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 김예령 기자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질문에 대한 논란이 연이틀 이어지고 있다. 질문 내용과 태도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네티즌들은 물론이고 동료 기자, 정치인 등도 자신들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10일 김예령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로 나섰다.
이날 김 기자는 "오늘 기자회견문 모두발언을 보면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통해서 성장을 지속시키겠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겠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여론이 굉장히 냉랭하다는 것, 또 대통령께서 알고 계실 것입니다. 현실 경제가 굉장히 얼어붙어 있습니다. 국민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합니다. 대통령께서 계속해서 이와 관련해서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강조를 하고 계셨는데요"라면서 "그럼에도 대통령께서 현 정책에 대해서 기조를 바꾸시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시려는 그런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싶고요.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습니다"라고 질문했다.
당시 김 기자는 소속을 밝히지 않아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김 기자의 질문이 끝난 후 '경기방송의 김예령 기자'라고 소속을 대신 소개했다.
'김예령 기자 논란'은 질문 내용이 추상적이고, 예의를 지키지 않았고, 자신의 소속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요약된다.
KBS 최경영 기자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슨 정책인지도 질문에는 나오지 않고, 무슨 경제가 어떻게 잘못됐다는 건지도 알 수 없고, 그러니 인과관계는 당연히 나오지 않고 이미지로만 질문하는 방식"이라며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이렇게 해서는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국민을 대표로 해서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자리고 영광입니다"라며 "조금 더 공부를 하세요. 너무 쉽게 상투적인 내용으로 질문하지 마시구요. 그렇게 해서 어떻게 막강한 행정권력, 대통령을 견제한다는 말입니까?"라고 지적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기자의 글을 공유하며 "구체적인 질문을 하려면 구체적인 자료를 준비하고 공부하라. 뜬구름 잡는 이미지에 기반한 질문은 하지마라"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는 이날 밤 방송된 KBS 1TV '오늘밤 김제동'에서 "여러 측면에서 흥미로웠던 기자회견이었다. 자유로운 질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하나는 실시간으로 생중계 되는 만큼 기자들이 좀 더 긴장을 하고 명확한 근거가 있는 날카로운 질문을 해야하지 않나 싶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정란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명예교수는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한 번 더 가르쳐 준 진실, 무식하면 용감하다"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반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예령 기자 논란'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11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자기가 이것은 꼭 해야 하겠다 싶으면 물어야 기자다"라며 "김 기자에 대한 신상털기까지 행해지고 있는 상황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신동욱 총재는 김예령 기자를 적극 옹호했다.
신 총재는 11일 트위터에 "김예령 기자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후폭풍...질의태도 논란, 외신 기자 보단 백배 나은 꼴이고 어용 기자 보단 천배 나은 꼴이다. 시청자는 사이다 원샷한 꼴이고 문대통령은 얼버무리고 패스 꼴이다. 문비어천가에 찬물 끼얹은 꼴이고 희망싹 인터뷰 꼴이다. 여자 홍카콜라 콜. 김예령 완승 화이팅"라는 글을 게시하며 김예령 기자를 응원했다.
기자회견의 자유로운 분위기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주목을 받았다.
손석희 앵커는 10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지난 정부에서 봤지만 대통령 앞에서 다소곳이 손 모으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자면 권위주의 정부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저렇게 성큼 금년에도 또 한 번 다가오는구나. 좋게 느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기자는 국민을 대신해서 뭐든지 질문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무슨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할 의무가 있는 거다. 기자의 권리는 뭐든지 질문할 수 있고 대통령의 의무는 그 질문에 뭐든지 답변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라는 분들이 본래 좀 그렇지 않느냐. 그러니까 결례하더라도 얼마나 자연스러우냐. "왜 무슨 자신감 가지고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자연스럽지 않느냐. 신세대답고"라고 밝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예령 기자의 질문을 언급했다. 손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은 한 번 밖에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용이 변한 게 아니다"면서 "대통령의 철학은 변하지 않았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김예령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의 시선도 다양하다.
일부 네티즌은 지난 2010년 김예령 기자가 나경원 의원과 민경욱 의원에게 보낸 우호적인 글이 적혀있는 트윗을 확산시키며 김예령 기자를 비판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속 시원한 사이다 질문" "배스트 질문" 이라며 격려하고 있다.
한편, 김예령 기자는 10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제기조에 대한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고 한 자신의 질문에 대해 "물론 듣기에 따라 무례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최대한 어려운 국민의 여론을 대신해 여쭙고 싶었다"면서 "최대한 객관적이고자 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여쭐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그냥 훅 들어간 감은 있다"면서 "대통령이 "자신있다"고 답변해주길 바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명진 기자 p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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