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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행]<14> 좋은 서비스는 돈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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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9월 동안 국가인권위원회 노인 학대방지를 위한 모니터링활동이 있었다. 모니터링단의 일원으로 요양병원 몇 군데를 둘러보았다.

요양병원, 요양원은 이제 거리 모퉁이를 돌 때마다 들어서고 있어 머지 않아 편의점 숫자 만큼이나 늘어날 모양이다. 우리는 산후조리원에서 삶의 첫 순간들을 보내고, 요양병원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장소가 되고 있으나, 이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알기가 힘들다.

전국의 노인전문가들이 참여한 노인학대 모니터링단이 오리엔테이션을 겸한 교육을 받았다.

두 시설의 사례를 비디오로 촬영한 것을 보면서 의견을 나누었다. 한 곳에서는 간병인들이 빨리 먹으라고 환자의 입에 숟가락을 쑤셔 넣는다. 심지어는 욕을 하거나 때리기도 한다.

반대로 다른 곳에서는 치매 어르신 손에 장갑을 채우고 머리 맡에 모빌을 달아놓았다, 의식이 없는 노인들이 자신의 코에 연결해 놓은 콧줄을 잡아뽑거나, 다른 사람을 때리는 등 난폭한 행동을 하게 되는 데 이를 억제하기 위해 손목에 억제대를 채우는 대신 손 장갑을 끼워드리거나 머리 위의 모빌을 이용해 신경을 그리로 분산시키고 있었다. 치매노인의 이상행동을 인권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우리 모두 두 번째 시설의 훌륭한 서비스에 대해 감탄을 하였는데, 누가 질문을 했다. "두 번째 시설처럼 운영을 하고도 적자가 되지 않나요?" 다른 분이 답변을 했다 "저런 곳은 돈을 더 많이 받지요."

그 자리에서 얻어진 결론은 "돈이 있으면, 노인의 인권도 지켜진다" 였다.

언젠가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갔다가 잠깐 본 광경이 떠올랐다.

에든버러축제가 열리는 8월 이었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퍼포먼스들이 그 동안 갈고 닦은 기량으로 관광객들에게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었다.

에든버러 성 근처 거리에서는 파란 도꺠비로 분장을 한 사람이 백혈병환자를 위한 모금을 하고 있었다. 그의 공연에 박수를 보내고, 동전을 투척한 한 여성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옆에 섰다.

파란 도깨비 왈 "Why does she stand right of me? because money is always right?"(왜 이 여성이 제 오른쪽에 서는지 아세요? 왜냐면 돈은 항상 right하니까요.)

돈은 항상 옳다. 좋은 서비스도, 노인 인권도 모두 돈에서 나온다. 돈은 시설의 설비나 인력배치를 결정짓고, 급여수준은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다르게 한다.

그런데 돈이 없으면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나? 돈 있는 자녀이건, 돈이 없는 자녀이건 안심하고 부모님을 맡길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한 데 말이다.

돈이 없으면 타워팰리스에 살 수 없어도 서민아파트에 살 수 있다. 돈이 없으면 골프장과 수영장이 딸린 실버타운에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내 수준에 맞는 실버주택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하고, 내 수준에 맞는 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돈=서비스의 질은 아니며, 돈을 적게 받는 시설이라고 모두 노인을 때리고 학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예전에 일본에서 아주 작은 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노인베드도 없이 온돌방 같은 곳에서 여러 명의 할머니들이 드러눕거나 편안한 자세로 수다를 떨고 있었고 심각한 치매 증세로 다른 시설에서 쫓겨 온 할머니가 구석에서 혼자 바느질을 하는 곳이었다. 정해진 식사시간이 없고, 어르신들이 직원들과 함께 반찬을 만들고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둘러본 바로는 작은 시설들이 더 가정적이어 좋아 보였다. 실제로 영국의 유명한 치매케어프로그램 PCC(Person-Centered Care)의 주창자인 톰 킷우드는 '작은 시설이 좋은 서비스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을 펴기도 했다.

최근 한국의 요양시설 운영자들은 규모가 커야 시설 운영이 용이하다며, 규모를 불리기에 바쁘다. 그래서 자본력이 있는 시설이 시설 투자가 용이하고, 건강보험공단 심평원의 좋은 평가를 받으며, 좋은 서비스를 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작은 시설이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시설의 규모, 본인의 취향, 지불 능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존재해야 한다.

반대로 시설은 웅장하고, 의사들이 많이 있고 식사도 훌륭한데 좋은 서비스를 한다고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방문했던 어느 요양병원의 경우, 시간에 맞춰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목욕도 자주 시켜드린다. 그런데 목욕 시간이라고, 주무시는 노인을 깨우지도 않고, 목욕카트에 덜컥 옮겨 실어 환자가 깜짝 놀란 경우가 있었다. 보호자 면담을 하면서 "그녀는 이런 부분이 거슬렸는데, 이게 잘못된 것인가요?"라고 되물어왔다.

나는 좋은 서비스란, 하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편안한 서비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의 요양병원들도 4무2탈 선언 등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4무2탈이란, 냄새, 욕창, 낙상, 신체구속을 없애고 기저귀, 와상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이다. 이런 논의에서 더 진전해, 우리도 서비스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좋은 서비스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어떤 게 좋은 서비스인지, 어르신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케어하는 사람들의 편의에 맞춘 서비스, 그리고 서류 평가와 설비투자에 초점을 맞춘 평가와 등급이 좋은 서비스라고 오해 받는 상황이, 그래서, ‘돈이 없어서 좋은 케어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옳게 여겨지는 상황이 안타깝다.

◇김동선 조인케어(www.joincare.co.kr)대표는 한국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복지 연구에 몰두해 온 노인문제 전문가다. 재가요양보호서비스가 주요 관심사다. 저서로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이 되기 전에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7'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 '노후파산시대, 장수의 공포가 온다(공저)' 등이 있다. 치매미술전시회(2005년)를 기획하기도 했다. 고령자 연령차별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땄다.블로그(blog.naver.com/weeny38)활동에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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