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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②세계는 미디어 빅뱅, 판을 키워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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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위기인가, 기회인가 …합산규제·OTT·망중립성 정비 시급

[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방송통신 융합 환경이 가속화 되면서 인수합병(M&A) 등 글로벌 시장의 새판짜기가 거세다. 시장 지배력 확대 등 논란도 이 같은 흐름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법원은 지난 12일 AT&T의 타임워너(합병 후 워너미디어) 인수를 승인했다. 지난 2016년 10월 M&A를 공식화 한 지 약 2년 만이다.

이번 통신 및 방송 공룡기업 간 854억달러(약 95조4천772억원)짜리 딜은 당초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판단으로 무산될 뻔 했다. AT&T가 유료방송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요금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뒤집으면서 이른바 100조원 가까운 메가 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타임워너는 CNN, HBO, 워너브라더스 등을 소유한 거대 미디어그룹. 또 AT&T는 위성방송, IPTV 등으로 가입자 1억2천만명을 보유한 미국 2위 통신사다. 이번 M&A로 말 그대로 미디어 공급사슬을 움켜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최근 전통의 콘텐츠 강자 디즈니는 미국 최대 케이블TV이자 인터넷사업자인 컴캐스트와 경합 끝에 21세기 폭스를 품에 안았다. 21세기 폭스는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에서 영화·방송 부문이 갈라져 나온 타임워너 못지않은 엔터테인먼트 기업. 디즈니는 713억달러(약 79조7천134억원)를 베팅, 이번 인수전의 승자가 됐다. 이를 발판으로 인터넷 동영상서비스(OTT) '훌루' 등을 앞세운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센터 실장은 "기존 통신산업은 정부 규제와 허가로 이뤄진 울타리 안에서 경쟁하는 사업이지만, 현재 글로벌 시장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통신사들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플랫폼사업을 벌여야 하고, 여기서 유통될 콘텐츠 확보를 위해 미디어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산규제 일몰, M&A 시장 '꿈틀'

이처럼 방통융합 시대 방송과 통신 기업간 합종연횡이 더욱 본격화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과 신흥강자로 떠오른 넷플릭스, 구글 유튜브 등 OTT와 진검승부의 막이 올랐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는 여전한 규제로 업계 자율적인 M&A 등 시장 재편이 쉽지 않은 상황. AT&T와 타임워너의 M&A가 시작된 지난 2016년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이 케이블TV 1위인 당시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했으나 정부 규제에 막혀 결국 무산됐다.

다만 판단의 근거 중 하나였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합산규제가 지난 27일로 일몰 되면서 변화를 예고한 상황.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시장에서 특정업체 점유율이 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지난 2015년 3년 시한으로 도입됐다. 그동안 M&A 제동장치나 다름없던 합산규제가 일몰되면서 국내에도 본격적인 M&A 바람이 불 지도 관심사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IPTV 성장 속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성장이 꺾이면서 시장재편 가능성이 끊임없이 거론됐다. '탈 통신'을 표방하며 앞 다퉈 미디어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나선 통신업계로선 CJ헬로나 딜라이브 등 주요 케이블TV 인수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M&A로 시장 순위가 단숨에 역전될 수 있다는 것도 이 같은 M&A 가능성에 불을 지피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유료방송 시장은 KT가 점유율 20.21%로 1위다. 뒤 이어 SK브로드밴드 13.65%, CJ헬로 13.10%, LG유플러스 10.89%, KT스카이라이프 10.33%, 티브로드 10.24% 딜라이브 6.54% 순. 사업자들이 시장을 나눠 가진 형국이다. 특히 합산규제의 일몰로 규제의 직접 당사자였던 KT도 원칙적으로는 M&A 시장에 등판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유료방송 시장의 M&A는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가 합산규제의 직접 대상이 아님에도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무산됐듯 정부 규제라는 변수가 여전히 크다.

한상혁 케이블TV방송협회(KCTA) 국장은 "과거 SK군과 CJ헬로 M&A도 공정위 벽에 막혀 무산됐다"며 "초고속인터넷 및 IPTV 1위인 KT는 합산규제가 풀려도 SO 인수에 나설 경우 공정위가 판단하겠지만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고 분석했다.

합산규제 일몰 이후 추가 규제 등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8월부터 합산규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반을 운영 중이다. 이에 더해 추혜선 의원은 합산규제 2년 연장을 골자로 한 법안도 내놨다. 당장 M&A 불씨를 되살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당초 합산규제 취지는 공정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몰 이후 보완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어 실무선에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국내 서비스 확대와 같이 OTT 등 다양한 플랫폼이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서면서 우리도 정부가 나서 M&A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자칫하면 시장 대응에 실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지난 4월 국회 토론회에서 "(합산규제가 일몰되면) 통신사업자 주도의 M&A가 활성화될 것이고, 플랫폼이 대형화되면 산업 효율성이 높아지고, 콘텐츠 투자 등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며 시장 재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 등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 분야 규제 역시 무역장벽으로 여겨지고 있어 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방송통신 시장 개방 압력이 높아질 수 있어 국내 플랫폼 경쟁력 강화 등 판을 키울 필요가 있는 것.

KISDI의 최근 '2018 미국 무역장벽보고서에 제기된 우리나라 ICT 분야 무역장벽'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매년 3월말 내는 '무역장벽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방송 쿼터 제한, 방송 및 통신분야 외국인 투자 제한 등을 ICT분야 무역장벽으로 지목하고 있다.

현재 한미FTA 상 지상파를 비롯한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시장의 외국방송 프로그램은 반기별 20~ 5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 현재 최대 49%까지 완화된 외국인 지분제한 문제도 여전한 무역장벽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

정연희 KISDI 연구원은 "최근 완료된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ICT분야는 크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미국은 나라별 무역장벽 보고서에 제기된 사안을 계속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도 통상규범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ICT분야 정책을 이끌어나갈수 있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넷플릭스 등과 같은 온라인 비디오 및 음악 스트리밍 등 신규 플랫폼은 이 같은 쿼터 제한 대상에도 빠져있는 상태. 국내 플랫폼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대목이다.

◆OTT 등 재편되는 미디어 시장…법·제도 정비 시급

문제는 기존의 '칸막이 규제'로는 이 같은 시장 변화를 담아내기 어렵다는 점. 관련 법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현행 방송법은 지상파와 케이블TV, 위성방송만을 방송사업 범위로 인정하고, IPTV는 별도 법을 두고 있다. 이 둘을 합친 통합방송법이 2016년 정부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계류 중이다.

또 현재 OTT 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등록만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직 정확한 현황 파악이나 시장획정도 어려운 것. 최근 넷플릭스의 국내 서비스 확대를 두고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정작 관련 근거는 없는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 연말까지 EU 등 해외 제도 분석을 바탕으로 OTT와 같은 신유형서비스에 대한 분류체계,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정비 등에 나설 계획이다.

방통위 등에 따르면 현재 영국은 여러 방송서비스를 네트워크 단계가 아닌 콘텐츠 영향력이 큰 사업자별로 구분해 규제하고 있다. 그 중 OTT는 기존의 방송과 인터넷서비스 중간지대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관련 정비에 고심하고 있다.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은 "올해 연간과제로 살펴볼 아이템 중 하나이긴 하나 아직 구체적으로 진전되거나 안이 나오지는 않았다"며 "복합적인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를 둘러싼 국내외 기업 역차별과 망 중립성 및 이용대가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당장 트래픽 사용 비중이 높은 이들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망 이용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하지 않아 국내사업자가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공정경쟁의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더욱이 사용량이 많은 해외 콘텐츠일수록 국내 통신사와 협상에서 우위에 서게 돼 국내 통신사들 역시 제대로 된 망 이용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페이스북 서비스 접속 중단 등 갈등도 이와 무관치 않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트래픽 증가 등 이유로 국내 이용자들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 방통위로 부터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인 이용자 이익저해행위 위반으로 과징금 3억9천600만원 부과 등 제재를 받았다.

이 같은 임의 경로변경은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통신사 간 망 이용대가 협상이 틀어져 벌어지게 된 것.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 파장이 적지않을 전망이다.

당장 이 같은 트래픽 증가와 망 이용대가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결국 망중립성 원칙 등도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그간 망을 보유한 통신사업자가 콘텐츠 업체의 망 이용, 또 트래픽 차별 금지를 골자로 한 망중립성 원칙은 최근 미국에서도 폐기됐다. 국내에서도 5세대통신(5G) 등 데이터 사용이 폭증하는 시대에 맞춰 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사업자들이 이 같은 망 중립성의 원칙 뒤에 숨어 망 이용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디어 소비가 늘수록 통신사의 트래픽 비용이 늘면,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트래픽 대가를 공정하게 산정하고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망 중립성이 완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콘텐츠 차별점이 없는 국내 플랫폼들에게 글로벌 플랫폼 결합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로 인해 다량의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시킬 수 있어 사업자끼리 특정 서비스에 대한 제휴를 맺어 통신비를 소비자 대신 부담하는 '제로 레이팅' 등을 비롯해 망 중립성 원칙은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민선 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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