했다.

빠른 서비스를 지향하는 패스트푸드점은 무인주문기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롯데리아의 전국 1천350개 매장 중 61%가량인 825개 매장에 무인주문기를 설치했다. 맥도날드는 59%인 250여 매장이 무인주문기를 운영 중이다. 평균 60%의 매장이 무인주문기로 주문을 받고, 일부 시간대에는 아예 대면주문을 받지 않는다.

'유투브 스타'도 무인주문기 앞에서는 장사가 아니었다. 구독자 60만명이 넘는 슈퍼스타 박막례 할머니는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70대 고령층이 무인주문기를 맞닥뜨렸을 때의 당혹감을 보여줬다. 박 씨는 "자존심이 상한다" "안 먹으면 안돼?" 등의 말로 어려움을 표현했다.

6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투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는 4일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이라는 영상으로 무인주문기를 이용하는 고령층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사진=유투브 화면 캡쳐]
6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투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는 4일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이라는 영상으로 무인주문기를 이용하는 고령층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사진=유투브 화면 캡쳐]

◆대면창구 찾아야 업무 보는 노년층…무인화점포·파업은 '날벼락'

KB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을 진행했던 지난 8일. 전체 조합원 약 1만 4천여 명 중 9천여 명이 파업에 참여했지만 큰 혼란은 없었다. 전국 ATM기, KB스타뱅킹, 인터넷 뱅킹, 리브 등 비대면 채널이 정상적으로 가동됐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영업점을 찾은 20대 A씨는 "파업 사실을 미리 알고 보안카드 발급이 가능한 영업점을 확인한 후 은행을 찾았다"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모바일 뱅킹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파업으로 인한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대면 거래가 익숙지 않거나 이용하지 않는 중장년층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국민은행 파업 당일 영업점에서 불편을 호소한 것도 60대 이상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7일 국민은행 애플리케이션에서는 국민은행 총파업을 안내하며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으로는 정상이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게시했다. [사진=국민은행 앱]
지난 7일 국민은행 애플리케이션에서는 국민은행 총파업을 안내하며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으로는 정상이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게시했다. [사진=국민은행 앱]

61세의 B씨는 "ATM 기기 사용이 익숙치 않아 은행 창구에서 송금을 하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대기 시간이 길어 불편했다"며 "자녀들도 그렇고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편리하다고 하지만 인증 절차 등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져 매번 영업점을 방문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고객들의 경우 파업이 진행된다는 사실조차 당일 영업점에 부착된 사과문을 보고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은행이 파업에 대해 모바일 뱅킹 앱을 통해서만 공지했기 때문이다.

60대의 C씨는 "정상 영업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평소보다 불편할 수밖에 없는데 사전 안내가 전혀 없었다"며 "모바일 뱅킹을 이용할 줄 몰라 은행을 직접 찾아야만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조회 기준 은행권 창구 대면거래는 전체 거래의 8.4%의 불과하다. 국민은행도 전체 거래의 86%(작년 상반기 기준)가 비대면 거래로 이뤄지고 있다.

은행 상품도 모바일 전용 상품 판매가 증가하고 있어 중년·노년층 등의 금융 소외가 가속화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접근성이 크게 감소하고 있어 지금부터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김지수 기자 gs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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