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뇌물죄'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30일 오전에 열린다. 이번 공판은 신동빈 회장 변호인 측 요청에 따라 국정농단 사건과 기존 경영비리 사건이 병합되면서 치러지는 첫 번째 공판인 탓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법원은 이번 재판에서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하는 자리에서 '기업현안인 면세점에 대한 청탁을 했는지' 여부와 '그 대가로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송금한 것인지'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신동빈 회장 변호인 측은 "면세점 사업권이 뇌물을 주면서까지 청탁할 만한 그룹의 현안이아니었고, 시기상으로도 인과관계가 없다"는 기존 1심 주장을 확실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받고 법정구속 된 신동빈 회장이 이번 항소심에서 혐의를 벗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잠실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 롯데 핵심 현안?
이날 구속된 지 106일 만에 재판에 출석하는 신동빈 회장은 앞서 진행된 세 차례 공판준비기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다. 롯데지주 등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건강에는 이상이 없지만 살이 많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판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면세점 사업권'이다. 검찰의 공소 내용을 보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 등 사업 연장건'이 롯데그룹의 핵심 현안으로 규정돼 있다. 월드타워에 입점해 있는 면세점의 기존 매출이 적지 않았고, 면세점이 호텔롯데의 핵심사업부분인 만큼 해당 사업권 취득이 호텔롯데 상장에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다는 판단이다. 법원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묵시적 청탁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1심에서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은 "호텔롯데 상장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요 현안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면세점 사업권 재취득이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것에 있어 절대적 필수 요건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초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면세점 월드타워점의 가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이 '중요한 사안'인 것은 분명하지만 호텔롯데 상장은 해당 면세점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를 제외하고서도 얼마든지 가능했기 때문에 뇌물을 주면서까지 부정한 청탁을 할 이유가 없었다는 변호인 측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롯데,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원 준 이유는?
재판부는 1심에서 롯데가 케이스포츠재단에 건넸다 돌려받은 70억원이 '청탁의 대가'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 주장은 사뭇 다르다. 신동빈 회장 변호인 측은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정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기업들을 상대로 빈번하게 재단 출연금과 같은 준조세성 자금지원 요구를 일삼아왔으며 이를 거절한 기업들은 다수 사정기관의 보복성 인사를 받게 되는 등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며 "롯데그룹 역시 검찰, 관세청, 공정위 조사를 10여 회 이상 받는 등 국정농단 세력으로부터 겁박을 받아 왔다"고 주장하고있다. 이에 "어쩔 수 없이 재단 지원금을 출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전경련을 통해 케이스포츠 및 미르재단에 출연금을 기부한 대부분 기업들은 모두 정부의 겁박에 못 이겨 돈을 건넸고, 이에 대해서는 법원도 "강압에 못 이겨 출연한 것"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삼성은 이 부분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고 다른 기업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가 건넨 70억원에 대해서만 유독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 변호인 측은 여전히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도 지난 16일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에서 롯데가 다른 기업들과 구별되는 점을 명확히 정리하라고 검찰 측에 주문했다. 다른 기업이 재단에 출연한 것은 뇌물에 해당 안 되서 기소를 안 한 것인지, 성격상 뇌물은 맞는데 가벌성 등 때문에 기소를 안 한 것인지 등을 확실히 하라는 것이다.
◆롯데, 추가 사업자 선정 위해 부정청탁 했나
재판부는 1심에서 "롯데가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자 관세청을 통해 추가 사업자 선정을 발표하고 롯데가 추가 사업자로 선정되게 도와달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청탁을 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면세점 사업이 매우 큰 수입원이기도 했고 당시 중국 유커들의 면세점 쇼핑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향후 사업성도 매우 밝았던 터라 이 같은 1심 결과가 더 신빙성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당시 시내면세점 등 이미 두 차례에 걸친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통해 약 10여 개 업체가 이미 특허권을 받아 운영을 하고 있었다"며 "그러한 상황에서 추가로 신규면세점 특허가 확대된다면 사업 경쟁력과 노하우 등을 고려할 때 세계 2위 롯데면세점의 월드타워점 추가 선정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전에 이미 신규 면세점 특허 추가에 대한 방향이 결정됐고, 신규 입찰만 진행된다면 롯데월드타워점이 특허를 취득할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신동빈 회장이 면세점 관련 청탁을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관세청이 점수조작을 하지 않았다면 '1차 면세 대전'에서 롯데 대신 한화가 특허를 취득할 일이 없었을 것이고, '2차 면세 대전'에서도 롯데월드타워점 특허권을 사업 경험이 전무한 두산 면세점에 빼앗겼을 리도 없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관세청의 면세점 특허심사 과정에서 롯데 점수를 줄이고 한화와 두산 점수를 올렸던 계량항목 수치 조작 행태를 밝히고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배당된 상황이지만 수사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또 "면세 사업자 선정 기준을 수시로 바꾸면서 대중과 언론의 빈축을 샀던 관세청이 비난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사업자 추가 선정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은 당시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었다"는 업계 관계자의 증언은 롯데가 면세 사업자 추가 선정을 청탁하기 위해 70억원이라는 돈까지 건네야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 사업권 선정이 진행된다면 세계 2위 경쟁력 갖춘 롯데의월드타워점 선정 확률이 높다는 것 역시 부정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굳이 대통령에게 청탁할 이유가 있었겠는가"라며 재판부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재판부는 신동빈 회장의 구속 만기일을 감안해 8월 중순까지 공판을 마무리하고,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선고를 한다는 계획이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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