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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임일순 첫 작품 '홈플러스 스페셜'…소비자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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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상품 진열 재정비해 쇼핑 편리성 높여…'가성비' 높은 제품 수두룩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아이 한 명 키우는 엄마인데 대용량 제품만 너무 눈에 띄어서 그런지 이전 매장보다 살 만한 제품은 없는 것 같네요."

11일 오전 서울 목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에서 만난 한 여성 고객은 매장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입을 삐쭉거렸다. 리모델링하기 전까지 잘 보였던 소용량 제품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대신, 박스 단위로 포장된 대용량 제품들만 눈에 들어와 장을 보기가 더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인근 아파트에 산다는 A씨는 "매대마다 낱개 제품은 사라지고 대용량만 많아서 앞으로 이곳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일은 많지 않을 것 같다"며 "식구가 많지 않아 이전 홈플러스 매장에서는 소소하게 살 게 많아 좋았는데 이젠 다른 마트로 가서 장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최초 여성 CEO인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의 첫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던 '홈플러스 스페셜'이 대구, 부산을 거쳐 서울에 상륙한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콘셉트로, 소용량 제품을 선호하는 1인가구뿐만 아니라 대용량 제품을 구입하는 자영업자 고객까지도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임 사장은 "변화하는 유통 환경 속에 고객을 감동시키는 진정한 가치와 우수함으로 다가가겠다는 각오와 집념을 홈플러스 스페셜에 담았다"며 "전국 곳곳 고객들에게 찾아가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임 사장의 이 같은 포부와 달리 이날 만난 소비자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리 냉담했다.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 인근에 위치한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 양평점'과 비슷한 콘셉트인 듯 하지만 가격과 상품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딸과 함께 매장을 방문한 B씨는 "코스트코는 다른 마트에서 볼 수 없는 외국 상품을 대용량으로 구입할 수 있고 가격도 이곳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홈플러스 스페셜의 상품 가격이 코스트코보다 더 저렴한 것 같지 않은 데다 제품도 국산 제품 위주의 대용량으로 구성돼 다른 대형마트와 크게 차별된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홈플러스는 간단한 찬거리를 사러 자주 찾았는데 지금은 대용량 제품이 너무 많아 살 만한 것이 없다"며 "무거운 제품은 온라인으로 많이 구매하고 있어 굳이 이곳을 통해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반응과 달리 현장을 함께 방문했던 기자들의 기대감은 높은 듯 했다. 정식 오픈 하루를 앞두고 찾은 11일 '홈플러스 스페셜' 서울 1호점인 목동점의 모습은 넓직한 통로와 깔끔하게 진열된 상품들로 쇼핑하기에 굉장히 편리해 보였다. 3~4명이 카트를 끌고 동시에 지나가도 공간이 넉넉하게 남을 만큼 통로를 넓힌 덕에 이동하기 편리했으며, 홈플러스만의 차별화된 상품들도 곳곳에 배치돼 있어 구매욕구를 자극했다.

지하 2층 매장 입구는 기존 대형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무빙워크에서 내리자 마자 대용량 신선상품이 쌓여 있는 신선코너를 지나는 순간 탁 트인 매대가 한 눈에 들어왔다. 또 붉은색과 하얀색이 정돈된 상품 카테고리 안내판 사이의 통로 배치와 넓직한 매대 사이 간격, 평범한 키의 주부들도 꼭대기에 진열된 상품을 집어들 수 있도록 높이를 낮춘 각 매대들도 인상 깊었다.

김웅 홈플러스 상품부문 전무는 "매대간 간격은 기존 매장보다 많게는 22%까지 늘려 대형 쇼핑카트가 서로 엇갈려도 부딪치지 않게끔 고객들의 쇼핑 공간을 확보했다"며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 서부산점을 찾은 고객들의 경우 넓어진 동선에 크게 만족한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쇼핑 동선을 넓힌 대신 매대 면적을 과감히 줄였다. 특히 냉동식품의 경우 진열 방법을 기존과 달리 세로로 진열할 수 있도록 냉장고를 새롭게 배치해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이에 따라 판매 상품 종류도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을 중심으로 기존 2만2천여 종에서 1만7천여 종으로 축소했다. 하지만 홈플러스만의 차별화된 상품과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베스트셀링 상품을 중심으로 매대를 구성해 쇼핑 효율성을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찾은 목동점에서도 홈플러스가 국내 제조사와 손잡고 선보이는 단독 상품들이 곳곳에 보였다. '홈플러스 스페셜' 단독 상품 수는 총 2천400여 종으로, 오비맥주와 손잡고 만든 카스 캔맥주 48캔과 신라면이 함께 구성된 박스 제품(6만380원), 빙그레와 협업해 선보인 16개 바나나맛 단지우유(1만2천900원)가 대표적이다.

바나나맛 단지우유 제품을 구입한 C씨는 "제품당 가격이 800원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아 일반 마트나 편의점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며 "식구들이 이 제품을 좋아해 앞으로 이곳에서 자주 사먹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전무는 "글로벌 소싱이나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앞세우는 것이 창고형 할인점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상품 구성에 많은 변화를 줬다"며 "특히 PB 상품인 '심플러스'를 확대해 우리만의 차별된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공식품 외에도 베이커리와 수산물, 육류 등의 창고형 매장에서 인기 있는 상품들이 깔끔하게 포장돼 매대에 놓여 있었다. 또 대용량 포장뿐만 아니라 1~2인 가구를 위한 소용량 포장도 함께 구성돼 있어 고객들의 선호에 맞게 상품을 고를 수 있어 편리했다. 더불어 이 매장들은 직원들이 현장에서 빵을 만들고 생선과 육류를 가공·포장하는 모습을 고객이 직접 볼 수 있도록 오픈형으로 새단장돼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특히 축산과 수산은 기존 대면판매 방식을 사전포장(Pre-Package) 방식으로 바꿔 오전 중에 당일 판매 분량만큼 미리 가공·포장을 해둔 덕에 더 깔끔해 보였다. 이를 통해 직원들도 수시로 생선을 잘라주거나 삼겹살을 포장해주는 일이 없어 업무 부담도 줄어들었다고 홈플러스 측은 설명했다.

패션 상품 역시 미리 각 사이즈를 분류해 진열한 덕에 고객들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기가 훨씬 수월해진 모습이었다. 창고에 재고를 보관하지 않고 각 사이즈별로 모든 재고를 사이즈별로 정리해 꺼내둔 덕에 직원들에게 따로 제품 재고 문의를 할 필요도 없었다.

김 전무는 "지난달 말에 먼저 오픈한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과 서부산점보다 심플해진 운영 방식으로 직원 만족도가 좋았다"며 "더 넓어진 동선과 효율성이 강조된 진열방식이 직원들의 피로도를 덜고, '워라밸'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대용량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들을 위해 대형 카트도 새롭게 도입했다. 기존 대형마트에서 쓰는 180리터 카트뿐만 아니라 아래에 서랍식 칸이 따로 마련된 330리터 카트를 준비해 이용객들이 생수, 맥주, 박스 제품 등을 옮겨 담기 더 편리해진 듯 했다. 또 생수, 맥주 등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제품들은 팔레트 진열 방식으로 바꿔 이용객들이 카트에 담기 쉽도록 했다. 더불어 고객 특성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기 쉽도록 낱개로 포장된 소용량 제품은 매대 상단에, 가성비 높은 대용량 상품들은 매대 하단에 배치한 것도 눈에 띄었다.

김 전무는 "홈플러스 스페셜에서는 허리를 숙이면 가격이 저렴해진다"며 "가성비 높은 대용량 상품이 많아 고객들이 굳이 멀리 있는 창고형 할인점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스페셜'을 통해 창고형 매장과 대형마트를 이용했던 고객들을 모두 흡수시킨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이달 12일 목동점 정식 오픈을 시작으로 13일 동대전점, 서울 및 수도권과 주요 광역도시, 전국 핵심상권을 중심으로 기존 점포들을 빠르게 '홈플러스 스페셜'로 전환시킨다는 방침이다. 다음달까지 10개 점포, 올해 안에는 20개 점포로 확대한다는 것이 목표다.

김 전무는 "고객들의 불만 사항을 참고해 만든 것이 '홈플러스 스페셜'"이라며 "앞으로 1인 가구부터 4인 가구 이상의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선보여 올해부터 향후 3년간 '홈플러스 스페셜'로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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