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부평에 사는 SK텔레콤 가입자 이 모씨(34)는 최근 다른 이동통신사로 가입통신사를 옮기기로 했다.
쓰던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통신요금도 줄일 수 있다는 얘기에 솔깃한 이 씨는 이동통신사를 바꾸기로 마음을 굳힌 것. 평소 통화연결음, 벨소리로 휴대폰 꾸미기를 즐겨 하던 그는 지하철 출퇴근 시간에는 간간이 모바일 게임도 이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는 대리점 창구직원으로부터 "벨소리나 게임 등은 모두 새로 다운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씨는 "왜 내가 돈 주고 산 콘텐츠인데, 휴대폰을 바꾸었다고 이동시켜 주지 않는 지 이해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 "번호이동하면 다시 돈내고 다운받아야"
번호이동성 제도가 본격 시행된 가운데 '콘텐츠 이동성'은 보장되지 않아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올들어 휴대폰 서비스 회사 및 단말기 교체가 늘고 있는 가운데 휴대폰 가입자가 서비스 회사나 단말기를 교체하면 벨소리나 게임 등 이미 요금을 지불한 콘텐츠를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돈을 내고 다운받은 콘텐츠라도 번호이동을 해 가입 이동통신사를 옮기거나 기기를 바꾸게 되면 새롭게 요금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다시 다운받아야 한다.
휴대폰으로 다운받은 콘텐츠의 경우 가입자가 통신료와 정보이용료를 지불하고 소유권을 획득한 상품이다. 따라서 휴대폰 회사나 단말기를 바꾸더라도 소유권이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은 "번호이동을 통해 가입 이동통신사를 바꾸면 기존 사업자와의 계약을 해지한 셈이다"면서 "이 경우 콘텐츠는 마일리지처럼 모두 소멸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휴대폰 간 콘텐츠 이동이 될 경우 불법복제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맞서고 있어 '콘텐츠 이동성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 이통사들 "불법복제 가능성 때문에 허용불가"
휴대폰으로 이용하는 콘텐츠는 저장 장소에 따라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통화연결음처럼 가입자가 돈을 내고 구입한 콘텐츠의 저장 장소가 이동통신 사업자의 교환기인 경우가 그 하나. 이런 경우에는 번호이동성을 통해 사업자를 바꾸면 기존 콘텐츠는 모두 이용이 불가능하다.
또 다른 한가지는 게임이나 벨소리처럼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하는 콘텐츠. 하지만 이 역시 번호이동성을 이용하기 위해 단말기를 바꿀 경우 새로 장만한 휴대폰으로 옮겨주지 않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벨소리나 그림친구(배경 화면)의 경우 휴대폰 제조사가 서비스 차원에서 다른 모델로 바꿀 때 제조사 홈페이지나 적외선 송수신장치로 이동해 주는 곳도 있다"면서도 "게임은 이동이 되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휴대폰 간 이동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들은 단말기를 바꿀 때 콘텐츠 이동을 막는 가장 큰 이유를 불법복제 가능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KTF 관계자는 "휴대폰 간이나 PC와 휴대폰 간 콘텐츠 이동을 가능하게 하면 불법 복제가 바로 판을 치게 될 것"이라며 "휴대폰 제조사나 콘텐츠 제작업체들도 콘텐츠 이동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각 이동통신사가 쓰는 게임 플레이어(platform)가 다르고 휴대폰 기기간 성능 차이가 있어서 현실적으로 이동이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 소비자들 "정당한 권리 보장해야"
하지만 제 값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구입한 만큼 이통사를 바꾸거나 기기를 변경하더라도 콘텐츠를 옮길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참여연대 시민권리팀 한재각 팀장은 "동일한 서비스를 받는데 번호이동을 한다고 새로 구입해야 한다는데에는 문제가 있다"며 "번호이동 후에도 연결해서 쓸 수 있도록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동통신 해지와 단말기 교체시 콘텐츠의 소유권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없었다"면서 "콘텐츠 소유 문제에 대한 법률적, 기술적 검토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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