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업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성장률 둔화가 올들어 더욱 악화돼 3분기를 정점으로 전체 시장규모가 감소하는 '마이너스 시대'로 돌아선 것이다.
그동안 '고속성장'만 달려온 업체들은 성장률 감소가 아닌 시장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역성장'쇼크를 맞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홈쇼핑시장의 하락세는 이미 지난해 월드컵 이후 예상됐던 상황. 하지만 저성장에 접어든지 채 1년도 안돼 시장규모가 감소하면서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같다. 올 상반기까지 경기침체 악재에도 불구, 저조하나마 3천억원 안팎으로 시장규모가 늘어났기 때문.
◆3분기 시장규모 하락...8년만에 처음
3분기 국내 5대 홈쇼핑업체의 시장규모(판매총액 기준 매출)가 사상 첫 감소를 기록했다. 5개사의 3분기 매출은 총 1조420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1조463억원에 못미치는 규모.
3분기에는 LG·CJ홈쇼핑 등 상위업체는 물론, 후발업체인 농수산홈쇼핑도 실적이 감소했다. 그나마 성장세를 유지한 현대와 우리홈쇼핑도 증가율이 30% 안팎에 머물렀다.
업체별로는 LG홈쇼핑과 CJ홈쇼핑이 각각 전년 3분기보다 10% 감소한 3천788억원과 3천164억원을 기록했고 농수산홈쇼핑도 0.7% 정도 감소한 759억원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현대와 우리홈쇼핑이 전년 동기보다 소폭 늘어난 1천540억원과 1천178억원을 기록했다.
<표> 5대홈쇼핑 2002, 2003년 3분기 실적(단위 억. 판매총액기준)
| 구분 | 2003 | 2002 |
| LG홈쇼핑 | 3788 | 4225 |
| CJ홈쇼핑 | 3164 | 3518 |
| 현대홈쇼핑 | 1540 | 1036 |
| 우리홈쇼핑 | 1178 | 928 |
| 농수산홈쇼핑 | 750 | 756 |
| 5개사총계 | 10420 | 10463 |
◆ 재방 인력재배치 등 비상경영
홈쇼핑업계의 경쟁이 5개사로 늘어난 반면 시장파이가 줄어든 것은 이제 성장전략이 아닌 기업의 '생존' 전략이 필요해졌음을 의미한다. 파이가 줄어든 만큼 기업들의 수익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시장의 자연성장에 의존했던 업계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LG홈쇼핑은 현 상황이 '창사 이래 최악' 이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난 9월 연례행사로 치렀던 사내 워크숍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LG홈쇼핑 관계자는 "예상보다 시장상황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팀별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자세로 대책마련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CJ홈쇼핑도 '지금 이대로는 어렵다'고 판단, 2010년까지 홈쇼핑과 연계할 수 있는 신수종 사업 발굴 등 장기전략마련에 나섰다. 단기로는 기존 방송시간의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방송시간대를 30분 단위로 쪼개는 등 노출효과 극대화와 기존 고객의 수요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마케팅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또 재방송(순환방송)비율을 늘리거나 편성시간을 쪼개는 등 비용대비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와 우리홈쇼핑도 판매방송 효율성 제고차원에서 주로 새벽시간에 배치했던 재방송을 낮시간까지 확대편성했다. 불가피한 긴급편성이 아닌 낮시간에 재방을 편성하기는 처음이다.
현대홈쇼핑측은 "비용 줄이는 차원에서 최근 낮에도 많게는 주 3∼4회 재방을 내보내고 있다"며 "김치 등 판매내용이 유사한 것에 우선적으로 도입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홈쇼핑도 주 2∼3회로 재방을 늘렸다. 1회방송 제작비 부담 등을 고려해 주 2∼3회 낮시간에 재방을 도입, 활용하고 있다.
인력 조정 등 비상경영체제 도입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모 홈쇼핑업체가 일부 인력의 구조조정에 나선데 이어 추가로 몇개 업체들의 인력감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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