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리우]살아 남은 레슬링, 김현우 '판정 논란'에 시끌

[이성필기자] 김현우(28, 삼성생명)의 억울한 패배로 레슬링의 판정 논란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2012 런던 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6㎏급 금메달리스트인 김현우는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 2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5㎏급 16강전에서 라이벌 로만 블라소프(러시아)에게 5-7로 졌다.

체급을 올려 이번 대회에 출전한 김현우는 첫 상대인 블라소프와 혈전을 벌였다. 블라소프도 런던 대회에서 이 체급 금메달을 획득했던 강자다. 강자와 강자가 만났기 때문에 사실상의 결승전이나 마찬가지였다.

1회전 1분 30초 업어치기로 2점을 먼저 얻은 김현우는 2분 24초 패시브를 받아 파테르 자세를 취했고 옆굴리기와 들어던지기를 연속 허용하며 6점을 줬다. 김현우가 한참 공격을 구사하던 상황에서 갑자기 주어진 패시브였기에 아쉬움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큰 기술로 만회해야 했던 김현우는 3-6으로 뒤져 있던 종료 30초 전 패시브를 얻었고 5초 전 들어던지기로 4점을 얻는 듯 했지만, 심판진은 2점만 인정했다. 안한봉 감독은 "4점 기술이 맞다"라며 펄펄 뛰었고 비디오 분석(챌린지)을 신청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3점으로 인정하고 안 감독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벌점 1점을 받으면서 블라소프가 이기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경기가 끝난 뒤 안 감독은 세계레슬링연맹(UWW) 제소를 검토했다. 최종삼 태릉선수촌장 겸 리우올림픽 총감독도 선수단 법률 담당인 제프리 존스 국제 변호사와 상의해 제소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66kg급 류한수(28, 삼성생명)와 자유형 57kg급 윤준식(25), 86kg급 김관욱(26, 이상 삼성생명)의 경기가 남아 있고 이들이 불리한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제소를 포기했다.

레슬링은 고질적인 판정 시비로 인해 지난 2013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20 도쿄 올림픽 퇴출 종목으로 꼽혔다. 가까스로 살아남으면서 리우 올림픽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세트제 대신 3분 2회전 총점제 재도입 등 제도 변경 등을 통해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유도하려 노력했다. 장기 집권했던 라파엘 마르티네티 국제레슬링연맹(FILA, 현 UWW) 회장의 사퇴를 이끌어 내는 등 개혁의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첫날 경기부터 판정 논란이 터지면서 또 한 번 시끄러워지게 됐다. 심판이 기술에 대한 점수를 제대로 매기지 못하면서 일을 키웠다. 다른 경기에서 같은 기술이 구사되면 4점을 의미하는 심판의 네 손가락이 펼쳐졌지만, 김현우의 경기만은 그렇지 않았다. 다른 국가 관계자들이 4점이 맞다고 할 정도로 억울한 판정과 마주한 김현우다.

러시아의 텃세 때문이라는 의혹도 있다. 세르비아 출신 네나드 라로비치 UWW 회장과 러시아 출신 실무 부회장, 심판진 40명 중 25명이 구 소련 출신이라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 받는다. 이들의 영향력이 막강해 비디오 분석에서 특정 선수에게 유리한 판단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우려도 있다. 하필 김현우의 상대가 러시아 선수여서 의구심은 더 커졌다.

제소한다고 해도 판정이 번복되거나 재경기가 열리는 것도 아니다. 심판만 징계를 받기 때문에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올림픽에서 개선 대신 구태를 반복한 레슬링이 또 한 번 큰 과제를 안게 됐다.