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3천억원 베네주엘라 프로젝트 성사될까

지난 2001년 시작돼 2년 동안 사업추진이 중단됐던 베네주엘라 전자주민카드(National ID, NID) 사업이 재개될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베네주엘라 내무법무부는 기술심사와 가격심사를 거쳐 2001년 1월 현대컨소시엄(현대정보기술과 AIT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장관이 바뀌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이 돌연 취소됐다.

그 과정에서 현대컨소시엄은 지정 취소에 대한 법적인 소송을 제기, 현재 베네주엘라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그런데 베네주엘라 정부가 NID 사업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베네주엘라 정부, 적극적인 움직임...현대, TFT 활동 재개

현대정보기술에 따르면 베네주엘라 정부는 올 3월경부터 전자주민카드 사업 재개를 위해 준비해 왔다.

이민청, 경찰청 등의 전산담당자들이 방한, 경찰청에 적용돼 있는 지문검색시스템을 견학하기도 했다. 전자주민카드 사업에는 행정전산망 구축, 주민등록망 구축, 지문인식, 여권발급 등과 관련한 솔루션이 들어간다.

게다가 지난 9월에는 내무법무부 장관이 현대정보기술에 직접 공문을 보내 조속한 사업재개를 위해 베네주엘라를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병석 현대정보기술 상무(현대컨소시엄 대표)는 "내무부 장관 면담 결과 NID 프로젝트의 필요성에 합의하고, 향후 전개과정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베네주엘라 내무부, 경찰청, 이민청 전산담당자들로 구성된 기술심사위원회에서도 최종 기술검토보고서를 작성을 완료, 계약하기에 기술적인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베네주엘라 정부는 2001년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취소하면서 기술적인 문제점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최종 기술검토보고서 내용은 긍정적인 만큼 정식 계약 체결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 현대정보기술은 12월 중순까지는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체결이 이뤄지려면 베네주엘라 내무법무부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취소에 대해 취소공시를 하고, 가격과 솔루션 도입 계약조건을 현대와 협의해야 한다.

김병석 상무는 "확정적이진 않지만 가격은 유지하고, 최신 솔루션으로 업그레이드해서 들어가는 대신 그동안의 지출 비용을 일부 보상해달라는 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정보기술은 계약 체결이 임박함에 따라 베네주엘라 TFT(12명)를 최근 재가동했다. 본계약 체결 이후 42개월 동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별도 법인을 세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베네주엘라 정세가 변수

이 사업은 베네주엘라 정부가 국가 단위로는 세계 최초로 진행하는 주민신분확인 및 통제시스템이다. 시스템 구축 규모가 3천억원에 달하고, 향후 SM 등 추가 매출도 기대된다.

현대정보기술은 각종 통계서비스와 주민관리 등을 위해 서둘러 전자주민카드를 도입한다는 베네주엘라 당국의 의지가 큰 만큼 이번엔 꼭 정식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01년 상황이 불안한 베네주엘라 정세로 인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이 취소된 만큼, 정식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현대정보기술의 주가는 베네주엘라 전자주민카드 사업이 급진전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1천400원에서 1천600원대(상한가)로 올라섰다.

하지만 2001년 처음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을 때의 주가(1만원대)보다는 저가로 거래되고 있다.

현대정보기술은 주매출처인 그룹사 환경 악화와 베네주엘라 전자주민카드 수주 실패로 2001년 전년 대비 20% 감소한 4천514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