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국내 최초로 광회선패킷전달망장치(POTN) 국산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육희수 우리넷 사업1그룹장(전무)은 최근 기자와 만나 유선 인프라 시장에서 밀려드는 글로벌 업체와 견줄 수 있는 탄탄한 기술력을 강조하며 이같이 자부심을 나타냈다.
우리넷은 지난 2000년부터 광전송장비의 개발과 제조, 판매까지 소화할 수 있는 국내 토종 네트워크장비 전문회사다. 최근에는 최종 사용자를 통신사 기간망으로 연결해주는 유무선 통합 접속장비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등 유선 인프라 측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육희수 전무의 기술 자부심 원천은 창립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넷은 삼성전자의 전송파트 엔지니어 4명이 창립한 벤처기업으로 출발했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기술개발역량이 있었기에 다수의 위탁개발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개발회사로의 한계를 체감한 우리넷은 이후 직접 제품을 제조·개발해보겠다는 취지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엔지니어로서의 도전정신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포부였다.
이에 따라 첫 대상으로 다중서비스지원플랫폼(MSPP)를 설정, 2003년부터 장비 제작에 본격 착수하게 된다. 2004년부터 통신 3사와 직거래를 시작한 뒤 28억원의 첫 매출을 거두면서 성장의 길로 접어들었다. 2010년에는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육 전무는 "자체 제품 용역개발에서 한번 더 도약할 수 있었고, 호남고속철 철도망에 MSPP 장비가 채택되면서 또 다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후속기술로 PTN에 도전, 더 진화발전한 POTN 장비까지 상용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POTN 국산화 쾌거…국내 유선 경쟁력 강화
5세대통신(5G)에서는 유선 전달망 장비도 고도화가 필요하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대용량의 트래픽을 효과적으로 집선해 생존성 높게 전달하는 게 핵심이다.
우리넷이 개발한 POTN은 전송망(L0:WDM), 회선망(L1:TDM), 패킷망(L2:Packet) 전송기능을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한 장치다. 기존의 전송장비를 대체하는 차세대 전달망 장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발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대규모 글로벌 장비업체에 비해 국내 중소기업으로서는 시간과 비용, 인력 부족이 항상 숙제였다. 그럼에도 국내 최초 국산화에 성공한 것을 두고 그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육 전무는 "4년전만해도 POTN 개발에 대한 리소스나 여건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다행히 SK텔레콤 기술원 과제인 '국산 소형 POTN 상용화 개발 및 장치 안정성 확보'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ETRI에서도 '차세대 광전달망 구축을 위한 테라급 POTN 개발' 관련 기술 이전을 받아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우리넷은 POTN 국산화에 성공한 뒤 빠르게 보폭을 넓혔다. 첫 성과로 2016년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미래네트워크 선도 시험망 코렌(KOREN) 고도화 사업'에 참여했다. 서울과 수원, 판교, 대전 POP에 100G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장비를 공급했다.
ETRI 스마트 네트워킹 핵기술개발과제와 IITP 트랜스포트 SDN 오케스트레이션 표준기술개발과제에 대용량 테라급 POTN 시스템의 차세대 운용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표준 개발 및 트랜스포트-SDN 컨트롤러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국제 및 국내 고유표준 기반 운용환경도 구축했다.
국군지휘통신사령부 주관 네트워크 발전방향과 국방분야에 적용 가능한 핵심기술을 공유하기 위한 '합동 네트워크 발전 컨퍼런스' 에서 우리넷의 테라급 광-회선-패킷 전달망 장치 (POTN)의 실제 운영구성을 전시하고, POTN과 PTN을 중심으로한 '차세대 MPLS-TP를 활용한 전달망 구축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선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바탕으로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넷챌린지 시즌5 기업부문'에서 생존성, 효율성, 운용성 측면의 기능개선 및 개발을 통해 국내 통신사업자와 국방망 등과 같은 공공망 최적화 기능을 완성하고 ETRI의 시험인증 완료해 과학기술정보통신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5G 신사업…팬택 IoT 사업부 인수, 양자암호통신 확장
우리넷이 탄탄대로만 걸은 것은 아니다. 유선장비 시장 자체가 대형화되면서 대형 글로벌 장비업체들 공세가 극심해졌다. 이에 따라 유선장비업체 중 문닫는 곳도 수두룩했다. 현재 광전송장비분야에서도 우리넷과 코위버, 텔레필드 등만이 생존한 상황이다.
육 전무는 "2000년대는 삼성과 LG등 국내 대기업이 전송장비 사업을 접으면서 작은 중소기업들에게 기회가 왔으나 알카텔루슨트(현 노키아)나 화웨이 등에는 비할 바가 못됐다"며, "그나마 시장 자체가 넓고, 전송분야에서 작게 출발했기 때문에 겹치는 사업군이 적어 생존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도 글로벌 업체와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넷은 4차산업혁명 5G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신산업으로 사물인터넷(IoT)과 보안 영역으로의 확장 전략을 수립했다.
IoT 분야 진출을 위해 지난해 팬택의 IoT 부문을 인수했다. 팬택의 IoT 기술과 우리넷의 인프라 기술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넷 입장에서는 유선에 이은 무선 시장의 첫 도전인 셈이다.
현재는 퀄컴 칩셋을 기반으로 한 LTE IoT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LTE Cat4에서부터 1, 0, M1, NB 등에도 대응한다. 향후 Cat6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성과도 착실히 쌓이고 있다. 가령 SK텔레콤이 올해 상용망을 구축한 LTE-Cat M1의 경우 우리넷이 단독으로 LTE IoT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유선 인프라 측면에서는 POTN 시스템에 자체 기술로 양자키를 이용한 암호화 기능을 내재화하는데 성공했다. 양자암호통신을 위한 전송망 시스템 구성에 일조할 수 있게 된 것.
또 NIA의 올해 '미래네크워크 선도 시험망 양자암호실증 시험과제' 주관기업으로 실증사업을 추진, 이달 내 종료될 예정이다. 우리넷은 이러한 POTN이 국내 환경에 최적화됐다는 장점을 토대로 기존 PTN의 COT역할 등 중추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육 전무는 "양자암호키분배(QKD)장비를 개발하지는 않았으나 QKD와 연동할 수 있는 내재화된 장비를 개발했고, 코렌망에서 실제로 쓰고 있다"며, "전송장비내 보안 암호화 기능이 들어가 있고, 국산 암호화 알고리즘을 통해 보안을 강화할 수도 있고, 양자암호통신으로 고도화시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넷은 향후 메트로와 엑세스 구간의 대용량화를 대비하기 위해서 POTN 대용량화를 추진, 10Tbps급 스위칭 용량과 200Gbps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POTN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저지연 및 확정지연 네트워크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TSN(Time Sensitive Network) 기술도 추가 개발하는 등 시스템 고기능화도 추진한다.

네트워크 유선 인프라 측면에서의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는 사실은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들을 수 있다. 작은 규모이기에 더 유연하고 민첩하게 국내 상황에 최적화된 장비를 제작할 수는 있지만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두드리는 외산기업 공세를 버티기는 어려운게 실상.
육희수 전무는 "국내서 전송장비를 개발하고, 제조, 판매까지 할 수 있는 곳은 이제 3개 회사만 남은 상황"이라며, "이 중 한곳이라도 문을 닫는다면, 나머지 두곳도 곧 문닫을 수밖에 없다"고 탄식했다. 이 세곳은 우리넷을 포함해, 코위버와 텔레필드로 추정된다.
육 전무는 유선장비업체로서 공공망 측면에서라도 외산기업들과 동등한 경쟁 기회를 갖기 희망한다. 무선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유선에 대한 필요성이 약화돼 있다는 것.
실제로 최근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인해 유선 인프라의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무선 대비 유선의 정부 투자는 축소됐고, 연구나 개발과제 측면에서도 유선 분야가 제외되고 있다. 게다가 철도망과 국방망, 행정망 등 국내 공공망에서 유선장비는 외산기업에 과반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육 전무도 무턱대고 '동등 기회'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중소기업으로서 기술력과 접근성, 보안성에서 외산제품 대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더 기회가 많기를 희망하는 것.
육 전무는 "세대가 진화할수록 장비도 보다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중소장비업체는 오퍼레이터가 좀 더 손쉽게 셋팅하고, 빠르게 최적화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며, "외산장비 사용시 우려되는 보안 문제 또한 국산 장비를 채택하는 것으로 불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미국의 경우 보안 측면으로 미국 장비가 약 60% 가량 적용돼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한국은 중소기업지정품목이 그 역할을 대신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기회마저 줄고 있다.
육 전무는 "철도에 구축된 MSPP 장비 대부분이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국산제품인데, 정부가 중소기업지정품목이라는 판단을 내려 가능했다"며, "현재는 외산기업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직접적 경쟁이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육 전무는 POTN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육 전무는 "민간기업인 SK텔레콤과 정부 출연연인 ETRI의 지원으로 중소기업에서도 POTN 국산화에 첫 성공해 공공망에 이를 적용한 사례가 있다"며, "5G에서도 상생을 통해 국내 유선장비 경쟁력을 쌓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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