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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 방점찍은 'CJ ENM' 출범…오쇼핑 홀대론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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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 브랜드 포기 못 해…오쇼핑 캐시카우 전락 우려 나와

[아이뉴스24 장유미, 윤지혜 기자] CJ오쇼핑과 CJ E&M의 통합법인명이 'CJ ENM'으로 결정되자 업계에서는 '오쇼핑 홀대론'이 제기된다. 오쇼핑이 존속법인임에도 불구하고 E&M의 자금줄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10일 CJ오쇼핑은 오는 7월 1일 출범하는 합병법인의 사명이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와 머천다이징(상품화·Merchandising)을 의미하는 CJ ENM으로 낙점됐다고 밝혔다. 회사 내부적으론 M에 미디어커머스(Mediacommerce)의 의미도 담았다.

ENM은 ▲프리미엄 IP 경쟁력 강화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 사업 ▲콘텐츠 기반 글로벌 버티컬 유통 플랫폼 구축을 통해 2021년까지 11조4천억원 규모의 외형을 갖춘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할 방침이다. 합병 직후 통합매출액이 6조5천억원 점을 감안하면 3년간 약 75% 성장하는 셈이다. 융복합 신사업 매출은 1조4천억원 수준으로 키울 계획이다.

양사의 사업형태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사명이지만, 내부적으론 해외 시장에서 이름을 알려온 E&M의 브랜드 가치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CJ그룹 관계자 역시 "해외에 E&M이 오쇼핑보다 훨씬 알려져 있다보니 E&M과 발음이 유사한 점이 이번 사명 결정에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우려했던 대로 오쇼핑이 'E&M 밀어주기' 역할만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이번 합병은 CJ E&M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합병 발표 때부터 시장에서는 E&M의 해외 콘텐츠 확대와 테마파크 등 신규 사업 확장에 오쇼핑의 현금성 자산이 사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E&M은 오쇼핑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작으면서도 투자는 계속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시 CJ그룹 관계자 역시 합병 배경에 대해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이합집산이 활발하게 이뤄지다보니 국내 미디어 기업 사이즈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들었다"며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해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CJ오쇼핑은 2.32% 늘어난 2조2천600억원의 매출액과 25.49% 증가한 2천2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업계 1위(매출·영업익 기준)에 올랐다. 기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은 1천143억원이다. 같은 기간 E&M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76% 늘어난 1조7천501억원, 영업이익은 125.82% 급증한 632억원을 기록했지만 오쇼핑의 실적에는 한참 뒤졌다. 더욱이 E&M은 2010년 이후 3번이나 영업적자를 냈다.

이 때문인지 전날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합병법인 사업전략 설명회'에서도 오쇼핑보단 E&M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사실상 '커머스'보단 '미디어' 전략에 초점을 맞춘 설명회였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E&M은 '문화기업'을 꿈꾸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가장 총애하는 계열사로 유명하다"며 "이번 합병으로 이재현 회장이 E&M을 확실히 밀어주기로 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합병은 이재현 회장의 4년 만의 복귀작으로, 작년 11월 이재현 회장이 핵심 실무진에게 양사 간 합병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하라고 지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오쇼핑, 해외·PB사업 시너지 기대…통합법인 대표 선임 '촉각'

일각에선 오쇼핑이 존속법인으로 남은 반면, 통합사명은 E&M을 따라 서로 '윈윈'했다고도 분석한다. 사실 시가총액만 놓고면 E&M이 오쇼핑의 3배 수준이어서 존재감이 훨씬 큰 데도, 오쇼핑이 존속법인으로 남게 돼 의아했다는 설명이다. 또 이번 합병으로 오쇼핑의 PB사업과 해외사업도 기지개를 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CJ그룹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최근 선보인 '코빅마켓' 등 오쇼핑이 E&M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며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에 등장한 '오덴세' 식기가 오쇼핑에서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만큼, 이번 합병으로 오쇼핑 PB 출시도 훨씬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단계부터 협력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증권가에서도 합병 후 커머스 역량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이동륜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콘텐츠 제작단계에서부터 커머스와의 연계를 고려해 뷰티·리빙·패션 상품들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계획을 제시했다"며 "커머스 분야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MCN 및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사업의 중요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허민회 오쇼핑 대표와 김성수 E&M 대표 중 누가 ENM을 이끌어 갈지에 쏠리고 있다. 공동 대표체제로 갈지, 단일 체제가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어느 한 쪽에 힘이 쏠릴 경우, 다른 계열사의 홀대론이 대두될 수 있다.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건 없으며 29일 주총 후 윤곽이 잡힐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를 합병으로 이재현 회장은 본인을 정점으로 지배구조(이재현→CJ→CJ ENM)를 단순화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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