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아악-!”
두루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안다미로 섬이 파괴되어 바다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다.
집채만한 바위들이 머리 위로 굴러 떨어지고, 곧바로 바닷물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소용돌이치는 성난 검고 어둔 바다 속으로 몸이 침잠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온 세상이 까맣고,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두루는 안간힘을 다해 눈을 떴다. 바다 깊은 곳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것은 생명의 불빛 같았다. 그녀는 미친 듯이 허우적댔다. 그것을 잡기 위해 발악을 했다. 그러나 몸뚱이는 계속 깊은 바다 속으로 빠져들어 갈 뿐이었다. 그녀는 목청이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얘야, 정신을 차리거라. 꿈이야, 꿈이란다.”
지우스가 사색이 되어 땀을 비칠비칠 흘리며 두루를 흔들어 깨웠다. 아무리 깨워도 그녀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직도 기억소생기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기억소생기는 이미 전원이 차단된 상태였다. 지우스 자신은 벌써부터 기억소생기에서 일어나 앉아서 두루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두루는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그녀는 지우스의 기억에 함몰되어 헤매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하얀 게거품이 흘러나왔다.
지우스는 그녀의 눈에 장착된 블랙라이트 렌즈를 벗기려고 애를 했다. 그러나 심하게 몸부림치는 그녀를 붙잡아 진정시킬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제 한 몸을 가누기도 어려운 산송장이었다. 진땀이 흐르는 실랑이 끝에 겨우 렌즈를 벗겨내자 두루가 조금 진정되는 듯 보였다.
시간이 흐르자, 그녀의 요동이 멈춰지고 눈을 떴다. 눈을 뜨고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확인하고는 그저 시체처럼 멍하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에서 무섭고도 긴 한숨이 주문처럼 흘러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자주 경련을 일으켰다. 아직도 지우스의 기억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것이었다. 간혹 무서운 환각이 그녀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녀는 어금니를 깨물고 환각에서 깨어나려 몸부림쳤다. 그리고 몇 번이고 꿈틀대다가 이내 꿈을 꾸는 듯한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그녀의 음성이 가느다랗게 떨렸다.
“나, 난, 보, 보았어요.”
두루는 심한 충격을 받았는지, 아직도 말을 더듬었다. 누워 있던 두루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 흘러내려 그녀의 양쪽 관자놀이를 스쳐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는 몹시 슬퍼 보였다.
“무엇을 보았느냐?”
그녀는 슬그머니 양팔로 몸을 감싸며 일어나 앉았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자기 옆에 걸터앉은 노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다.”
“다?”
“모든 것을 다.”
지우스는 두루의 말이 의심스러웠다. 기억소생기에 들어앉은 시간이라야 고작 1시간도 되지 않는다. 더욱이 사람의 기억의 편린이라는 것은 지극히 사소하고 순서도 제대로 들어맞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을 다 기억한다니.
“정말로 다 기억하느냐? 그렇다면…”
지우스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경계의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갑자기 표정을 달리하자, 두루는 자기가 또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가 하여 어깨를 움츠렸다.
“그렇다면… 내가 갓난아이시절에 고추를 내놓고 오줌을 싸는 것도 보았느냐?”
두루는 의장 할아버지가 농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까르르 웃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웃음을 뚝 그치고, 지우스보다도 더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바짝 다가오라고 손짓을 했다. 지우스가 다가오자, 그녀는 갑자기 와락 지우스의 얼굴을 붙잡고 그의 뺨에 뽀뽀를 했다.
“어이쿠, 이건 무슨 뜻이냐?”
“보았지만, 비밀을 보장한다는 뜻이에요.”
그녀는 다시 농담으로 응수하며 까르르 웃었다.
“그런데, 호치는 어떻게 되었어요? 그 남자가 불쌍해요.”
“누구?”
“쿠엔 호치. 아내를 찾아 헤매던 남자.”
“그가 누구지?”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animor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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