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기 조직개편·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아모레퍼시픽의 정기인사는 12월께에 이뤄지지만,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완화에도 실적이 크게 반등하지 않자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대규모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오는 11월부터 설화수·헤라·아이오페·라네즈 등 럭셔리/프리미엄 브랜드의 마케팅과 영업 조직을 분리한다는 방침이다. 각 조직의 전문성을 키워 브랜드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면세점과 디지털 등 신성장 채널을 담당하는 부서는 분과(Division)에서 유닛(Unit)으로 승격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경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고객과 유통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조기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중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내년도 경영 전략을 선제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조직 개편 배경으로 실적 부진을 꼽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1조3천649억원)과 영업이익(1천378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2.8%, 36.3%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컨센서스대로 실적이 나온다 해도 매출액 기준으로는 2016년(1조4천9억원), 영업이익으로는 2015년(1천634억원) 실적을 밑도는 수치다.
설상가상 증권가에선 아모레퍼시픽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KB증권은 아모레퍼시픽 3분기 매출이 컨센서스 대비 8%, 영업이익은 18% 밑돌 것으로 분석했으며, 유안타 증권도 영업이익이 16% 가량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시장에서 면세점을 제외한 전 판매채널이 부진한 데다, 해외에서도 중가 브랜드의 성장 탄력이 떨어지며 중국법인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의 기초체력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과 영업조직을 분리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고몰입 조직'을 강조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으로 브랜드 중심 조직으로 바뀌면서 각 조직이 브랜드 전략부터 상품 개발, 프로모션, 교육까지 다 진행할 수 있도록 기능과 권한을 강화했다"며 "브랜드 중심의 전략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면세점과 디지털 채널을 강화해 국내 매출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이를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디지털 ▲글로벌 ▲국내외 TR(면세) 마케팅 직군을 대상으로 세자리 수(000명) 규모의 사내 인사이동을 예고한 상태다. 공식 온라인몰인 'AP몰' 전담 부문도 신설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새롭게 뜨고 있는 면세점·디지털 관련 조직에 힘을 싣고 있는 중"이라며 "면세점 사업부를 승격한 데 이어, 지난해 신설한 디지털전략유닛도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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