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그룹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여수 밤바다'로 최근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여수에 공항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캡슐호텔'이 등장했다. 바로 SK네트웍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여수 다락휴'다.
1일 정식 오픈한 '여수 다락휴'는 워커힐이 인천국제공항 제1·2여객터미널에서 선보였던 '캡슐호텔'과 달리 '컴팩트 럭셔리 호텔'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이곳은 숙박과 교통 편의성을 앞세워 여행자들간의 정보 교류가 가능한 공간이 더해진 새로운 개념의 '여행자 플랫폼'을 추구하는 만큼 기존 호텔과 차별된 시설이 눈길을 끈다.

이곳을 체험해 보기 위해 그랜드 오픈을 앞둔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여수엑스포역에 도착한 후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여수 다락휴'로 이동했다. 역에서 나와 길을 건너 직진해 왼쪽 편을 바라보니 '다락휴'라는 글씨가 건물에 크게 적혀있어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다락휴'가 위치한 건물 곳곳은 노후화 돼 호텔 입구에 들어서기 전까지 건축물 부자재들이 나뒹굴었고, 삭막한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호텔에 들어선 순간 분위기는 순식간 바뀌었다. 입구에 마련된 프론트데스크와 짐 보관소를 지나자 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여행자들이 여행 정보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휴게시설인 '커뮤니티 라운지'로, 내부는 은은한 조명으로 꾸며져 있어 편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창 밖에는 여수의 푸른 바다가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뤘다. 커뮤니티 라운지를 지나 오른편 구석에 마련된 '라이브러리'는 300여 권의 건축·문화·예술 관련 장서로 채워져 있었다.

커뮤니티 라운지는 '여수 다락휴'가 가장 자신있게 선보이는 곳으로, 곳곳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조식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식음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식음 공간에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발뮤다 토스터기'와 '폴바셋' 원두를 사용한 커피 기계, 간단한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싱크대 등이 갖춰져 있었다. 오전 7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 이곳의 조식은 과일 빵 햄 치즈 시리얼 등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로 구성돼 있었다.
반대편에는 '여수 투 고(Yeosu to Go)'라고 적힌 여수 지도를 벽면에 크게 걸어 놓고 여행자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사진을 뽑을 수 있는 '포토 프린터'가 바로 옆에 마련돼 있어 여행객들이 자유롭게 지도 위에 사진을 붙일 수 있도록 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저녁이 되자 이곳은 음악에 맞춰 조명이 형형색색으로 바뀌며 아름다운 광경이 연출됐다. IoT 기술이 도입돼 직원들이 분위기에 맞게 스마트폰 앱으로 조명의 색상을 바꿨기 때문이다. 워커힐 호텔 관계자는 "이곳은 무인 키오스크와 키리스 시스템을 이용해 무인 체크인과 체크아웃이 가능한 스마트 호텔"이라며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용객들도 객실 내 조명과 온도 등 객실 환경을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호텔에 투숙하며 스마트폰 앱에 '다락휴 AYS'를 다운받아 이용해보니 밖에서도 에어컨 온도 조절이 가능하고, 객실에 들어서기 전 조명을 켤 수 있어 편리했다. 키리스 시스템으로 카드 키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것도 좋았다.
그러나 객실 시설은 기대 이하였다. 여행객들의 교류를 위해 TV를 들여놓지 않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지만, 객실 공간이 너무 협소해 TV를 놓을 공간을 찾지 못해 그렇게 결정한 듯 했다. 이곳은 스탠다드 룸이 2.5평, 56개 객실 중 5개만 마련된 오션룸은 4평으로, 좁은 공간에 객실이 마련된 탓에 혼자 투숙하기에도 갑갑한 느낌이 들었다.

호텔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소형 냉장고가 없는 것도 불편했다. 여기에 방 안은 침대만으로 공간이 가득찼고, 짐을 놓을 곳은 마땅치 않았다. 오픈 초기여서 그런지 가구 냄새가 공기 중에 가득차 실내에 머무는 동안 불쾌감이 올라왔다. 또 침대에서 한 걸음도 안되는 곳에 샤워 시설과 화장실이 함께 마련돼 있었고, 샤워가운도 없었다. 어메니티도 5성급 호텔인 워커힐호텔과 동일한 수준의 유럽산 제품을 마련해뒀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대용량 용기로 짜서 쓰는 샴푸&바디워시, 핸드워시가 전부였다. 칫솔과 면도기, 린스는 구비돼 있지 않아 개인적으로 구입해야 했다.
다만 자체 제작한 구스다운 침구, 에이스 침대를 갖춰 숙면 환경은 비교적 좋았다. 객실 내에는 하만카돈 블루투스 스피커와 미니 헤어 드라이기, 바디로션 등도 갖춰져 있었다.

복도로 나간 순간 객실이 빽빽하게 들어선 탓에 고시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 것도 상당히 아쉬웠다. 벽면 재질은 방음에 취약해 보였고, 스탠다드 룸은 벽면에 투명 유리창과 블라인드가 설치돼 있어 방 안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자칫 블라인드를 내리는 것을 깜박했다간 사생활을 침해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객실 문은 자동으로 잘 닫히지 않아 계속 경고음이 울려 꼭 잠겼는지 매번 확인해야 했다.
워커힐 호텔 관계자는 "방음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검토해 한 번 더 벽을 덧대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제대로 닫히지 않았던 객실 문들도 재점검해 고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오픈 초기인 만큼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아 8월 한 달간 매일 30실 정도만 예약을 받아 운영하게 될 것 같다"며 "안정화 작업을 거친 후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곳의 객실료는 스탠더드룸 기준 성수기 12만5천원, 비성수기 8만5천원으로 갖춰진 시설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바다를 볼 수 있는 오션룸은 스탠더드룸보다 2만원씩 더 비쌌고, 12시간 또는 20시간만 머무는 오버나이트 요금제와 3시간만 이용하는 냅(nap) 요금제도 마련돼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가 더 나은 서울 일반 비즈니스 호텔들의 가격도 10만원대 초반이고, 인근 호텔과 비교해도 갖춰진 시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진 않은 편"이라며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점은 있겠지만 시설 대비 가격이 높아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여행자 플랫폼'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SK렌터카와 연계한 렌터카 서비스도 운영해 이용객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일반 호텔의 경우 렌터카 이용 시 해당 업체의 주차장까지 직접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곳은 호텔 지하 주차장에 마련된 렌터카를 호텔에서 바로 렌트해 이용할 수 있었다. 현재 K7, K5, 스파크 등 10대가 준비돼 있으며, 렌트 서비스는 12시간 전까지 신청하면 하루 10만원 대에 이용할 수 있다.
김철호 SK네트웍스 상무는 "여수 다락휴를 시작으로 '여행자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앞으로 국내 교통 요지는 물론, 여행객들이 많이 몰리는 지방 도시, 해외에 '다락휴'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다락휴 4호점은 강원도 양양, 강릉 등에 선보이기 위해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여수=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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